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헌법상 '농업의무' 지키려 노력

2015-11-30 11:00:55 게재

'청정 스위스'를 브랜드로

스위스 정부와 국민은 연방헌법 104조에 합의한 '농업의 의무'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 4일 민간농업정책연구소 GS&J가 서울 양재동에서 주최한 연례세미나 '2015 농업농촌의 길'에 초대받은 스위스 연방농업부 부국장 아드리안 아에비는 스위스 정부가 헌법에 규정된 농업의 의무를 지키기 위해 농업정책이 담당해야 할 당면과제로 △공급안정 △생물다양성 및 환경보호 △세계시장에서 경쟁력 확보 △사회적 동의 등을 제시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위스 헌법은 농업의 의무 중 하나로 지방경관 보존, 국민의 분산정착을 명시하고 있다. 정부는 농촌경관을 유지하기 위해 농지 1ha당 2000프랑(약 225만원)의 직불금을 지급한다. 스위스 루쩨른 = 정연근 기자

스위스 연방헌법 104조는 농업이 △국민에게 안정적 식량공급 △자연자원보호 및 지방경관 보존 △국민의 분산 정착 등과 같은 다양한 의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스위스는 국토의 3분의 1 이상을 농업에 사용하는데, 전체 5만5207개 농장은 저지대에 44.4%, 경사지대에 27.6%, 산악지대에 29.1% 분포한다. 스위스는 열악한 환경에서 농업·농촌을 유지하기 위해 농촌경치를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이른바 '다원적 기능'을 살려냈다. 다원적 기능은 농업이 먹을거리를 공급하는 기능 외에 다양한 공공재를 제공한다는 것을 부각시킨 개념이다. 좋은 경치 제공, 맑은 공기와 물 공급, 전통문화 전승, 논에 물을 저장하는 저수기능(홍수예방 기능) 등을 꼽을 수 있다.

금융과 기계산업이 발전한 스위스에서 농업은 국내총생산의 0.66%만 담당한다. 하지만 농업은 기본산업 역할을 하고 있다. 아드리안 부국장은 "스위스 국내 일자리 10개 중 1개는 농업과 연관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 결과 스위스는 식품소비량(칼로리 기준)의 60% 이상을 자급하고 있다. 축산 관련 식품 자급률은 100% 이상, 축산을 제외한 농산물은 45% 수준이다.

농업인들이 농촌에서의 삶을 이어가도록 정부는 농업예산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직불금에 할당하고 있다. 스위스 국민들은 직불금이 적절한 수준(2015년 설문조사. 응답자의 44.5%)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부족하다고 답한 국민들도 23.3%나 된다.

프랑스,이탈리아, 독일 등 농업강국에 둘러싸인 스위스는 고부가가치 농산물로 생존전략을 채택했다. 스위스에 비해 독일, 프랑스의 우유, 쇠고기, 돼지고기 가격(생산자 가격)은 약 70% 수준이다. 밀도 60%가 채 안된다. 하지만 스위스 국민들 중 46.8%는 생산자가격이 적절하다(2015년 설문조사)고 답했다. 42.5%는 낮은 가격이라고 여겼다.

스위스는 국토를 청정하게 가꾸고 그 이미지를 브랜드로 만들었다. 젖소도 알프스산맥에서 자생하는 약초를 뜯어먹고 자란다고 홍보한다. 21일, 기자가 열차 환승을 위해 스위스 바젤역에 내려 기다리는 동안 들렀던 기념품 가게에는 약초를 입에 물고 요들송을 부르는 젖소 인형이 있었다. 22일 취재한 그뤼에르 치즈마을은 젖소가 치즈 만드는 과정을 설명하는 형식으로 동선을 만들었는데, 관광객들이 산 속에서 소들이 먹는 약초와 풀들의 향을 맡을 수 있도록 해 놓았다. 올해 스위스 정부가 조사한 '국민이 농업에 거는 기대'에서 자연적으로 생산된 식량, 절제된 경작을 통한 다양한 동식물상 등이 1, 2위를 차지했다. '높은 동물복지 수준'은 6위에 올랐는데, 축산부문에서는 가장 앞선 요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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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제네바 =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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