"핵오염수 희석해도 핵종 없어지지 않아"
반핵의사회·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 "아이들에게 핵 오염된 바다 물려줄 수 없어"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핵오염수를 24일 투기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국내 의사단체들이 핵 오염수 투기 반대와 그 이유를 담은 책자를 23일 발간했다.
들어가는 글에서 백도명 서울대 보건대학원 명예교수는 "후쿠시마 오염수의 해양투기는 그 원인도 결과도 인류가 전혀 경험해보지 못한 일"이라며 "희석을 시킨 다음의 투기라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희석한다고 방사선 핵종이 변화하거나 없어지지 않는다"고 밝혔다.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 투기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백 교수는 "이 시간 현재 오염되어 있는 후쿠시마 앞바다, 지금도 진행하고 있는 기후변화와 그에 따른 어류 서식지 그리고 이동경로의 변화, 또 먹이사슬로 촘촘히 연결되어 있는 생태계의 취약성 등에 따른 불확실성은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평가되지도 그리고 밝혀지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23일 '후쿠시마 핵오염수와 한국정부 괴담' 책자를 낸 반핵의사회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는 후쿠시마 핵오염수 투기와 관련해 주요 문제에 대해 10문 10답 형식으로 의견을 제시했다.
문1.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일본정부의 핵 오염수방류가 안전하다는 보고서를 믿을 수 있을까?
답. 국제원자력기구는 과학 단체가 아니라, 핵산업 진흥기구이다. 이 기구가 말하는 ‘안전성’은 믿을 수 없다.
우선 국제원자력기구는 과학 단체가 아니다. 처음부터 ‘핵산업의 촉진과 확산’을 목적으로 설립된 기구다. 국제원자력기구는 스스로 원칙으로 세운 방사선 보호 원칙을 어겼다. 태평양에 새로운 방사능 물질을 풀어놓는 것이 누구에게 이익일까? 국제원자력기구는 실현 가능한 다른 대안을 무시했다. 일본정부는 이 대안을 아예 고려하지 않거나, 돈이 많이 든다는 이유 등으로 대안에서 제외했다.
심지어 “후쿠시마 어민들의 동의를 구하기 전까지는 방류하지 않겠다”고 한 일본 정부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국제원자력기구 내 전문가들의 의견충돌도 있었다.
결론적으로 국제원자력기구는 일본정부와 도쿄전력의 후쿠시마 핵 오염수 방류를 추인하고 정당화 했을 뿐 과학적으로 검증하지 않았다.
문2. 핵 오염수 방류가 안전하다는 일본정부와 도쿄전력의 주장은 믿을 수 있을까?
답. 과학적인 결정이 아니며 안전하다고 믿을 근거가 없다.
태평양도서국포럼이 평가를 위임한 전문가 패널들은 독립적 과학적 평가 끝에 만장일치로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첫째, 후쿠시마 핵발전소 현장에 있는 오염수 탱크 1000여개 중 약 4분의 1만 시료가 채취되었고 대부분 64개의 방사성 핵종 중 9개 이하만 측정됐다. 이 시료 분석 결과는 도쿄전력이 예측한 핵종 비율과 수천 배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또 이 시료채취는 방사능이 가장 높을 가능성이 큰 바닥에 가라앉은 침전물을 포함하지 않았다. 따라서 시료채취 및 측정에 대표성이 없다는 치명적인 오류가 있다.
둘째, ALPS 처리를 거친 탱크의 70% 이상이 재처리가 필요하다. 일부 동위원소의 경우 ALPS 처리 후 규제 수준보다 1만9900배 더 높았다. 이것은 ALPS를 통한 처리가 핵오염수 처리를 위한 적절한 장치가 아니라는 것이 드러난 것이다. 또한 ALPS 를 통해 70%를 재처리한다고 해서 이것이 효과적일지 지속가능할지 아무런 증거도 제시하지 않았다.
셋째, 방사성 물질의 해류와 해양 생물에 의한 이동이 고려되지 않았고, 해양 생태계의 먹이사슬 및 퇴적물에 의한 축적과 농축 또한 고려되지 않았다. 이를 통한 유기결합삼중수소 및 다른 방사성 원소의 위험성이 평가되지 않았다. 현재 일본 동해안의 해저에는 사고 이전보다 최대 1만 배의 세슘 농도의 침전물이 존재하는데 이런 환경도 평가되지 않았다.
넷째, 도쿄전력은 2019년 채취한 시료에서 반감기가 9시간에 불과한 텔루륨-127이 포함되어 있다고 보고했다. 이는 현재까지 원자로 노심에서 핵분열 반응이 있거나 측정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근거를 바탕으로 태평양도서국포럼의 전문가 패널은 일본정부의 핵 오염수 해양 투기가 중단되어야 한다고 만장일치로 권고했다. 방사능의 영향은 특정 나라의 경계를 넘고 한 세대로 끝날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핵 오염수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해양 투기가 아니라, 도쿄전력이나 일본 정부가 아예 검토도 하지 않거나 배제한 육지의 탱크보관 또는 고체화 보관 등을 고려하고 재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많은 과학자단체나 의사단체도 반대성명을 채택했는데 여기에는 미국 100여 개 해양연구소로 이뤄진 전미해양연구소협회(NAML)나 국제반핵의사회(IPPNW)와 같은 권위 있는 단체도 포함돼 있다. 국제반핵의사회는 “태평양은 핵쓰레기 처리장이 아니다”는 성명을 냈다.
