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중소기업 부실' 급증에 본격 구조조정 준비
2023-11-27 10:42:58 게재
코로나 기간 대출 1조700억엔 부실
'사업재생 위한 지원'에 초점 맞춰
한국도 '한계기업 사업재편' 시급
27일 금융감독원 동경사무소에 따르면 일본 금융청은 금융기관에 대해 부실 중소기업의 자금수요에 초점을 두기 보다는 사업재생을 위한 실질적 지원이 되도록 지원 전략의 변경을 유도하고 있다.
일본은 코로나 시기 중소기업들이 받은 무이자·무담보 대출(제로·제로 대출)의 채무상환이 올해 4월 이후 본격화되면서 부실 기업이 크게 늘고 있다. 일본 회계검사원 발표에 따르면 코로나 기간 중 취급된 코로나 관련 대출 19조엔 중 약 1조700억엔(한화 약 9조3500억원)이 회수 불능 등 부실채권으로 드러났다. 19조엔 중 대부분은 제로·제로대출이다.
일본정책금융공고 및 상공조합중앙금고가 취급한 코로나 관련 대출 중 회수불능은 1943억엔, 회수가 어려운 부실채권은 8785억엔으로 대출 총액의 약 6% 수준에 해당된다.
시장에서는 내년 4월 제로·제로대출의 변제 부담이 최고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면서 금융청이 선제적 대응에 나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금융청은 변제 대상 기업에 대한 금융기관의 차별화된 지원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금융기관이 거래처와 적극적으로 소통함으로써 경영악화 징조를 조기에 포착하고 기업의 경영개선 계획 수립에 도움을 주는 한편, 사업재생을 위한 경영전략을 제시하는 등 컨설팅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도록 촉구했다.
사업재생은 기업이 파산상태에 빠졌을 때 기업청산 대신 채무의 일부변제 또는 변제기일 연기 등을 채권자와 논의하거나 수익성·경쟁력 있는 사업의 재구축 같은 해결책을 모색하면서 사업을 재생하는 것을 말한다.
일본정책금융공고(정책금융기관)는 지난 2021년 중소기업과 금융기관이 사업재생에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 하에 '중소기업 사업재생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가이드라인은 '평상시', '유사시', '사업재생계획 성립 이후의 팔로우업' 등 각 단계별로 중소기업 및 금융기관의 대응을 명시했다.
'유사시'는 중소기업의 수익력 저하, 과잉채무로 재무내용 악화, 자금회전 악화 등이 발생해 경영에 지장이 생기거나 생길 우려가 있는 경우를 말한다. 이때 금융기관은 사업재생계획 수립을 지원하고 전문가를 활용해 지원해야 한다.
또 채무감면과 지원 등 유사시 대응을 단계적으로 정리하고 이후 사업재생계획을 모니터링, 필요에 따라 계획 재검토 여부를 살펴야 한다. 일본은 금융청이 금융기관을 상대로 중소기업의 사업재생 지원을 유도하는 한편, 중소기업 정책 주관 부서인 중소기업청은 올해 안에 '채무의 주식화'와 '경영자 교체' 등 중소기업 경영개선 전반에 대한 종합 대책을 수립할 예정이다.
한국도 2019년 정부 관계부처들이 모여 '중소기업 맞춤 사업구조 개선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상시적 사업전환으로 제2의 창업을 촉진하고 성장 잠재성이 높은 기업의 경영악화를 방지하는 등 중소기업 신용위험평가를 토대로 구조개선기업에 자금과 컨설팅을 지원하기로 했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 중소기업들의 경영악화로 연체율은 계속 상승하고, 신규 대출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중소기업들의 줄도산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정부의 선제적 대응은 보이지 않고 있다.
금융당국은 채권은행을 통해 기업들에 대한 신용위험평가를 진행하고 있으며 조만간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다. 다만 신용위험평가에 따른 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부실징후기업이지만 정상화 가능성이 높은 C등급 기업에 대해서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에 따른 워크아웃 절차가 진행돼야 하지만, 기촉법 일몰에 따른 재입법 논의가 국회에서 중단되면서 워크아웃제도를 더 이상 활용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이경기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