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유림영림단, 협동조합 변신 … 숲의 가치 높인다

2023-11-15 11:37:11 게재

개인사업자에서 사회적경제 조직으로 새출발

산림관리 공적기능 지속가능 방안 확보해야

작업환경 열악해 중대재해처벌법 대비 시급

한국의 산림면적(2020년 기준)은 약 629만ha다. 전체 국토면적(1004만여ha)의 62.3%를 차지한다. 국토면적 대비 산림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4위다.
국유림영림단원들이 산에서 벌채를 하고 있다. 사진 산림청 제공


숲은 가치와 활용도가 매우 높다. 숲을 거닐면 마음의 안식과 위로를 받는다. 건강은 덤이다. 숲은 공기정화 기후조절 탄소저장 홍수예방 등 지구환경을 지키는 파수꾼이기도 하다.

어디를 가든 쉽게 만나는 숲이 원시림이 아닌 건 누군가에 의해 관리되고 있다는 의미다. 산이나 숲을 의미하는 산림은 소유자에 따라 국유림과 공유림, 사유림으로 구분된다. 우리 산림 중 개인이 소유하고 있는 사유림이 66.1%로 가장 많다. 국가가 주인인 국유림이 26.2%, 지방자치단체나 기타 공공단체가 소유하고 있는 공유림이 7.7%다.

한달에 한번 이상 산을 찾는 등산객은 연간 1800만명으로 추산된다. 이들이 주로 찾는 산의 대부분은 국가가 관리하는 국유림이다. 국유림 대부분은 고도가 높고 경사가 가파르다. 척박한 환경을 아름답게 가꾸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있다. 바로 '국유림영림단'이다. 전국에서 142개가 활동 중이다. 단원은 총 1375명으로 추정된다.

◆지역사회와 상생 = 영림단은 1984년 시작됐다. 한국과 독일 정부가 공동으로 산림작업 기능인 양성을 위한 임업기능 인력양성기관 'Forest Work Training Center'(현 산림조합중앙회 임업기계훈련원)를 강원도 강릉시에 설립하면서 시작됐다. 내년이면 40주년이 된다.

울진국유림영림단원들이 작업전 안전교육을 받고 있다. 사진 울진국유림영림단사회적협동조합 제공


영림단은 국가로부터 국유림 관리 위탁을 받아 국유림을 돌보고 가꾼다. 나무를 심고 솎아내고 베는 산림사업은 물론 산불진화와 재해방지, 산림복구 등이 이들의 손을 거친다. 영림단 활동은 모두 공적기능에 속한다.

2019년 영림단에 새로운 기회가 찾아왔다. 산림청은 개인사업자이던 영림단의 사회적협동조합 전환을 추진했다. 국유림 관리주체인 영림단의 공적기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4년여가 지난 지금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전환한 영림단은 134곳 중 80여 곳이다. 영림단 중 65% 정도가 협동조합으로 전환했다.

강혜영 산림청 산림복지국장은 "영림단의 협동조합 전환은 지속가능하고 안전한 국유림 관리를 위해 중장기적으로 필요했다"고 전했다. 협동조합 전환을 계기로 영림사업 외에 우수한 임업기술과 지식을 활용한 다양한 사업으로 지역사회와 상생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새로워진 국유림영림단은 지역사회와 상생에 나서고 있다. 올해 울진군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하자 누구보다 산과 나무를 잘 알고 있는 국유림 영림단은 산불 진화선 구축에 앞장섰다.

강원도 양구에 위치한 양록국유림영림단은 2020년 6월 강원도 북부지역 국유림을 관리하는 민북 국유림관리소와 695만여m²(513만평)의 국유림 보호협약을 맺고 활동하고 있다. 협동조합은 5년간 지역주민과 함께 국유림을 관리해주는 대신 송이 잣 등 국유림에서 수확한 임산물과 부산물을 수익창출에 활용하게 됐다. 공익기능과 수익활동을 동시에 해결한 것이다.

울진국유림영림단은 2020년 5월 울진군 두천리 산채·약초 숲 조성사업 수행주체로 선정됐다. 산채와 약초 재배단지 10ha를 조성한 사업으로 그동안 취약했던 겨울철 일감확보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작업환경 열악해 재해율 4.2% = 하지만 영림단의 사회적협동조합 전환 후에도 풀어야 할 숙제는 여전하다.

먼저 안전문제다. 영림단 작업환경은 항상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5kg에 육박하는 전기톱을 메고 험난한 지형을 누비며 10m 이상의 나무를 베야 한다. 다치고 벌에 쏘이는 등 산업재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

2022년에도 산림청의 국유림 '숲가꾸기사업' 과정에서 벌목작업 노동자 2명이 숨졌다. 2020년 국유림영림단에서 발생한 산업재해(요양승인 기준)는 58건(사망 1명)으로 그해 영림단원이 1375명인 점을 고려하면 재해율이 4.3%에 달한다.

특히 산속에서 작업이 이뤄지는 만큼 부상자 긴급이송도 어려워 사고예방이 더욱 중요하다. 영림단 규모가 영세하고 종사자 연령대가 60대인 점도 안전관리에 취약한 지점이다.

영림단 대부분이 내년 1월 27일부터 중대재해처벌법 대상 사업장에 포함된다. 사업장의 안전위험요인을 방지하는 활동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현재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보호장구 착용과 교육은 상시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영림작업은 현장 특성상 상당부분 작업자의 능력과 경험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한계가 있다.

국유림영림단 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의 김 화 부회장은 "작업별 사고예방지침에 대한 세밀한 연구와 보완이 시급하다"면서 "신소재와 스마트기술을 접목한 작업기구 경량화와 첨단 보호장구의 개발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겨울철 휴직기 일자리 필요 = 안정적인 일자리도 확보해야 한다. 땅이 어는 겨울철 3~4개월은 일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영림단은 25년간 대부분 계절형 개인사업자 형태로 운영돼 왔다.

개인사업자일 때는 동절 휴직기에 실업급여로 버텼지만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전환한 후에는 일이 끊겨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다. 영림단원은 일용직과 비슷한 불안정한 일자리인 셈이다.

영림단의 사회적협동조합 전환을 지원하고 있는 김병우 다울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은 "영림단원의 고령화와 농·산촌의 인구 유출이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영림단은 지역 애착이 강한 조직으로 농·산촌 사회안전망 역할까지 할 수 있어 영림단원의 안정적인 일자리를 위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국유림영림단 사회적협동조합들은 이러한 고민을 연대로 해결하기 위해 뭉쳤다. 지난 10일 국유림영림단 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가 정식 출범했다. 60개 국유림영림단 사회작협동조합이 참여했다.

편두희 국유림영림단 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 회장은 "영림단은 누구보다 지역과 숲을 잘 알고 지역에 애착이 강해 산림을 함께 가꾸는 지역공동체"라며 "연합회 결성을 계기로 회원사와 연대를 통해 지속가능한 산림 공익기능과 지역공동체를 지키는 교두보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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