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시평

종전선언에 대한 북한의 '시기상조론'

2021-12-16 12:09:30 게재
장롄구이 중국 중앙당교 교수

문재인 대통령은 7일 유엔 평화유지 장관회의에서 올해 9월 유엔총회 연설에서 제기한 종전선언에 대한 3자 혹은 4자 발표를 다시 강조했다. 이에 앞서 한국은 미국과 중국에 고위급 관료를 파견해 관련 외교활동을 적극 펼쳤다.

2007년 10월 북한 1차 핵실험 1년 되는 시점에 노무현 대통령은 임기 4개월을 남겨두고 평양을 전격 방문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회담한 후 '남북관계 발전 및 평화 번영 선언'을 발표했다.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적대관계를 종결시키고 투자 인프라 자원 개발 등 여러 분야에서의 경제협력과 함께 남북 해상분계선 수역에 평화협력지대 건설을 합의했다.

이 문서에서 쌍방은 종전선언 서명을 추진하기로 선언했다. 종전선언 서명 국가에 관한 이견이 있자 공동선언에는 '3자 혹은 4자'라는 특이한 표현을 창조적으로 사용했다.

하지만 이 선언에서 열거한 내용이 거의 실현되지 못했고 결국 선언도 백지장으로 되고 말았다. 이 문서가 발표되자마자 노 대통령이 임기 말에 실현하기 어려운 내용을 북한과 합의한 것은 정치적 쇼라는 비판도 있었다.

노 대통령의 처신은 후임 대통령들에게 함정을 만들어 놓았음을 보여준다. 만일 남북 간의 합의를 실현하지 않으면 합의를 깨뜨리게 되므로 노 대통령의 방북 및 공동선언 발표는 대통령 퇴임 후 최종적 귀속에 대해서도 복선을 깔아놓은 것이다.

북, 종전선언을 군사강국화 장애로 여겨

15년 후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가 7개월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3자 혹은 4자에 의한 종전선언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물론 현재 상황은 15년 전과도 매우 다르다. 하지만 북한은 종전선언에 대해서 여전히 좋게 보지 않으며 심지어 새로운 장애로 여긴다.

우선, 북한은 종전선언을 할 시기가 아니라고 인식한다. 문 대통령 유엔총회 연설 직후 북한 외무성 이태성 부상은 종전선언은 시기상조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반도에 있어서 가장 우선 과제는 미국의 이중기준과 대북 적대시정책 철회이며 종전선언 체결 전에 미국 및 관련 국가들은 북한이 핵보유국임을 승인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이중기준이라고 강조했다. 이 부상은 "종전선언은 지역의 전략적 균형을 깨고 북남 쌍방으로하여금 무제한적인 군비경쟁의 나락에 빠지는 참혹한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물론 이후 북한 지도자는 담화를 통해 종전선언에 대해 "매우 흥미 있는 제안이고 좋은 생각"이라고 했지만 기본적인 주장에는 변화가 없었다.

이 부상이 지적한 종전선언이 지역의 전략적 균형을 파괴한다는 주장에는 깊은 의미가 있다. 올 1월에 개최된 노동당 8차 대회에서 북한은 세계 일류 핵강국 전략 목표를 제기했다. 그 후 순항미사일, 초고속 신형 탄도 미사일, 핵잠수함 개발 및 잠수 시험 발사 등을 연달아 진행했다. 이런 시기에 종전선언을 발표하면 북한의 군사강국 건설을 위한 강행 돌파전에 장애가 될 것이다.

둘째는 종전선언에 대한 미국의 태도가 소극적이다.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에 관한 유엔총회 연설 후 미국 국방부만 "북한과 종전선언에 대해 의논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물론 미국의 관련 부문이 한국과 종전선언에 관한 일부 용어에 대해서 논의 중이라는 보도가 있지만 미국이 어물쩍 넘기려는 대응에 불과하다.

미국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계획은 미국 및 세계안보에 위협으로 되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는 것이 미국 및 동맹국의 급선무라고 누차 강조했다. 바이든정부는 한반도에서 전면적이고 사찰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실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북한 핵포기를 위해서는 외교와 과감한 억제조치를 병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이 종전선언에 신중한 이유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3월 3일에 발표한 국가안보전략 중기 가이드라인에서 "군사적 방법은 우선 수단이 아니지만 마지막 수단일 것"이라고 했다. 따라서 미국의 급선무는 한반도 비핵화 진전이지 종전선언 발표가 아니다. 나아가 종전선언에 무력사용 금지에 관한 내용이 포함될 경우 미국의 대북핵 정책 중의 하나인 '그 어떠한 선택도 배제하지 않는다'는 원칙에도 위배되는 것이다.

미국이 군사적 수단을 배제한 후 만일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고 비핵화 협상도 거부한다면 이에 대해서 속수무책이 될 수도 있다. 결국 이는 세계 유일 초강대국이자 세계 경찰을 자처하는 미국이 조롱거리로 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이 신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장롄구이 중국 중앙당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