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TK … "문제는 박근혜가 아니라 무너지는 경제"
윤 대통령, 대선 때 압승한 TK서 갈수록 '실점' … 부정평가 더 높아
오늘 박정희 추도식 참석 … '박근혜 껴안기'로 TK 다독인다는 포석
"박근혜? 엉뚱한 대책 … 지역경제 침체·홍범도 이슈 매달린 게 문제"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오전 귀국하자마자 고 박정희 전 대통령 44주기 추도식에 참석한 건 '박근혜 껴안기'로 해석된다. 여권 텃밭으로 꼽히는 TK(대구·경북)에서조차 윤 대통령 국정지지도가 하락세를 보이자, 대책으로 '박근혜 껴안기'를 택한 것. '박심'(박근혜 마음)을 얻으면 TK 민심이 돌아올까. "TK 민심이 떠난 이유를 잘못 읽은 엉뚱한 대책"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여권에서는 텃밭인 TK 기류가 심상치 않다고 본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3.9 대선에서는 대구(75.14%)와 경북(72.76%)에서 압도적 지지를 얻었다. 하지만 이후 지지도는 하락세다. 한국갤럽 조사(17∼19일,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윤 대통령 국정지지도는 1주일 전보다 3%p 떨어진 30%를 기록했다. 6개월만에 최저치로 하락했다. 이번 하락세는 TK가 주도했다. TK 지지도는 1주일만에 58%에서 45%로 13%p 떨어졌다.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앞질렀다.
여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TK 출신이 아닌데다, '박근혜 국정농단 특검' 수사팀장을 한 경력이 TK 표심 이탈에 영향을 미친다고 해석한다. TK 민심이 회복되지 않으면 내년 총선에서 '이변'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비윤이나 친박 무소속이 TK에서 선전할 수 있다는 것. 여권은 수도권에 거주하는 TK 출신 표심도 걱정한다. 지역구마다 1000∼2000표차로 승패가 갈리기 일쑤인 수도권에서 TK 출신 표심이 압도적 지지를 보내지 않으면 여당으로선 낭패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여권의 TK 대응책은 '박근혜 껴안기'로 집약된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4월 당선인 신분으로 대구 달성군에 있는 박 전 대통령 사저를 찾아 "참 면목이 없다. 늘 죄송했다"며 박 전 대통령 명예회복과 정책 계승을 약속했다. '박심'에 대한 적극적 구애로 비쳤다.
윤 대통령은 이후에도 박 전 대통령을 다시 만나기 위해 일정을 조율했지만 박 전 대통령 건강 문제 때문에 불발됐던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달 추석을 앞두고도 회동을 조율(내일신문 9월 6일자 참조)하다가 결국 윤 대통령이 26일 박정희 전 대통령 추도식을 찾는 것으로 결론났다. 이날 추도식에는 여당에서 김기현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 인요한 혁신위원장 등이 총출동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극진한 대우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에는 추도식 전날 현충원을 찾아 박정희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했다.
윤 대통령이 흔들리는 TK 대응책으로 '박근혜 껴안기'라는 해법을 내놨지만,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TK 출신 정치평론가 김철현 경일대 특임교수는 25일 "공공요금 폭탄고지서와 장바구니 물가 폭등 등 민생경제가 힘든데다, 지방경제는 관급공사로 먹고사는데 세수 결손이 커서 돈이 돌지 않고 있다. 경제가 힘든데 (윤 대통령이) 홍범도 흉상 이전 같은 정치적 이슈에만 매달리니까 불만이 커진 것"이라며 TK 기류를 설명했다. TK 민심 이탈은 '박근혜' 때문이 아니라 민생·지방경제 침체와 잘못된 국정기조 때문이라는 것이다.
김 특임교수는 윤 대통령의 '박근혜 껴안기'를 향해 "윤 대통령이 박근혜 국정농단 특검의 수사팀장으로서 어떤 빚이 있다는, 개인적 감정이 앞선 것으로 보인다. (TK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약간의 향수는 있지만 (박 전 대통령의) 정치적 영향력은 거의 사라졌다. 박 전 대통령을 껴안아 TK 민심을 달랜다? 엉뚱한 대책이다. 박근혜 변수를 크게 평가하는 건 내년 총선판을 제대로 못 읽는 것이다. TK 민심을 완전히 오해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권에서는 '박근혜 껴안기'가 보수층·영남권 등 지지층 결집에만 매달리는 모습으로 비쳐질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여권 인사는 26일 "윤 대통령이 이념전쟁을 통해 지지층 결집에만 집착한다는 비판이 강서구청장 참패의 원인으로 꼽히는 마당에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매달리는 듯한 모습은 확장전략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