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지자체 이민청 유치전 '후끈'
수도권 "외국인밀집지역으로 와야"
비수도권 "국가균형발전 고려해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출입국·이민관리청(이민청) 신설에 맞춰 이를 유치하려는 지방자치단체들의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외국인 노동인력이 밀집해 있는 지자체들이 대거 뛰어들고 있다.
충남도는 14일 오전 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민청 유치를 공식 선언했다. 충남도에 따르면 충남은 2022년 기준 외국인 주민이 13만6000여명이다. 주민수 대비 외국인주민 비율이 전국 1위다. 충남은 공업지대인 북부권과 농어업지대인 나머지 권역으로 나눠져 있어 공업과 농어업 등 모든 분야 외국인 근로자 인력이 거주하고 있다.
김태흠 충남도지사는 "이미 지난 6월 인천에 재외동포청이 설립된 만큼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이민청은 전국 각지에서 접근성이 좋은 천안·아산에 설립하는 게 적합하다"며 "이민청 설치를 위한 범도민유치위원회를 구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북도 역시 최근 이민청 신설에 따른 유치전략 수립 연구용역 최종보고회를 열고 경북지역에 이민청을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북도는 행정의 효율성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경북도는 한글교육과 취업 등을 지원하는 글로벌학당, 비자발급에서부터 취업·거주 마련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하는 K-드림통합지원센터 등 선도적으로 이민과 다문화 정책을 추진해왔다. 특히 김천시 혁신도시에 있는 대한법률구조공단 등을 기반으로 이민행정 클러스터를 구축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한다. 박성수 경북도 지방시대국장은 "독일 남부의 보수도시 뉘른베르크에 설치된 이민청처럼 우리나라도 보수성이 강한 경북지역에 이민청을 설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인천시는 이민청을 재외동포청이 있는 인천에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천시는 이민청 설립이 확정되면 곧바로 전담조직을 꾸려 유치 경쟁에 나설 예정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인천은 한국의 이민사 120년을 간직한 곳"이라고 말했다.
전남도도 유치전에 나설 태세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최근 이민청 설립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광역지자체만이 아니다. 외국인 거주비율이 높은 공단지역이 밀집한 기초지자체도 경쟁에 뛰어들었다.
경기 안산시는 최근 법무부에 이민청 유치 제안서를 전달했다. 안산시는 전국에서 외국인 거주비율이 가장 높다는 점을 내세운다.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2022년 지자체 외국인 주민현황'에 따르면 안산시 외국인 거주자는 10만1850명으로 시 전체 인구의 14%를 차지한다.
안산시는 현재 10곳의 외국인 종합행정타운을 운영하고 있고 40여개의 외국인 주민 커뮤니티가 활동하고 있다. 특히 전국 최초로 외국인 아동 보육료를 지원하고 있으며 아시아에서 두번째로 '유럽평의회 세계상호문화도시'로 지정받는 등 외국인 정책의 표준을 정립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민근 안산시장은 "외국인 주민지원본부와 다문화마을 특구 등 안산의 외국인 관련 인프라와 경험은 향후 이민청 운영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기 김포시도 인천·김포 국제공항과 경인항이 30분 내외 거리에 있고 서울과 접근성이 좋은 지리적 강점을 내세워 전국에서 가장 먼저 이민청 유치 의사를 공식화했다.
이민청은 출입국과 이민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기구다. 이를 통해 범정부 차원의 통일된 정책을 신속하게 수립하고 추진하겠다는 게 정부의 계획이다. 지금까지 관련 업무들은 여러 부처에 흩어져 있었다.
법무부는 연내 이민청 설립의 법적 근거인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요청할 예정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지난 6일 국민의힘 의원총회에 참석해 여당 의원들을 상대로 이민청 설립방안을 직접 설명한 바 있다.
국회에서도 여야간 큰 이견은 없다. 다만 야당은 조직 신설에 집착할 게 아니라 이민정책 전반에 대한 논의가 우선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동훈 장관표 정책이라는 점도 야당의 반응을 늦추는 요인이다.
이 때문에 이민청 설립 개정안은 내년 4월 총선 이후 통과 가능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