문3. 최근 후쿠시마에서 식품 기준치의 180배나 되는 ‘세슘우럭’이 잡혔다. 그런데 일부 핵공학자는 이 세슘우럭을 먹어도 안전하다고 말한다. 사실인가?
답. 안전하지 않습니다. 절대로 먹어서는 안된다.
원자력학회 회장의 말처럼 단순 엑스레이(X-ray) 1장으로 노출되는 0.1 밀리시버트는 과연 안전한 것일까요? 결코 그렇지 않다. 미국 소아과 학회는 “천식이나 세기관지염일 때 단순 엑스레이(X-ray)를 찍지 말라”고 하며 “배가 아플 때에도 변비가 의심되면 방사선 검사를 하지 말라”고 강력히 권고한다.
임신 중 단순 엑스레이에 노출되는 것만으로도 태아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때문에 임신 중에 어쩔 수 없이 꼭 방사선 검사가 필요한 경우에는 배를 납으로 보호하면서 엑스레이를 찍는다. 대부분의 항공사에서는 승무원이 임신할 경우 비행 근무를 하지 않고 지상 근무를 한다. 한국에서 유럽 또는 미국을 1회 비행할 때 우주로부터의 방사선에 의한 방사선 노출이 0.1 밀리시버트, 즉 엑스레이 1장 정도이기 때문이다
문4. 일부 핵공학자들은 방사능이 안전기준치 이하면 안전하다고 말하는데 믿을 수 있는 말인가요?
답. 아니다. 방사능은 안전치가 없고 가능한 피해야 한다.
미국 국립학술원이 발간한 ‘저선량 방사능의 건강위험에 관한 보고서’(베어세븐 BEIR VII 보고서1)는 100밀리시버트에 한번 노출되었을 경우 평생 100명 중 1명이 추가로 암 발병이 더 된다고 밝혔다.
우리는 연간 1밀리시버트가 연간 허용량이라고 말하는 것을 흔히 듣는다. 그러나 연간 1밀리시버트 정도로만 또는 그 이하로 노출되면 안전한 것일까? 아니다. 예를 들어 성인 1,000만 명이 1년간 1밀리시버트 방사선에 노출되면 그 사람들 중 평생 1000명이 추가로 암이 발생한다. 허용량은 행정적 관리 수치일 뿐 그 이하는 안전하다는 수치를 뜻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문5.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한국 근해 바닷물의 세슘 농도는 변화가 없었으니 안전하다’고 하던데, 사실인가?
답. 사람은 바닷물이 아니라 해양 생물을 먹는다. 이 해양생물에서는 축적과 농축이 발생해 방사능이 증가한다는 사실이 핵심이다.
우선 방사성 물질은 해저 퇴적물에서 더 높은 농도를 보인다. 그러나 일본정부(또한 한국정부)는 해양 표층에서의 방사선 농도만 이야기이다. ‘세슘우럭’이나 ‘방사능 쥐노래미’가 후쿠시마 앞바다에서 잡히는 것을 설명할 수 없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해양생태계의 변화와 생물에서의 축적과 농측을 진지하게 조사하지도 고려하지도 않았다.
더 큰 문제는 핵 오염수에 의한 해양생태계의 파괴가 최소한 30년 혹은 그 이상 동안 일어날 것이라는 점이다. 폐로를 하지 못하면 오염수는 계속 발생한다. 사고 발생 후 12년이 지난 지금도 폐로는커녕 사고가 난 원전 노심에 아직 접근도 못했는데 언제 폐로를 할 수 있을지 누가 알 수 있을까.
30년은 최소 기간이고 몇 십년이 걸릴지 100년이 걸릴지 알 수 없다. 그리고 지금 이순간에도 심화되고 있는 기후위기는 해양생태계에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기후위기의 시대에 벌어지는, 수십 년에 걸친 해양생태계의 파괴와 변화를 지금 과학 수준으로 예측할 수 있을까.
문6. 삼중수소는 인체에 해가 없다고 하고, 오히려 한국·중국 원전이 삼중수소를 더 많이 배출한다고 하던데.
답. 후쿠시마에서는 삼중수소만 배출하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삼중수소도 안전하지 않다. 한·중 원전에서 배출하는 삼중수소 때문에 원전 주변 주민들도 고통받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은 정상적으로 가동 중인 원전이 아니다. 사고가 나서 노심이 용융되었고 사고가 얼어난지 12년이 지났지만 폐로는커녕 노심에도 접근하지 못한 원전이다. 따라서 후쿠시마는 삼중수소만 주로 배출하는 가동중인 원전과는 달리 세슘137이나 스트론튬90, 코발트60, 플루토늄239 등 원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핵종(방사성 동위원소)이 원전 바깥으로 배출된다.
