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투표 이후 4일' 승부를 가른다

2023-10-13 11:18:12 게재

서울 강서구청장 보선, 민주당 본투표 선전

"이재명 등판·'김행랑' 등 정권심판론 작동"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진교훈 후보가 사전투표뿐만 아니라 본투표에서도 국민의힘 김태우 후보를 앞선 것으로 나왔다. 이는 진 후보가 김 후보를 두 자릿수 차이로 압승한 결정적 이유로 보인다. 진보성향의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보수성향의 국민의힘 후보에 비해 사전투표에서 앞설 것이라는 것은 예측 가능한 일이었지만 고령층이 많이 참여하는 본투표에서도 이길 것으로 보긴 어려웠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전투표가 끝난 이후 본투표가 있을 때까지의 표심 변동폭이 커졌다는 점에서 '4일의 변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3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개한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투표결과를 토대로 여론조사 전문분석기관 리서치뷰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6~7일까지 실시한 사전투표 득표율은 민주당 진 후보가 65.7%, 국민의힘 김 후보가 30.6%였다. 격차가 무려 35.1%p가 났다. 개표방송 초반에 진 후보가 김 후보를 크게 이긴 것이 사전투표함을 미리 열어 개봉한 때문이라는 분석이 확인된 것이다.

개표 후반부 지난 11일에 이뤄진 본투표함을 열면서 두 후보간 격차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김 후보의 득표율은 예상보다 빠르게 오르지 못했다. 전체 투표자의 53.4%가 참여한 본투표에서도 결국 김 후보는 47.0%를 얻는 데 그치면서 48.6%를 확보한 진 후보에 1.6%p 밀렸다.

리서치뷰 안일원 대표는 "민주당이 상대적으로 40·50대 등 진보성향 세대가 많이 참여하는 사전투표에서는 민주당이 많이 앞서지만 60세 이상의 참여도가 높은 본투표에서도 민주당 후보가 앞섰다는 것은 기존 추세와 달라 예측하지 못한 부분"이라며 "사전투표 이후 본투표 이전에 60대 남성의 이탈 등 현 정부에 대한 심판론 등이 강하게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번 보궐선거에서 유일하게 예측조사를 낸 리서치뷰는 사전투표 직후인 8~9일 이틀 동안 18세 이상 강서구민 1000명을 대상으로 예측조사를 실시했고 그 결과 '사전투표를 했다'고 응답한 유권자 답변을 분석해 63.2%가 진교훈, 30.0%가 김태우 후보를 찍었을 것으로 예측했다.(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 ±3.1%p) 실제치와 각각 2.5%p, 0.6%p 격차를 보여 오차범위 안에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적중했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본투표 득표율 예측이다. 리서치뷰는 진 후보가 40.5%를 얻고 김 후보가 52.8%를 확보할 것으로 봤다. 실제와 진 후보의 경우는 8.0%p 낮게, 김 후보의 경우는 5.8%p 높게 예상한 셈이다. 오차범위 밖의 '오판'이었다. 기존 투표문법과 다른 투표 행태가 나타난 셈이다.

안 대표는 "사전투표 이후 선거 막판에 막말이나 대형 이슈 등이 터지게 되면 대응하기도 어렵고 지지층이 몰리거나 빠져나가면서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며 "이번에는 구속영장 기각이후 24일간의 단식에서 나온 이재명 대표의 등판과 윤 대통령의 신원식 국방부장관 임명 강행, 김행 여가부 장관의 '줄행랑' 파장 확산 등으로 윤 대통령에 대한 비판 의식이 커지면서 60대 남성 중심으로 보수진영 지지를 철회하거나 중도층 일부가 민주당을 지지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자세한 내용은 내일신문 10월 12일 4면 인터뷰 참조) 그는 "앞으로 예측치를 분석할 때 사전투표 이후의 표심 변화를 어떻게 반영할 지가 관건"이라며 "사전투표를 하지 않은 유권자들이 대거 본투표에 몰리면서 막판에 선거결과가 달라지는 경우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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