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시 명절 앞두고 초상집 분위기

2023-09-26 10:47:04 게재

시장·공무원 무더기 기소

주민들에겐 과태료 폭탄

추석 명절을 앞둔 경북 김천 지역사회가 꽁꽁 얼어붙었다. 풍족하고 즐거운 명절은 오간데 없고 공직선거법 위반 사법처리 후폭풍에 불안과 긴장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2021년 설과 추석 때 김천시가 지역 유지들에게 돌린 선물이 불러온 파장이다.

26일 내일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지금까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공무원 9명이 기소돼 최근 징역형과 벌금형을 선고받았고, 최근 구속기소된 김충섭 시장을 포함 공무원 24명이 줄줄이 불구속 기소됐다. 대부분 과장이나 읍면동장 등 간부 공무원들이다. 이들 중 21명은 5급 사무관인 읍면동장 출신이고 3명은 비서실과 총무과 출신 공무원들이다. 김천시 간부공무원이 64명(5급 59명, 4급 5명)인 점을 고려하면 절반가량이 선거법 위반으로 사법처리를 받거나 받을 처지에 놓은 셈이다.

최근 김천시청에서 만난  공무원 A씨는 어렵게 말문을 열었다. A씨는 "매년 설과 추석 때마다 동네 유지들에게 치약세트나 제례주를 선물한 것이 이렇게 큰 범죄가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며 "수십년동안 이어져 내려온 전통 풍습 때문에 공직선거법의 잣대로 처벌을 받게 돼 30여년 공직생활의 명예가 한꺼번에 추락하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읍면동장들도 한 지역의 기관장으로, 이장과 새마을지도자 부녀회장 노인회장 등 행정기관의 필수적 조력자들과 수시로 소통하고 관리하며 유대관계를 형성하는 게 주요 임무"라며 "과거부터 지속돼온 관행을 내가 동장으로 부임해 끊을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공무원들만 처벌받는 게 아니다. 선물을 받은 주민들도 처벌 대상이다. 실제 이 사건과 관련 이장 등 950여명이 과태료 처분을 받게 될 상황에 몰렸다. 과태료는 받은 금액의 10배에서 50배, 최고 3000만원까지 부과된다. 김천시의 또 다른 간부 공무원 B씨는 "이미 1심 재판을 받고 항소 중인 사건과 관련 3개동 주민 90여명에게 20배 정도의 과태료부과 통지문에 전달됐는데 일부 주민은 내가 왜 과태료를 내야 하냐고 항의하며 읍면동장을 원망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문제의 발단은 지난 2021년 읍면동장이 이장 등 지역 유지들에게 설과 추석 두 차례에 걸쳐 치약세트 제례주 등 1만~2만원대 선물을 돌린 일이다. 이에 대해 검찰은 "선물 전달자 명단을 작성해 관리하고 업무추진비나 개인 돈으로 22개 읍면동장이 조직적으로 선물을 전달해 선거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훼손한 조직적인 범죄"라고 규정했다.
최세호 기자 seh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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