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균용(대법원장 후보자) 국회 임명 동의안 통과될까
민주당 "정치적 문제 차치하고 여러 문제"
이 "재산신고 누락 송구하다" 고개숙여
이틀째 증인·참고인 신문 후 추가 검증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 둘째날에도 자녀 및 재산 관련 의혹에 대해 야당 의원들의 집중적인 검증이 예상된다. 이 후보자가 첫째날 재산신고 누락 등 제기된 의혹에 대해 "송구하다"며 고개를 숙였으나, 야당은 대법원장 자격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어서 국회 임명 동의안 통과 여부가 주목된다.
20일 국회에 따르면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는 이날 오전 11시부터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열고 재산 신고 및 후보자 평판 등에 대한 증인과 참고인 신문을 진행한다. 이어 오후에는 이 후보자에 대한 추가 검증이 진행된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야당 간사)이 신청한 증인은 이 후보자의 처남 가족회사를 운영하는 사람으로 재산 신고와 관련해서 증언하고, 국민의힘 정점식 간사가 신청한 증인은 후보자 평판을 위해 증언한다. 참고인으로는 법원윤리위원회 출신 교수(변호사)가 참석한다.
인사청문특별위원회가 이날 이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를 끝낸 뒤 21일 임명동의안 심사경과보고서 채택을 결정할 예정이지만 난항이 예상된다.
야당 간사인 박용진 의원은 20일 내일신문과 통화에서 "청문회가 끝나고 의견을 모아봐야 한다"면서도 "정치적인 문제는 차치하고 (이균용 후보자의) 자격이나 도덕성 문제에서 어렵지 않겠나 생각되지 않으냐"고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대법원장 임명을 위해선 국회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민주당이 반대할 경우 임명 동의안 통과는 쉽지 않다.
대법원장 후보자가 국회의 동의를 얻지 못해 낙마한 사례는 1988년 정기승 대법원장 후보자가 유일하다.
1985년부터 1988년까지 대법관을 지내다 노태우 대통령에 의해 대법원장으로 지명된 정 후보자는 군사정권에 협력하고 시국사범 재판에 부당하게 간섭하는 등 사법부 신뢰 회복에 미흡한 인물이라는 비판 여론에 직면했다. 결국 정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은 당시 여소야대 정국에서 국회의원 295명이 표결에 참여해 찬성 141명, 반대 6명, 기권 134명, 무효 14명으로 가결정족수인 148표보다 7표가 부족해 부결됐다.
이 후보자에 대한 첫째날 인사 청문회에서는 이 후보자의 재산 신고 누락과 자녀 특혜 등을 두고 야당의 집중적인 검증이 이뤄졌다.
특히 민주당은 이 후보자에게 재산 관련 의혹을 질의하며 강도 높은 비판을 진행해 이 후보자에 대한 임명 동의에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서동용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후보자의 처가·자녀 관련 재산신고 누락 등을 지적하며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보이는데, 송구스럽다고 말해서 끝날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공직자윤리법도 위반했고, 신고도 제대로 안 했고, 수천만원의 해외 송금 사실도 다 누락해서 그 과정에서 증여세를 탈루한 의혹도 충분해 보인다"며 "어떤 형태로든 이를 후보자가 해명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이 후보자는 "법에 따라 행동한 것으로 생각한다"면서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박용진 의원은 재산신고 누락 문제를 조목조목 지적하며 자진사퇴 의향을 묻기도 했다. 박 의원은 "선출직은 재산신고를 누락하면 당선무효형, 고위공직자는 중징계를 받는다"며 "후보자는 무려 10억원이나 누락했는데 어찌 책임질 것이냐"고 추궁했다. 이 후보자는 "재산 신고 누락 가액이 10억이라는 것을 청문회 과정에서 처음 알았다"며 자신의 불찰이라고 거듭 밝히면서도 사퇴 의향에 대한 답은 피했다. 이 밖에도 이 후보자는 최근 불거진 농지법 위반 의혹과 아들의 김앤장 인턴 특혜 의혹 등에 대해선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특히 아들의 인턴 특혜 의혹과 관련해선 "아빠 찬스라고 밝혀지면 사퇴할 의향이 있느냐"는 민주당 서동용 의원의 질의에 "네"라고 답했다.
반면 여당인 국민의힘은 현 사법부 체제를 비판하며 이 후보자를 사법부 정상화의 적임자로 평가했다. 인사청문특위 위원장을 맡은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김명수 대법원장이 임명한 대법관 14명 중에서 7명이 우리법연구회, 인권법연구회, 민변 출신"이라고 지적하며 이 후보자에게 균형 인사를 당부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은 "법원 스스로 정치적인 사건에 있어 정치적인 이념과 성향을 가지고 판결하는 등 법관들이 정치로 달려들고 있다"며 현 사법부 체제를 꼬집었다. 이 후보자는 "사법부 구성원과 법조계, 변호사회, 관련 단체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국민의 청구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될 수 있는 형태로 조직의 혁신이 필요하다고는 생각하고 있다"며 "다만 현재 구체적으로 간단하게 답변하기는 조금 어려운 점을 양해해 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본적으로 법관들 개개인이 실제로 공정해야 될 뿐만 아니라 외부에서 보기에 공정해 보이도록 노력해야 되는 직무 윤리를 확립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