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보다 재범률 높은 상습 음주운전 증가 '차량 압수'로 대응

2023-11-13 11:28:38 게재

경찰, 7월 1일 이후 162대 … 2명 중 1명, 3회 이상 전력

78%가 면허 취소 수치 … '운전자 바꿔치기' 75명 입건

#1. A씨는 지난달 3일 오후 6시 30분쯤 충남 청양군 청양읍에서 음주운전을 하다 주차된 차량 2대를 들이받고 12㎞가량 도주했다가 집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당시 A씨 혈중알코올농도는 0.123%로 면허 취소 수준이었다. A씨는 음주운전 4회와 무면허 운전 2회 등 동종전과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6월에도 무면허 운전을 하다 적발돼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A씨는 집행유예 기간 중 재범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재범 위험성이 높다고 보고 법원에서 압수 영장을 발부받아 A씨의 1톤 차량을 압수했다.

#2. 인천 삼산경찰서는 지난달 19일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과 무면허운전 혐의로 30대 B씨를 구속해 검찰에 송치했다.
A씨는 지난 8월 6일 오전 9시 45분 인천 부평구 한 도로에서 술을 마신 채 무면허로 차를 운전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거 당시 A씨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0.08% 이상으로 면허취소 수치인 걸로 파악됐다.
그는 지난해 음주운전 사고를 낸 혐의로 기소돼 재판 받던 중 음주운전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이번 범행까지 총 6차례에 걸쳐 음주운전 전력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A씨는 경찰로부터 여러 차례 출석 요구를 받았으나, 지방 출장 등을 이유로 출석을 미루다 잠적한 전적이 있다. 이에 경찰은 A씨가 고의로 출석에 불응했다고 보고 추적을 통해 검거, 피의자 소유의 차량을 압수했다.
경찰의 음주운전 단속 장면. 연합뉴스 홍기원 기


13일 경찰청 등에 따르면 경찰이 음주운전 사고를 낸 운전자의 차량을 잇달아 압수하고 있다.

◆검·경 합동 음주운전 근절 대책 추진 = 이는 코로나19 방역규제가 풀리면서 음주운전이 다시 급증하자 검찰과 경찰이 지난 7월 1일 '검·경 합동 음주운전 근절 대책'을 마련해 인사사고를 내거나 상습적으로 음주운전을 하는 운전자 차량을 압수하기로 한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르면 음주운전 중 사고로 사망자 또는 다수 부상자가 발생하거나 음주 뺑소니, 재범, 다른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죄를 저지른 경우 차가 압수 대상이다. 5년 내 음주운전 2회 이상 전력자가 사람을 다치게 하거나 3회 이상 전력자가 단순 음주운전을 한 경우도 포함된다. 또 상습 음주 운전자는 구속해 수사하고, 특히 운전자 바꿔치기·방조 행위에 대해서도 적극 수사하고 있다.

◆차량 매각 국고 귀속 =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7월 1일부터 10월 31일까지 상습 음주운전자에 대한 특별수사를 통해 피의자 162명에게서 차량 162대를 압수했다. 영장에 의한 압수는 29대, 임의 제출 형식이 133대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대비 81배 증가한 수치로, 압수한 차량은 법원에서 최종 몰수 판결을 받게 되면 공매절차 등을 거쳐 매각대금이 국고에 귀속된다.

현행 형법 48조는 범죄에 제공된 물건, 즉 범행에 사용된 물건을 몰수의 대상으로 정하고 있다. 음주운전의 경우 자동차가 범행에 사용된 물건이라는 점에서 음주운전에 사용된 자동차는 몰수의 대상이 된다. 특히, 렌터카나 리스차량과 같이 운전자의 소유가 아닌 차량의 경우에는 그 가액만큼 추징이 가능하다.

◆음주운전 방조 30명 입건 =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면허 취소 수치(0.08% 이상) 상태로 운전한 경우가 대부분(127명, 78.4%)이었다. 이 중 혈중알코올농도 0.2% 이상의 만취 상태로 운전한 피의자는 27명(16.7%)에 달했다.

경찰은 음주 경력이 3회 이상인 경우(82명, 50.6%)에는 재범 우려 등을 고려했고, 초범인 경우(28명, 17.3%)에도 사망·도주 등 피해의 중대성을 고려해 적극적으로 압수했다.

경찰은 이들 외에도 특별수사 기간 음주운전자 1123명을 위험운전치사상 혐의로 검거했다. 경찰은 음주운전자 대신 운전했다고 허위 진술한 이른바 '운전자 바꿔치기' 사범 75명(구속 2명)과 동승자 등 음주운전 방조 피의자 30명도 입건했다.

경찰 관계자는 "음주 운전 근절을 위해 검찰 등 관계기관과 긴밀히 협업해 다각도 노력을 마련할 예정"이라며 "'음주 운전을 하면 차량도 압수될 수 있다'라는 국민적 인식을 확고히 정착시켜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교통 환경 조성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음주운전 상승세로 전환 = 한편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음주운전 단속은 13만283건, 음주운전 사고 발생은 1만5059건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인 2019년(단속 13만772건, 사고 1만5708건)과 유사한 수준이다. 2020년에는 11만7549건, 2021년에는 11만5882건이 단속됐다.

더욱 심각한 건 음주운전 재범률이다. 음주운전 재범률은 40~45% 수준으로 마약사범 재범률보다도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적발된 마약사범 1만8395명 가운데 재범인원은 6436명으로 재범률이 35%였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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