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장애주민 이어주는 '특별한 밥상'

2023-12-04 10:49:17 게재

관악구 장애인행복센터 주방 활용

바깥 나들이하며 사회관계망 형성

"나이 들면서 눈이 침침해졌는데 몇년 전부터는 잘 안보여요. 경로당 다니기도 힘들어서 집에만 있어요. 친구도 없고…."
박준희 관악구청장이 지난달 별빛나래 행복밥상 차림에 동참, 식사를 나르고 상차림의 의미를 주민들과 공유했다. 사진 관악구 제공


서울 관악구 서림동 주민 안병엽(86)씨가 오랜만에 외출을 감행했다. 관악구장애인행복센터에서 따뜻한 밥 한끼를 모시고 싶다며 초대 전화를 해온 게 발단이었다. 청룡동 센터까지는 대중교통으로 10~20분 가량. 만만치 않은 거리였지만 결과는 대만족이다. 안씨는 "생각보다 준비를 잘했더라"며 "모든 게 다 만족스러웠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분들과 인사를 많이 나누지 못해 아쉽다"면서도 "한번 더 만나면 친하게 지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4일 관악구에 따르면 구는 홀몸 고령 장애인이라는 삼중고에 처한 주민들을 지원하기 위해 특별한 밥상을 차리고 있다. 지난 10월 18일 처음 시작한 '별빛나래 행복밥상'이다. 장애 노인들에게 밝은 빛과 날개(나래)를 더해준다는 의미다.

급속한 인구 고령화에 따라 고령 장애인 특히 1인가구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관악구의 경우 장애인 4명 중 1명이 1인가구다. 그 가운데 65세 이상 주민이 절반을 넘는 56.6%를 차지한다. 65세 이상 장애인 인구는 서울시 25개 자치구 가운데 세번째로 많다. 구 관계자는 "장애로 인해 사회적으로 취약한데 1인가구라 생활도 열악해 다양한 위기상황에 노출돼 있다"며 "특히 고독감 우울감 등으로 인해 정서적으로 불안정하고 고령층은 고독사 위험도 크다"고 설명했다.

행복밥상은 그 대안 가운데 하나다. 주민들이 주체적인 일상을 살고 건강하고 행복한 노후생활을 보내도록 지원한다는 취지로 밥상을 준비했다. 비슷한 연령대 이웃과 함께 식사를 하면서 사회적 관계망을 회복하고 나아가 서로가 서로를 살피는 형태로 지역사회 내 돌봄망을 강화한다는 목적도 있다.

박준희 관악구청장은 "우리 삶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행복이라고 생각한다"며 "좋은 사람들과 함께 맛있는 식사를 하면서 편안한 대화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행복지수가 올라갈 수 있다고 한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오랜만에 외출하면서 바깥바람을 쏘이고 식사와 함께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침 행복센터에 음식을 조리할 수 있는 공간인 '별빛나래 븟'을 마련한 참이다. '븟'은 부엌을 뜻하는 우리말이다. 살림살이에 한계가 있어 매달 1·3주 수요일에만 밥상을 차린다. 동주민센터와 장애인복지관 등 관련 기관·시설에서 추천한 주민 가운데 소득수준이나 사회적 고립도, 장애 정도에 따라 대상자를 선정해 우선 초대한다.

평균연령 80세 안팎인 주민 10여명은 센터에서 전채 본상 후식을 함께 들며 환담을 나눈다. 고른 영양을 고려한 한끼다. 식사를 마치고 돌아갈 때는 국과 밥 반찬 3종으로 구성된 도시락을 두끼 분량 포장해서 들려준다.

안병엽씨 등이 '별빛나래 븟'을 찾은 날, 박준희 구청장이 배식에 나서 행복밥상의 의미를 다시금 주민들과 공유했다. 그는 "우리 이웃인 어르신들을 모시고 따뜻한 식사를 대접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행복밥상을 마련했다"며 "돌봄이 필요한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책을 꾸준히 마련하고 따뜻하고 평등한 돌봄으로 단 한 사람도 소외되지 않는 '더불어 행복한 지역사회'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준희 관악구청장은 "구청장도 어르신들이 생활하시기에 불편함이 없도록 늘 살펴보고 언제나 곁에서 든든한 울타리가 되겠다"고 약속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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