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과학&생물다양성│인터뷰 - 송형근 국립공원공단 이사장

"시민과학으로 전국민이 미래환경 지킴이"

2023-11-13 11:05:24 게재

고지대 보전은 확실히, 기업과 협력 통해 지역부흥 … 새로운 연결망 기획, 예산 부담도 덜어

"환경의 중요성은 모든 국민들이 다 공감하실 겁니다. 각 영역에 흩어져 있는 이러한 마음들을 엮어내 자연보전을 위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공공영역에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6일 송형근 국립공원공단 이사장은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인터뷰 내내 '시민과학'을 강조했다. 환경의식이 높은 우리나라 국민들의 집단지성이 모인다면 한층 진일보한 사회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믿음에서다. 여기에 기업들의 마음까지 더해진다면 예산 부담도 한결 덜 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시민과학이 미래세대를 위해 온 국민의 힘을 한곳에 모으는 '제2의 새마을운동'이 되길 바라는 송 이사장과의 인터뷰는 서울 북한산스마트워크센터에서 이뤄졌다.

송형근 국립공원공단 이사장│△환경부 자연환경정책실장(2018년 12월~ 2020년 10월)△환경부 대변인(2018년 8~12월) △환경부 물환경정책국장(2017년 10월~2018년 8월) △낙동강유역환경청장(2016년 6월~2017년 10월) △수도권대기환경청장(2013년 4월~2016년 5월) △환경부 환경보건정책관(2012년 12월~2013년 4월)△대구지방환경청장(2011년 2월~2012년 1월). 사진 이의종

■시민과학을 강조하는 걸로 알고 있는 데, 이번 정부 기조와 다른 측면이 있지 않나.

그렇지 않다. 국립공원은 국민을 위한 곳이다. 많은 국민들이 국립공원을 사랑하고 보호하는 일에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 국민들은 물론 기업들 마음속에는 이미 그러한 생각이 들어있다. 국립공원공단이 이 마음들이 현실에서 잘 만날 수 있도록 기획을 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업들은 환경·사회·투명경영(ESG) 때문에라도 환경과 관련한 '무엇'을 하고 싶어 한다.

환경부에서 생태모니터링 등을 하는 데 조사체계를 이원화하면 좀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왔다. 대학 연구진들이 조사를 하는 게 일반적인데 궁금했다. 여러 큰 산들을 어떻게 시의적절하게 조사를 할 수 있을까. 그렇다고 우리 직원들이 다른 업무들을 다 제쳐두고 모니터링에만 매진할 수도 없는 게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들과 함께 한다면 좀 더 세밀한 모니터링이 가능해진다. 물론 적절한 교육은 반드시 사전에 이뤄져야 한다. 국민들 개개인이 원하는 영역에 맞춰 교육을 해드리고 도와드리면 된다. 어차피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혼자서 해낼 수 있는 것은 없다. 우리 직원들에게 늘 말한다. 뜻만 있다면 주위에 도와줄 사람들은 정말 많이 있다고.

■실제 성과를 낸 사례가 있나.

△오대산 긴점박이올빼미 인공둥지 모니터링 △치악산 붉은박쥐 서식지 조사(동면, 이주시기 파악) △태안해안 해변길 생물 모니터링(해변길 탐구생활 책자 제작) △경주 문화재관리단 비지정 문화재 모니터링 △덕유산 광릉요강꽃(멸종위기식물) 신규 자생지 발굴 조사 △한려·다도해 무인도서 해중생태조사와 나팔고둥, 푸른바다거북(멸종위기종) 구조·방사 등 다양한 일들을 한다.

국민들이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은 정말 크다. 올해 당초 목표인 450명 보다 3배나 많은 시민과학자 1345명을 모집해 활동 중이다. 시민과학자들께서 하는 과제는 무려 49개나 된다.

앞으로 좀 더 시민과학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미국공원청(NPS) 처럼 인터넷 공간을 활용해 활동상을 홍보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분야별 참여자에 대한 심화교육을 지속하는 건 기본이다. 시민과학자들이 서로 성과 공유를 통해 더 발전할 수 있도록 공유의 장도 만들어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민과학을 강조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국립공원 지역에 편입하는 걸 꺼려 하는 주민들도 있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더더욱 시민과학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립공원과 생물다양성 생태계의 중요성을 보다 많은 국민들이 체감하고 지지자가 될 수 있도록 공공기관에서 역할을 해야만 한다.

