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브로커' 연루 경찰관 무더기 직위해제
광주경찰청 2명, 전남경찰청 7명
내부서 '승진 제도 개혁' 목소리
광주경찰청은 사건 브로커 성 모씨로부터 금품 수수 의혹이 있는 광주 북부경찰서 소속 A경정을 직위해제했다고 26일 밝혔다.
이번 조치는 검찰이 A경정이 과거 광산경찰서 수사부서 재직 당시 브로커 성씨가 관여한 가상화폐 사기 관련 사건 수사 무마 또는 편의 제공에 연루, 입건한 데 따른 조처다. A경정은 당시 성씨가 제공한 청탁성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해당 사건 관련 핵심 피의자는 일부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검찰은 지난 10일 A경정의 사무실과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하고, 최근 대면 조사를 실시했다.
광주경찰은 또 브로커 성씨에게 자신의 승진 인사 청탁을 한 혐의를 받고 있는 광주경찰 소속 경감급 정보경찰관 B경감도 직위해제했다.
◆입건 전·현직 경찰 11명 달해 = 앞서 전남경찰청은 제삼자 뇌물교부 혐의로 수사 대상이 된 소속 경찰관 5명(경정 2명·경감 3명)을 직위 해제했다.
이들은 모두 2021년 '심사'를 통해 승진했다. 심사는 인사권자의 판단이 크게 작용하는 경찰 승진 제도다. 이들은 앞서 구속기소 된 전직 경찰관 C씨를 통해 성씨에게 승진을 부탁한 혐의를 받고 있다.
2021년 당시 전남경찰청장을 지낸 퇴직 치안감 D씨도 검찰 수사선상에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D씨는 검찰의 강제수사를 앞두고 지난 15일 경기도 한 야산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검찰은 지난 23일 이들이 근무하는 전남경찰청과 목포경찰서 등 7곳을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에 포함된 퇴직 경찰관(경감) 1명도 수사 개시 통보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브로커 성 모씨의 인사 청탁 비위를 보강 수사하는 과정에 이들의 혐의점을 포착, 강제 수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성씨는 2020년 8월 20일부터 2021년 8월 25일 사이 사건 관련자들에게 수사 무마 또는 편의 제공, 승진 인사 청탁 명목 등으로 고가의 승용차와 17억42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지난 8월 구속기소 돼 재판받고 있다.
검찰 수사가 이어지면서 입건된 전·현직 경찰관은 현재까지 치안감 1명, 경무관 1명, 경정 3명, 경감 6명 등 11명에 달한다. 검찰은 또 광주지검 소속 검찰 수사관 1명을 구속하고 1명은 불구속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
◆경찰청 대대적 특별감찰 = 이런 가운데 경찰의 노동조합 격인 전국경찰직장협의회(경찰직협)가 '사건브로커' 의혹과 관련해 경찰청의 감찰과 승진 제도 개혁 등을 촉구하고 나섰다.
경찰직협은 지난 23일 기자회견을 열어 "경찰청은 경찰 승진 인사 비리에 대해 한 개인의 일탈로 치부할 게 아니라 조직 내부에 잔존하는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고 부정부패 척결을 위해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날 "부정한 인사청탁과 인사개입을 시도한 자들에 대해 검찰 수사와 별개로 경찰청에서 감찰해 징계하라"고 주장했다. 이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개혁적 승진 인사 제도를 마련하라"며 "승진 인사에 대한 절차와 기준을 명확히 하고 평가 과정과 결정 사항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등 근무평정제도를 전면 개선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인사청탁 부정부패'에 대해 "심사나 특진 등 경찰 내부 인사 과정에서 점수가 완전히 공개되지 않고, 결정권이 있는 고위직의 주관적 평가에 따라 서열이 바뀌고 인사가 좌지우지되는 데 기인한다"고 주장했다.
또 "현 승진제도는 민간인 인사 브로커나 학연·지연·혈연 등을 동원하고 돈으로 매수해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세력에 의해 혼탁해지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며 투명하고 공정한 승진 인사 제도 마련을 촉구했다.
한편 전·현직 고위 경찰관 연루 사건에 대한 수사가 확대되면서 경찰청은 인사 청탁 여부 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기 위해 이달 20일 전국 시도경찰청과 일선 경찰서를 대상으로 특별감찰에 착수했다. 다음달 3일까지 2주간 이뤄지는 이번 감찰에는 본청을 비롯해 각 시도청 인력이 대거 투입된다.
경찰은 이번 감찰에서 △인사청탁, 인사갑질 등 부적절 행태 △복무기강 확립 실태 △관서별 조직개편 후속조치 경과 및 이행실태 등을 점검하고 있다.
특히 경찰청은 지연, 학연, 종교 등이 기반이 된 각종 모임 중 인사 개입 및 특혜 제공, 지역 토호 세력의 인사 개입 여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