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고가의료장비 공급 과잉

중소병원, 상급종합보다 MRI 3.6배 보유

2023-10-25 11:48:55 게재

간호사 불법의료 몰려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병원, 종합병원, 상급종합병원)들이 자기공명영상진단기 전산화단층촬영장치 등 고가 의료기기를 경쟁적으로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이를 운용할 인력 채용에는 소극적이여서 간호사가 불법의료 행위자로 내몰리는 원인이 되고 있다.

24일 대한간호협회에 따르면 상급종합병원보다 병원급의료기관이 MRI 3.6 배, CT 2.4배 많이 보유하고 있지만 영상진단·방사선 치료 행위를 위한 의료장비 1대당 운용 인력은 병원급의료기관은 0.32명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의료기관에서 사용하는 고가 의료기기는 MRI, CT, DR X-ray, 초음파영상진단기, C-Arm형 엑스선장치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장비를 의료기관들이 도입하기 위해 1대당 많게는 20억원, 적게는 3억원 이상 비용이 든다.

MRI는 2018년 1290대에서 2022년 1572대로 5년 새 21.86%(282대)가 늘었다. CT는 같은 해 1497대에서 1724대로 15.16%(227대)가 증가했다.

일반엑스선촬영장치는 6597대에서 7831대로 18.71%(1234대)가 늘었다. 특히 초음파영상진단기는 1만1727대에서 1만5172대가 설치돼 29.38%(3445대)나 폭증했다.

MRI CT를 보유하고 있는 경우는 병원급(MRI 803대, CT 753대), 종합병원(MRI 547대, CT 648대), 상급종합병원(MRI 221대, CT 318대), 요양병원(MRI 1대, CT 5대) 순이었다.

하지만 이들 의료장비를 의사의 지도하에 영상진단·방사선 치료 행위를 하는 전문인력인 방사선사는 2022년 말 현재 3만1427명으로 지난 5년 동안 6487명이 증가하는데 그쳤다. 병원급이 719명(전체 방사선사 5024명) 늘어났다. 종합병원 1523명(7310명), 상급종합병원 1323명(5358명) 각각 증가했다. 요양병원은 7명(1359명)이 감소했다.

의료장비 1대당 이를 운용할 전문인력인 방사선사 수는 병원급이 0.32명, 요양병원 0.41명, 종합병원 0.50명, 상급종합병원 0.75명에 불과했다.

간호협회 관계자는 "병원 운영자인 병원장이나 의사가 불법적으로 타 직역의 업무 수행을 지시하고 업무상 위력 관계로 인해 간호사는 그 지시를 거부할 수 없기 때문에 의료기관에서 간호사가 불법의료행위자로 내몰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들이 고가의료장비를 앞 다퉈 도입하면서 영상검사 건 수 증가와 함께 영상의학과전문의 부족, 과도한 판독업무 담당으로 인한 정확성마저 위협받고 있을 뿐 아니라 국민 의료비 상승 요인이 된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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