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업기술진흥원 | 기술농업으로 미래 먹거리시장 연다

우리 보리로 재배한 동충하초, '코디세핀(천연 항생·항암 면역 물질)' 효능 높였다

2023-10-05 12:41:37 게재

경주 모이식품, 3대가 모여 동충하초 효과 극대화 연구

호흡기 개선 제품개발 '외길' … 청년농에 기술전수 계획

동충하초(冬蟲夏草)는 '겨울에 곤충이고, 여름에는 약초가 된다'는 뜻의 식물이다. 곤충에 기생해 자라난 버섯이 동충하초다. 동충하초가 명약으로 꼽히는 이유는 코디세핀이라는 성분 때문이다. 이 성분은 지구상 다른 물질에는 없고 동충하초에서만 생성된다.

경북 경주 안강에서 동충하초를 연구 생산하는 모이식품을 창업한 이영주(왼쪽) 대표와 아들인 전준형 이사가 보리를 배지로 사용한 동충하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한국농업기술진흥원


코디세핀은 2007년 미국 FDA가 희귀난치병 치료제로 승인했다. 아미노산계열에서 분리되는 자가치유성분의 항생·항암 면역물질이다. 코디세핀만 추출한 제품 0.1그램에 140만원에 판매되는 등 그 약효가 인정받고 있다.

동충하초는 양분으로 삼는 곤충의 종에 따라 종류도 각각 다르다. 천연에서도 나지만 보통 누에나 밀웜에 균을 심어 재배한다. 최근에는 현미 등으로 재배하는 기술이 개발됐다. 경북 경주에 있는 모이식품은 우리 보리를 배지(특정 생물의 배양을 위한 영양물질)로 활용해 동충하초를 재배하는 기술을 도입했다. 농촌진흥청의 연구 성과를 이전받아 실용화에 나선 것이다.

◆도라지 사포닌 제품 개발하다 동충하초로 = 이영주 모이식품 대표는 2010년 경북 경주로 귀촌했다. 경주 안강 시골장을 구경하다가 "이곳이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한다. 서울에서 한약재의 독을 제어하는 일을 했던 이 대표는 경주에서 처음 도라지를 제품으로 만드는 일을 시작했다. 이 대표는 "도라지 등 좋은 약제를 가지고 호흡기에 좋은 가공식품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던 중 2015년 아들인 전준형 이사가 회사에 합류했다. 식품사업을 하려면 규모있게 해야 한다고 뜻을 모아, 농업회사법인을 만들어 직접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모이식품에서 생산한 동충하초로 만든 음식.


2018년 한국농업기술진흥원(당시 농업기술실용화재단) 비보육업체로 교육사업에 참가한 것이 동충하초를 재배하는 계기가 됐다.
모이식품은 보육기업으로 선정되기 위해 도라지의 호흡기 관련 효능을 소개했다. 당시 심사위원이 도라지에 포함된 사포닌 성분 확인을 요청했는데 뜻밖에 여러 도라지에서 사포닌이 일정하게 추출되지 않는다는 점을 알게 됐다고 한다. 전준형 모이식품 이사는 "여러 도라지에서 성분을 일정하게 추출돼야 제품화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데 도라지별로 성분이 균일하지 못했다"고 회고했다.

결국 호흡기에 좋은 성분을 일정하게 추출할 수 있는 것은 동충하초에 포함된 코디세핀이라는 정보를 접한 후 동충하초 재배 기술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경북 모이식품은 동충하초를 동결건조해 판매한다.

그러나 동충하초 연구도 쉽지는 않았다. 처음 배지를 우리 곡물로 하는 방법을 연구하며 서리태 등으로 동충하초를 재배해봤지만 결과는 항상 들쭉날쭉했다. 동충하초를 생산하는 국내 농가들은 각자의 재배 기술을 가지고 있었지만 표준화한 방식을 전수하지 못하고 있다. 모이식품은 강원도 원주에 있는 업체에서 종균을 하나 얻어서 연구했고, 농촌진흥청을 방문해 문의를 하기도 했다. 2만번 실패 끝에 3년전 보리를 이용한 동충하초 재배에 성공했다.

전 이사는 "농촌진흥청 식량과학원에서 기초작물팀에서 연구한 품종 중 균을 도입하고 싶은 곡물이 있느냐고 문의해 3품종을 받았다. 보리 종자를 가지고 배지를 만들어 생산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모이식품은 동충하초 배지 생산을 위해 지역농가 8곳과 계약해 6만평에서 보리를 재배하고 있다.

◆고추장 막걸리 등 활용폭 넓혀 = 모이식품에서 재배하는 동충하초는 생산기간이 45~60일 정도로 짧다. 보리를 사용한 배지는 상대적으로 얇아 열건조하기 편리하다. 동결건조할 경우 용기가 커져야 하는데 보를 사용해 열건조할 수 있게 됐다.

이곳에서 연 35톤 정도의 동충하초가 생산판매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매출 10억원을 달성했다. 직원은 8명이 있다.

최근 동충하초 효능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유기농·친환경 동충하초 생산시설은 필수요건이 됐다. 무균실과 배양실 등 첨단 시험실도 모두 갖추고 있다. 미국과 베트남 등지로 수출길을 열었고, 할랄인증까지 받아 동충하초 차와 커피 대용 제품을 만들어 인도네시아 등으로 수출한다.

동충하초 재배실.

 

동충하초는 천연항생제로 방부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있다. 음식에 넣었을 때 부패를 느리게 한다. 된장에 넣으면 곰팡이가 덜 피고 감칠맛이 난다고 한다. 최근에는 막걸리 술도가에서도 동충하초를 이용하려고 기술 상담을 하기도 했다.

이같은 농업기술 개발로 모이식품은 2019년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의 벤처육성기업으로 선정됐다. 2021년에는 농림축산식품부 'A-벤처스'로 지정되기도 했다.

모이식품은 재배 기술을 더 발전시켜 동일한 동충하초에서 코디세핀 성분을 최대로 추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이영주 대표의 손자도 모이식품에 들어와 3대가 이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고 한다.

동일한 양에서 코디세핀 성분을 균일하게 최대로 추출할 경우 국내 동충하초가 세계 무대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가 열린다. 현재 국내 동충하초 농가를 다 모아도 중국 업체 1곳 만도 못한 수준이다. 때문에 국내에서는 양질의 코디세핀을 추출할 수 있는 동충하초 농가가 더 확대돼야 한다. 이를 위해 청년농과 귀농인들에게 동충하초 재배 기술을 전수하는 것이 새로운 목표로 제시됐다.

전 이사는 "모이식품은 동충하초를 재배해 식품으로 만드는 역할에서 끝날 것 같다"며 "앞으로는 동충하초 재배 기술을 전수하고 교육하는 일에 전념하고 싶다"고 전했다. 이를 위해 전 이사는 직접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전 이사는 "청년농들이 한번씩 와서 공부하고 배우고 간다. 동충하초 기술을 가르치고 체계화하는 것이 앞으로 남은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주=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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