'자연공원법 제2조의2 기본원칙 4호'에서도 '자연공원은 지역사회와 협력적 관계에서 상호혜택을 창출할 수 있도록 관리되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어렵지만 이를 구현해 내는 게 정부의 역할이다.

국립공원공단에서는 국립공원에 사는 주민들을 위해 주거 생활환경을 개선하거나 소득증진을 지원하는 등 다양한 지역협력사업을 실시 중이다. 마을 특산물 판매 등 장터를 운영하거나 특산물 판매장 및 공용민박 조성 등 수익시설을 마련해 주민 소득 증진에도 도움이 되기 위해 노력한다. 실제로 △무등산 평촌마을과 도원마을 △태백산 백천마을이 명품마을로 선정된 뒤 주민 소득이 약 12.3배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낙도지역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립공원 '낙후지역 생활환경개선사업' 예산을 신규 확보해 전남 진도군 외병도, 경남 통영시 만지도에 급수 공급 및 오수처리시설을 설치했다. 앞으로도 '누구나 가고 싶고, 살고 싶은 공원마을'을 조성해 지방소멸위기를 이기는 지역 부흥의 성공적인 모델로 만들어 갈 계획이다.

■국립공원에서 기업의 역할은 무엇인가. 최근 기업의 그린워싱 논란이 있기도 했다.

현대건설에서 국립공원에 자원봉사센터를 만들어 준 적이 있다. 이 사례를 좀 더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이 없을까 고민을 했다. 기후변화 생물다양성 탄소중립 등에 대해 관심이 커지면서 기업들도 참여를 하고 싶어 한다. 기업이 환경 분야의 ESG 경영활동 시 국립공원을 플랫폼으로 이용하도록 '그린플랫폼' 전략을 세웠다. 이른바 '자연과 사람을 잇는' 플랫폼이다.

이러한 전략을 바탕으로 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ESG 6개 분야 75개 사업의 ESG 플랫폼을 2021년에 구축했다. '아고산대 기후변화 대응 스테이션 운영(한화솔루션 3억원)' '해양생태계 복원사업(KDB산업은행 2억원)' '지리산 반달가슴곰 및 도서 숲 복원 사업(두산 2억6000만원)' '북한산 우이령길 보전·관리사업(HD현대 건설기계 부문 3사)'등이다. 이외에도 기업 임직원들이 자원봉사에 참여해 생물다양성 증진을 위한 활동도 한다.

앞으로도 기업 특성에 맞는 맞춤형 신규 아이템을 발굴해 협력기업들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할 생각이다. 이는 곧 국가 예산 절감에도 도움이 된다.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등 자연훼손에 대한 우려가 큰데.

고지대를 보전하기 위해 저지대 위주로 탐방 문화를 유도한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 설악산 오색케이블카의 경우 경제성이 제일 관건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시범사업에 대해 철저한 사후관리와 모니터링을 시행해 자연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또한 케이블카 운영 매출액의 5퍼센트를 환경보전비용으로 적립한다. 기존 케이블카 사업이 적자가 나는 경우가 많아 운영수익을 기준으로 했을 때 환경보전비용을 하나도 걷을 수 없는 문제가 있었다.

국립공원은 국가 핵심생태계이다. 사업시행자인 양양군과 공동협력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훼손을 최소화하겠다.

■팔공산 외에도 추가 국립공원 지정 가능성이 있나.

팔공산을 포함한 23개 국립공원 이외에도 우리나라의 수려한 자연생태계와 경관, 문화자원을 보유한 제주, 부산 금정산·낙동강 등이 현재 국립공원으로 지정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평가된다. 이외에도 우리나라 핵심 보호지역을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 이 보호지역을 관리하는 데 국립공원공단이 충분히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국립공원을 포함해 도립·군립공원, 생태·경관 보전지역, 그리고 국립공원공단에서 복원을 추진한 반달가슴곰의 서식지역 등을 통합 관리 할 필요가 있다. 이미 국립공원공단은 운문산 생태·경관 보전지역, 새만금 환경생태단지를 위탁관리하며 보호지역 관리 노하우와 역량을 입증했다. 장기적으로 국가 보호지역 관리수준을 높이고 지역의 생태관광 거점으로 새로운 지역발전 모델을 제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관련기사]
서식지 중심으로 반달가슴곰 종복원
[국립공원은 블루·그린카본 보고] 탄소중립 목표 달성위해 융합 연구지원 강화해야
'자연공존지역' 효과 높일 방안 강구 시급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김아영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