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 내려놓나' 단체장 40여명 재판·수사 중
2023-09-13 00:00:01 게재
선거법위반·뇌물수수 줄줄이 법정행
공무원·주민들까지 촉각 곤두세워
13일 내일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거나 검찰·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자치단체장은 40여명에 이른다. 지방선거와 관련한 선거법 위반 혐의가 대부분이다. 뇌물수수나 직권남용 등의 혐의를 받는 단체장도 적지 않다.
◆1심 '당선무효형' 위태위태 = 지난해 치른 지방선거와 관련 1심에서 벌금 100만원 이상 당선무효형을 받은 단체장들이 2심 재판을 앞두고 가장 불안해하고 있다. 대법까지 이대로 형이 확정되면 내년 총선이 치러지는 4월이나 오는 10월 재선거를 치러야 한다.
강종만 전남 영광군수는 선거 전 언론사 기자에게 금품을 준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벌금 200만원 선고받았다. 김광열 경북 영덕군수는 지난 7월, 오태원 부산 북구청장은 지난 5월 각각 벌금 150만원을 선고받았다. 상대 후보에 대한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학수 전북 정읍시장이 1심에서 받은 형량은 벌금 1000만원이다.
선거 관계자들이 처벌을 받으면서 위태로워진 경우도 있다. 김충섭 경북 김천시장은 지난달 31일 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지난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읍·면·동장 등을 통해 유권자들에게 선물을 전달한 혐의다. 선물을 전달한 공무원 9명이 1심 재판에서 속속 실형을 선고받으면서 김 시장이 이를 지시한 혐의로 전격 구속됐다. 윤석준 대구 동구청장의 선거캠프 회계책임자도 선관위에 신고하지 않은 계좌에서 1억여원을 지출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 등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1심 결과만으로 마음 놓기 일러 = 1심에서 무죄나 벌금 100만원 이하를 선고받은 단체장들도 온전히 마음을 놓기에는 이르다. 실제 김광신 대전 중구청장은 재산을 고의로 누락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벌금 90만원을 받았는데, 2심에서는 형량이 당선무효형인 벌금 150만원으로 늘어났다. 1심 벌금액수가 100만원 이하라 하더라도 안심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이상철 전남 곡성군수와 문경복 인천 옹진군수는 각각 1심에서 벌금 90만원을 받았지만 검찰이 항소해 2심을 기다리고 있다. 이 군수와 문 군수도 1심에 불복해 항소했다. 우승희 전남 영암군수도 벌금 90만원을 선고받았는데 검찰이 항소를 검토 중이다. 신상진 경기 성남시장은 1심에서 벌금 80만원을 선고받고 항소심을 기다리고 있다.
박상돈 충남 천안시장, 정장선 경기 평택시장, 김보라 경기 안성시장, 김영길 울산 중구청장 등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안도했지만 검찰이 항소해 2심 재판에서 다시 유무죄를 다퉈야 할 상황이다.
◆1년 넘도록 수사·재판 진행형 = 아직 1심 재판이 진행 중인 단체장들도 있다. 박남서 경북 영주시장은 유권자들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지난달 31일 징역 3년을 구형했다. 홍남표 경남 창원시장도 예비후보 매수 시도 혐의로 기소돼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금품제공 혐의로 기소된 박종우 경남 거제시장도 지난 7월에야 첫 공판이 진행됐다. 이태훈 대구 달서구청장은 유권자에게 현금과 식사를 제공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이 벌금 400만원을 구형했고, 다음달 26일 선고공판이 예정돼 있다. 기부행위와 음식물 제공혐의로 각각 기소된 이병노 전남 담양군수와 김윤철 경남 합천군수도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박강수 서울 마포구청장은 구청 사무실을 돌며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기소돼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사전선거운동 및 금품수수 혐의를 받고 있는 오영훈 제주지사는 1심 선고를 기다리고 있다. 내년 총선과 관련 사전선거운동으로 고발된 경우도 있다. 지난 11일 고발된 천영기 통영시장이다.
◆뇌물수수·직권남용 혐의도 = 선거법만 문제가 되는 게 아니다. 오태완 경남 의령군수는 기자 성추행 혐의로 기소돼 지난 2월 1심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항소했다. 오 군수는 금품제공과 무고혐의로도 기소됐다. 박우량 전남 신안군수는 임기제공무원 기간제근로자 채용 과정에 부당 개입한 혐의로 지난해 선거 직전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법정구속을 면한 상태에서 선거를 치러 당선됐지만 2심에서도 금고형 이상이 선고되면 군수직을 잃을 수 있다. 김주수 경북 의성군수는 건설업자로부터 2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지만 검찰이 항소해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수사가 진행 중인 단체장도 여럿이다. 전남에서는 김 산 무안군수가 납품대가성 뇌물수수 혐의로 7월 불구속 송치돼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김 군수는 관급계약 대가로 8000만원을 받은 혐의(뇌물수수)로 입건됐다. 이상익 함평군수는 1000만원 상당의 양복을 받은 혐의(뇌물수수)로 입건됐다. 구복규 화순군수는 고 양회수 전 국회의원 추모비 건립기금을 낸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서울에선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지난해 10.29이태원참사에 대한 책임(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 때문에 재판에 넘겨진 경우다. 지난해 12월 구속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난 상태다.
◆'직위유지' 안도하는 단체장들 = 원강수 강원 원주시장, 최경식 전북 남원시장, 강진원 전남 강진군수는 항소심에서도 100만원 이하의 벌금을 선고받아 당선무효형을 면했다. 김동근 경기 의정부시장, 류경기 서울 중랑구청장, 강수현 경기 양주시장, 김 성 전남 장흥군수, 구인모 경남 거창군수, 심재국 강원 평창군수 등은 1심 형량이 벌금 100만원 이하로 본인과 검찰 모두 항소를 포기하면서 직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한편 박경귀 충남 아산시장은 상대후보와 관련한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2심에서 벌금 1500만원을 선고받았다. 김태우 서울 강서구청장은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형이 확정돼 10월 11일 재선거가 치러진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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