삼중수소는 인체에 매우 해로운 것입니다. 이는 한국이나 중국의 원전에서 배출되어도 마찬가지다. 당장 경주 인근 월성 원전 주변 주민들이 이주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원전 주변 주민들은 갑상선 암이 많고 원전에 가까울수록 암에 걸리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문7. 한국 시민단체와 노동조합, 야당들만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핵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나?
답. 태평양도서국포럼, 국제 반핵의사회 등 많은 전문가들이 반대하고 있고 일본 시민들도 반대하고 있다.
일본 내 여론도 오염수 방류에 좀 더 부정적인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 교도통신이 7월 14~16일에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에서는 오염수 방류에 관한 일본 정부 설명이 ‘불충분하다’는 응답이 80.3%에 달했고, 방류를 강행할 경우 어민들에게 피해가 될 것이라는 의견도 87.4%에 달했다. 일본 야당들도 반대하고 있습니다. 제1야당인 이즈미 겐타 입헌민주당 대표는 7월 14일 기자회견에서 후쿠시마현 어업협동조합연합회 등 현지 어민이 반대하고 있다면서 그들의 이해를 구하지 않고 방류하는 건 잘못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야당 국회의원 8명이 한국의 야당의원들과 공동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일본 시민단체들은 특히 히로시마·나가사키의 피폭으로 인한 핵 피해국임을 강조해왔던 일본정부가 핵 가해국이 되려고 한다며 비판하고 있다.
문8. 윤석열 정부는 오염수 방류의 안전성을 인정하는 것이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과 관계없다고 한다.
답. 일본정부는 오염수를 방류해도 후쿠시마 바다가 안전하다고 주장했고 한국정부는 이에
동의한 것이다. 한국정부가 안전하다고 인정해버린 후쿠시마 바다의 수산물을 수입 금지할 근거가 사라지는 것이다.
그동안 한국정부가 국제무역기구에서 견지했던 입장은 '후쿠시마 앞 바다는 지금도 방사능 위험성이 있어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을 금지한다'는 것이어서 지금의 윤석열 정부의 입장과는 양립할 수 없다.
산업통상자원부도 올해 5월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서 "일본 정부가 우리 정부의 수산물 수입규제에 관해 새로운 쟁점을 제기하며 다시 국제무역기구에 제소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문9. 윤석열 정부의 입장이 변화할 수 있을까요? 일본의 핵 오염수 방류를 중단시킬 수 있을까?
답. 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제한을 시킨 역사적 경험도 있다.
한국과 일본의 평범한 시민이 연대하여 국민들의 생명을 지키라고 정부에게 강력히 요구하면 오염수 투기를 막을 수 있다. 또 핵 오염수를 결국 방류하기 시작하더라도 현재의 반대운동은 멈추지 말아야 한다. 더 이상의 방류를 막기 위한 운동으로 지속되어야 하고 나아가 일본산 수산물 수입금지 운동으로 발전해야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앞으로 핵 쓰레기를 무조건 바다에 버리고 핵 사고가 발생했을 때 어영부영 넘어가는 무책임한 대응이 국제적 관행이 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길이다.
문10. 일본정부는 왜 저런 주장을 하나요? 국제원자력기구와 한국정부는 왜 일본정부를 옹호하는 것일까?
답. 오염수 투기는 핵발전의 위험을 폭로한 후쿠시마 사고를 마치 없었던 일처럼 만드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기 때문이다.
핵 산업으로 이익을 보는 자들에게는 오염수를 바다에 버림으로써 마치 후쿠시마에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마치 후쿠시마 사고 원전이 정상 가동하는 원전처럼 보이도록 만드는 것이 그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원자력 발전소는 사양산업이었다. 후쿠시마 사고는 ‘핵발전은 안전하다’, ‘핵발전은 싸다’는 신화를 단번에 깨버린 사건이었다. 수십만 명이 고향을 떠나 피난을 가야 했고 아직도 8만여 명이 난민 생활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 여론조사를 보면 후쿠시마 사고 이전에는 원전 찬성 여론이 많았지만 사고 이후에는 반대가 많아졌다.
일본 정부와 한국 정부가 후쿠시마 오염수 투기에 공조하는 데는 더 중요한 의도가 있을 수 있다. 바로 핵 공조이다. 일본 지배층의 일부를 이루는 일본 군국주의 우파들은 일본의 핵무장을 꿈꾸고 있다. 그들은 로카쇼무라와 같은 핵무기 원료를 만드는 핵 재처리 시설의 재가동을 원하고 있다. 이러한 핵 재처리 시설의 가동을 위해서는 핵 발전소에 대한 부정적 생각의 원인인 후쿠시마 사고를 사람들 머릿속에서 지우고 마치 없던 일처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반핵의사회와 인의협은 “다음 세대에 기후위기도 모자라 핵으로 오염된 바다까지 물려줄 수는 없다. 핵 쓰레기 투기는 당장 중단해야 한다”며 “윤석열 정부는 일본 정부에게 핵 폐기수 방류를 중단하라고 강력하게 요구해야 한다. 정부는 국민들의 생태와 건강과 생명을 지켜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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