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장·현장공무원 '밥상' 나누며 소통
강북구 복지·조직문화 개선 논의
민원고충 공유하고 추억 남기기도
지역 대표 전통시장인 백년시장 내 소문난 맛집에서 특별히 공수해온 초밥도시락이 오늘 점심이다. '구청장'부터 '국공립어린이집' '과 서무' 등 이름과 담당업무를 적은 팻말이 각자의 앞에 놓여 있다. 점심식단을 어떻게 정하는지, 공무원들이 선호하는 점심식단은 무엇인지 주거니 받거니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도시락이 바닥을 보인다.
15일 강북구에 따르면 이순희 구청장은 민선 8기 1주년을 맞아 공무원들과 점심을 함께하며 소통 중이다. 현장 공무원들을 격려하면서 근무환경이나 조직문화는 물론 구청장에게 개인적으로 궁금한 사항까지 다양한 주제로 편안한 대화를 나누자는 취지로 기획했다. 지난 8월 시작해 이달 말까지 이어지는 '구청장과 직원과의 소통 간담회'다. 구는 "소통 중심 조직문화를 만들어간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주차관리과 부동산정보과를 시작으로 청소년과 환경과 등 공무원들이 구청 다목적회의실과 미아동복합청사, 번동 보건소와 수유동 보건지소에서 구청장과 만났다. 37개 부서 약 740여명이 대상이다. 7~9급 공무원과 팀장 보직을 기다리는 6급까지 대화에 참여한다. 민원여권과 세무과 등 민원응대 부서는 필수인원을 제외하고 모인다.
이순희 구청장은 간담회 직원별 업무분장 자료를 전달받고 현장에서 소통한다. 점심식단은 도시락이나 햄버거 피자 등 젊은 직원들이 선호도를 반영해 정한다. 간담회가 시작되기 직전이면 구청장이 과·팀장 등을 떠밀어 직원들과 분리(?)시키는 일도 잊지 않는다.
종갓집서 자란 구청장과 요즘 직원들 간식부터 몸 건강을 위한 운동이나 영양제, 일상생활까지 자유로운 이야기가 이어지는 동안 참가자들 표정이 밝다. 특히 이 구청장이 "공공에서 개인 문제를 모두 해결해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민원인도 있다"며 "불합리한 부분도 있지만 잘해줘서 고맙다"고 인사를 건네자 공감대가 커진다.
이 구청장은 일하는 과정에서의 불편함, 이를 덜 수 있는 복지와 관련해 목소리를 내달라고 주문했다. 그는 "미아동청사와 보건소 구내식당이 현재 외주로 운영 중인데 '본청처럼 해달라'고 해서 내년부터 직영으로 전환하고 식단도 통일한다"고 사례를 전했다. 6층에 직원 휴게실을 신설하고 커피기계를 들여놓은 일, 삭막했던 옥상에 벽화를 더한 일도 소통 결과물이다.
박종하 여성가족과 서무는 "시간가는 줄 모르고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며 "구청장이 더 가깝게 느껴진다"고 소감을 전했다. 김희람 주무관은 "주민들에게 저자세를 요구하지 않고 식구라는 얘길 들으니 좀더 마음 편히 업무를 할 수 있겠다"며 "먼 존재라고만 생각했는데 직원 복지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들어주실 것 같다"고 말했다.
소통의 마지막은 단체사진이다. 이순희 강북구청장은 "사진을 인화해서 액자에 담아놓고 함께 일했던 서로를 기억하면 좋겠다"며 "휴대전화를 항상 열어두고 있을테니 업무·복지와 관련된 이야기는 언제든 마음 편히 얘기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