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카 의혹' 김혜경에서 이재명으로

2023-12-05 11:39:32 게재

경찰 "이재명 연결고리 없다"했지만 경기도 14번째 압수수색 진행중

김동연 "괴롭히기·정치수사" 반발

검찰 수사의 무게중심이 '김혜경 법카'에서 '이재명 법카'로 이동했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수사 중인 수원지방검찰청 공공수사부(김동희 부장검사)는 전날부터 8일까지 경기도청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 이날 검찰은 경기도지사 비서실과 총무과 등 10여 곳에 검사와 수사관 40여명을 보내 이재명 대표가 경기지사 시절 사용한 법인카드 내역과 결제 서류 등 관련 자료 확보를 시도했다. 압수수색 대상에는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사용한 곳으로 지목된 식당과 과일가게 등 상점들도 포함됐고 관련 공무원 23명의 휴대전화와 PC 등이 특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압수수색 영장에는 이 대표와 배우자인 김혜경씨, 비서 배 모씨가 피의자로 적시됐고, 업무상 배임 혐의가 적용됐다고 한다.

경기도청 압수수색 관련 입장 밝히는 김동연│김동연 경기도지사가 4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검찰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법인카드 유용 의혹 관련 경기도청 압수수색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이번 압수수색은 수원지검에서 이 대표 수사를 지휘하던 이정섭 2차장검사 자리에 안병수 대검 마약·조직범죄기획관을 직무대리 발령한 이후 1주일 만에 이뤄졌다. 이 차장검사는 위장전입과 범죄경력 조회, 재벌 그룹 부회장으로부터의 접대 등의 의혹으로 국회에서 탄핵안이 통과돼 직무가 정지된 바 있다. 야당 대표를 겨냥한 수원지검의 대대적인 압수수색이 '보복성'으로 비칠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사건은 전직 경기도 공무원 조명현씨가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김혜경씨와 배씨가 경기도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유용했다고 폭로하면서 시작됐다. 이에 따라 경찰은 수사를 진행해 지난해 9월 김씨와 배씨를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다만 이 대표에 대해선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당시 노규호 경기남부경찰청 수사부장은 "이재명 대표와 법인카드 사적 유용 사이에 연결고리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검찰은 배씨를 선거법위반 혐의로 기소했을 뿐, 논란이 된 법카 사적유용에 대해서는 별다른 수사결과를 내놓지 않고 있다.

조씨는 이 대표가 불송치된 지 1년 가까이 지난 8월 "이 대표도 법인카드 유용을 지시하거나 묵인한 잘못이 있다"며 이 대표를 조사해달라고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했고, 권익위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수사를 벌여왔다.

조씨의 신고를 계기로 경기도 법카 유용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 범위가 김씨와 배씨에서 이 대표로까지 확대된 것이다.

조씨는 이날도 국회에서 출판기념회를 열고 "법카를 사용한 모든 부분을 공무원들이 자의적으로 할 수 없다"며 "이 모든 것의 몸통은 이재명"이라고 주장했다.

경찰이 이미 종결한 사건을 검찰이 재수사에 나서 경기도청 뿐 아니라 도지사 비서실까지 압수수색하자 김동연 경기지사는 강하게 반발했다.

김 지사는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검찰의 과잉수사, 괴롭히기 수사, 정치수사에 강력한 유감과 경고를 표명한다"며 "경기도정에 대한 검찰의 도를 넘는 업무방해를 중단해달라"고 촉구했다.

김 지사는 "제 취임 이래 (검·경의) 압수수색이 14번째 집행됐고 총 54일간 7만건의 자료를 압수해갔고 법인카드와 관련해서만 3차례 진행됐다"며 "묵묵히 일하는 공무원들을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는 먼지털이식, 저인망 수사를 언제까지 감내해야 하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특히 "총선을 앞두고 야당 대표를 겨냥한 정치적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는 제대로 이뤄지고 있나, 검찰은 선택적 수사를 해도 되나"라고 따져 물었다. 그는 나아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그리고 검찰에게 묻는다"며 "이게 과연 윤석열정부가 말하는 공정과 법치인가, 지금 검찰은, 대통령은 공정한가, 국민들이 두 눈 뜨고 보고 있다. 국민 무서운 줄 알아야 한다"고도 했다.

수원지검은 이에 대해 김 지사 취임 전 사안이긴 하지만, 김 지사는 경기도가 피해자인 이 사건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고 밝혔다.

구본홍 곽태영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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