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출생통보제' 법 제정, 끝이 아닌 시작

2023-07-13 10:53:49 게재
이수경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사무총장

감사원이 지난 3월부터 보건복지부 정기감사를 통해 2015년부터 2022년까지 병원 출산기록은 있으나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출생미신고 아동 2236명의 존재를 확인했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곧바로 전수조사에 착수했고, 지자체 및 경찰과 협력해 소재가 파악되지 않거나 범죄피해가 의심되는 출생미신고 아동들을 확인하고 있다.

그 결과 7월 12일 현재 출생미신고 아동 34명의 사망 소식을 확인했고, 소재가 파악되지 않은 아동 782명은 행방을 찾고 있다.

이렇듯 소중한 생명들이 희생되고서야 수년간 계류되며 지지부진한 논의를 이어오던 '출생통보제' 법안은 마침내 지난 6월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시행을 1년 앞두고 있다. 출생통보제는 의료기관에서 국가에 아동의 출생 사실을 통보하고, 국가는 해당 출생정보와 실제 출생신고 내역을 대조해 출생미신고 아동의 출생신고를 신속히 이루는데 그 목적이 있다.

부모의 의지나 상황과 상관없이 아동이 태어남과 동시에 출생신고 될 수 있는 법적 토대를 만들고, 출생신고 자체가 아동의 기본권리 보장의 시작임을 명백히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러나 법안 통과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 진통 끝에 통과된 출생통보제가 이 땅에 태어난 모든 아동의 출생신고를 보장하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안심하고 아이낳는 사회 만들어야

우리 곁에는 법과 제도의 사각지대에서 살아가는 아동들이 여전히 많다. 우선 법안 통과 전 태어난 아동들의 출생신고를 가로막는 복잡한 출생신고 절차 개선을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필자가 속한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이 2023년 5월 사례관리 중인 출생미신고 아동 현황을 분석한 결과 혼인 외 출생, 병원 밖 출생, 미혼부 등 부모가 처한 상황에 따라 출생신고 절차가 현격히 복잡해지는 것을 확인했다. 이러한 행정절차는 출생신고를 하려고 마음먹은 부모의 의지조차 꺾는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국내 체류 중인 외국인 아동 역시 여전히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인 경우가 많다. 부모의 체류 자격이나 국적과 상관없이 모든 아동들의 출생을 국가가 파악할 수 있도록 관련 법과 제도를 보완하는 등 외국인 아동도 관심을 갖고 세심하게 살펴봐야 한다.

더불어 우리 사회가 안심하고 아이를 낳고 기를 수 있는 곳이라는 국민적 공감대와 사회적 분위기를 함께 만들어 가야한다.

초록우산에서 아동 양육에 곤경을 겪는 청소년 부모들을 만나 이야기 들어본 결과 대다수가 극심한 경제적 문제뿐만 아니라 산전후 관리의 어려움으로 인한 건강 문제, 사회적 지지망의 부재, 사회적 차별 등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홀로 임신과 출산, 양육을 감당해야 한다면 이는 위기의 단초가 될 수밖에 없다. 저출생 문제의 심각성을 논의하기 전에 태아 및 영아의 생존권을 보장하는 차원에서 유기 위험이 있는 영아들을 구할 수 있는 사회안전망도 마련되어야 한다.

아이들이 살기 좋은 나라 되길 희망

아이는 그 존재만으로 축복이다. 아동 존재의 존엄성을 인정하는 출생통보제 도입을 시작으로 모든 아동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태어나고, 차별 없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환경으로, 보다 아이들이 살기 좋은 대한민국으로 나아가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