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피시방 주민 소통쉼터로 탈바꿈
구로구 오류동에 문화휴게소 '다락'
만화·영화·문화공연에 커피도 무료
서울 구로구 오류1동 한 건물 2층에 북유럽에서나 볼 법한 풍광이 펼쳐져 있다. 오래된 건물 특유의 허름한 복도와 영업을 중단한 유흥업소 등 문 밖 풍경과는 이질적이다. 어수선한 주택가 골목길과 재개발이 멈춘 재래시장, 철로 위를 덜컹거리며 지나는 수도권 전철이 낯설게 느껴지는 이곳은 지난달 문을 연 오류동 문화공간 '다락(多樂)'이다.
3일 구로구에 따르면 다락은 구에서 직접 운영하는 무료 문화쉼터다. 신도림 지역과 달리 인근에 문화시설이 드물고 특히 공공에서 운영하는 공간은 전무하다는 점을 고려해 지난해 말 문을 열었다. 구는 "만화책 보기, 영화 보기, 커피 마시기, 친구·연인과 수다, 멍 때리기 등 일상생활에서 잠시 쉬어가며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다"며 "지킴이가 상주하면서 맞아준다"고 설명했다.
다락은 청소년과 청년들이 게임 삼매경에 빠졌던 피시(PC)방이 있던 공간을 활용해 조성했다. 연면적 335.2㎡인 2층 전체를 구에서 임대, 영화관 공연장 휴게·독서공간 수유실 등을 조성했다. 진열장을 가득 채운 만화책과 영상물 디브이디(DVD)가 우선 눈길을 끈다. 복도 한켠에 비치한 커피에 와이파이까지 모두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다만 여러 주민들이 이용하도록 2시간까지 제한을 두었다.
바깥과 차별화된 내부 풍경은 개관을 기념한 전시 '오류골 다락의 겨울 이야기'다. 작가 두명이 '북유럽 겨울숲 이야기' '북유럽 겨울 속 온실정원' '핀란드 겨울 별장'을 주제로 꾸몄다. 겨울과 어울리는 예술작품을 활용한 전시는 다음달 말까지 이어진다. 이후에도 계절별 다른 주제를 정해 실내공간 전체를 전시실로 탈바꿈시킬 계획이다.
구로구는 지난 2021년 문을 연 신도림동 문화공간 다락과 함께 다양한 세대 주민들이 쉬어가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노년층과 중장년층이 주로 둥지를 트는 신도림과 달리 오류동은 주말에 갈 곳이 없는 청년층과 학부모를 주 공략 대상으로 잡고 있다. 인근 행복주택 주민들이다. 구 관계자는 "가까이 초등학교가 있는데 하굣길 자녀를 기다리는 학부모들이 차량 안에만 있는 걸 봤다"며 "잠깐 쉬어가도록 유도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실내를 유럽풍으로 꾸민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에 강한 청년층이 다락 사진과 정보를 공유하면 보다 빠르게 입소문이 날 수 있다. 구로구 관계자는 "개관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오가는 주민들이 '뭐하는 곳이냐' '아무나 와도 되냐'고 들어오셔서 한바퀴 둘러보도록 안내를 한다"며 "실내 장식부터 각종 서비스까지 공들여 준비했기 때문에 조만간 사회관계망서비스 성지로 등극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구로구는 새 공간에서 각종 문화공연과 함께 군고구마·솜사탕 만들기 등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이다. 신도림 다락은 물론 구로5동과 오류1동 청소년복합시설, 천왕동과 궁동 청소년문화의집, 구로동 청소년문화예술센터 등을 연계해 주민들이 보다 풍부한 문화생활을 즐기도록 할 예정이다.
문헌일 구로구청장은 "아늑하고 아름다운 공간에서 다양한 공연과 문화체험, 이색적인 전시를 즐길 수 있을 뿐 아니라 삼삼오오 담소를 나눌 수 있는 문화와 소통과 휴식이 공존하는 복합공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문화예술인들이 예술적 역량을 발휘하고 남녀노소 누구나 다락방처럼 편안한 마음으로 머물다 갈 수 있도록 가꿔가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