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직격탄 맞은 교육부, 시험대 오른 장관

2023-07-04 11:58:05 게재

교육부가 삼각파도에 휩쓸렸다. 윤석열 대통령의 킬러문항 배제 지시에 이어 4세대 교육행정정보시스템 나이스(NEIS) 먹통사태, 국립대 사무국장 인사파동까지 심각하다.

교육개혁은 대학입시와 긴밀하게 연동되어 있다. 치열한 입시경쟁은 학부모의 불안을 잉태하고 이로 인한 사교육비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그런데 입시와 사교육비 개혁은 그동안 윤석열정부 교육개혁의 우선순위에서 밀려 있었다.

입시에서 킬러문항 출제를 원천 배제하라는 대통령의 불호령이 떨어지자 장관은 국장에게, 교육부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에, 정치권은 강남 사교육에 책임을 전가하기에 급급했다. 대통령 질책에 수능시험을 총괄하는 교육부 담당 국장이 경질되고 출제기관인 평가원에 대한 감사가 발표됐다. 수능이 임박한 학생들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주호 장관은 대통령의 메시지를 발표하면서 '공교육 교과과정'을 '학교수업'으로 잘못 전파했고 학생들과 학부모에 '쉬운 수능' 신호를 주는 혼선까지 빚어졌다. 교육부가 제시한 킬러문항 사례들은 오히려 혼란을 부채질했다.

보름 만에 두번 불호령 떨어진 교육부

여기에 나이스 먹통사태가 겹쳤다. 나이스 새 버전이 개통되자마자 초중고교 현장이 큰 혼란에 빠졌다. 정보를 입력할 때 먹통이 되거나 다른 학교 시험 정답이 인쇄되는 등 사고가 잇따랐다. 기말시험을 다시 출제하거나 연기하는 파행이 속출했다.

애초 일선 학교들은 기말고사를 앞두고 새 시스템 개통에 따른 혼란을 우려했다. 개통을 연기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교육부는 강행했다. 대입이 끝난 겨울방학 때 개통해도 될 일을 학기 중에 강행한 이유를 알 수 없다. 기말고사가 임박한 시점에서 새 시스템을 개통한 교육부의 불통행정으로 교사들과 학생들이 큰 피해를 보게 됐다.

뒤이어 터진 국립대 사무국장 인사 철회 파문은 상황이 심상치 않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정부 부처 공무원들이 교육부 인사교류를 통해 국립대학 사무국장에 임용되는 것을 두고 이 장관을 강하게 질타한 것으로 알려졌다. 킬러문항 파문 2주 만에 또 다시 불호령이 떨어진 것이다. 교육부는 바로 관련 제도 개정을 추진하는 등 대책을 발표했다. 이날 현재까지 임용된 정부 부처 출신 국립대 사무국장은 원래 부처로 돌려보내고 타 부처에 파견 중이었던 교육부 공무원도 복귀하도록 했다.

사실 교육부 이외 공무원의 국립대 사무국장 임용은 지난해 9월부터 대통령실과 소통한 후 공개적으로 이뤄진 것이다. 때문에 대통령의 갑작스런 질타 배경을 놓고 말들이 분분하다. '교육부 길들이기가 아니냐'는 것이다. 공직기강비서관실이 교육부에 대한 조사에 착수, 향후 인사조치를 예고했다.

삼각파도에 휩쓸린 교육부는 술렁이고 있다. 수능시험 담당 국장이 경질되자마자 국립대 사무국장 논란이 불거지면서 조직의 사기가 땅에 떨어졌다. 장차관 등 지도부가 조직을 보호하는 데 어떤 역할을 했는지 등 구성원들의 불신도 만만치 않다.

교육계에서는 킬러문항 배제가 수능 정상화를 넘어 교육개혁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교육부가 예고했던 2028학년도 대입제도 미세조정은 사실상 아무 일도 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대통령의 질책을 자초했다는 주장이다. 현행 수시 60%와 정시 40% 구조에서는 교육개혁이 불가능하고 대학입시는 학교교육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대입 개편의 목적은 미래를 위해 새로운 학교교육을 만드는 데 있다. 미세조정이 아니라 전면 개편할 시점이다. 장기적 교육개혁안을 국가교육위원회와 논의해나가야 한다.

특정 인사 챙기기가 화를 불렀나

나이스 먹통 사태는 교육부의 불통행정의 단면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교육정책은 백년대계다. 의견수렴 과정 없이 학제개편안을 덜컥 내놨다가 박순애 전 장관이 전격 사퇴한 게 얼마 전이다. 교육부가 정책을 입안할 때 시도교육청 의견수렴을 거치지만 요식 절차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이번 사태를 다양한 교육 수요자의 의견을 청취해 반영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국립대 사무국장 인사 철회 파문과 관련해서는 특정 인사 챙기기가 화를 불렀다는 뒷말이 무성하다.

이 장관은 이명박정부 초대 교육문화수석비서관을 지낸 뒤 교육과학기술부 차관을 거쳐 장관까지 지냈다. 대통령실은 교육개혁에 대한 이 장관의 전문성을 여전히 높이 평가한다고 한다. 풍랑이 일 때 삼각파도가 가장 위험하다고 했다. 최근의 다중위기(polycrisis)로 그의 리더십이 실험대에 올랐다.

김기수 정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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