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미군 월북 파장 어디까지 미칠까

2023-07-25 10:52:44 게재
미군 병사 트래비스 킹의 무단 월북사건은 미묘한 타이밍에 불거졌다. 미국 전략핵잠수함(SSBN)이 42년 만에 한국에 기항하고 한미가 대북 압박 수위를 끌어올리면서 북한이 강력 반발하는 와중에서다. 국제적으로도 미 정계 고위인사들의 잇단 중국방문 등이 이뤄진 시점이다.

미국은 백악관 국무부 국방부 관련 부처가 일제히 나섰다. 백악관 대변인은 "킹의 안전과 본국 송환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북한은 답이 없다. 유엔사는 24일 북한군과 대화를 시작했다고 했지만 미 국무부는 응답으로 보기 어렵다면서 사건 이후 미측 접촉 시도에도 응답이 없다고 밝혔다.

북한 관영매체들도 이른바 '전승절' 70주년 준비 소식을 비중있게 전할 뿐, 킹의 월북에 대해선 아무런 언급도 없었다. 뉴욕 주재 북한 유엔대표부 역시 로이터통신의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답답해질 쪽은 조 바이든 미국정부다. 민감한 시점에 발생한 미군 월북 사건으로 북한은 '갑'의 위치에, 미국은 아쉬운 '을'의 처지가 될 공산이 크다.

바이든정부가 사건의 전후맥락도 다 파악되지 않은 상태에서 킹의 안전과 송환을 강조한 건 국내여론과 대선국면 때문이다. "아들이 집으로 돌아오면 좋겠다"는 킹의 모친의 목소리가 방송을 탔다. 북한 취재 경험이 풍부한 CNN의 윌 리플리 기자나 수미 테리 우드로윌슨센터 아시아국장은 킹의 안전귀환을 위해서는 북미 최고위급 소통이 시급하다고 재촉한다.

사건 해결이 지지부진하면 여야간 정쟁, 대선 쟁점화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야당인 공화당 의원들은 "미국 시민 보호"와 함께 북측의 "조속한 석방"을 촉구했다. 하지만 민주당 의원 브레드 셔먼은 "큰 양보는 안된다"며 결이 다른 목소리를 냈다. 특히 잇단 기소로 독이 바짝 오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거친 공세를 퍼부을 것이란 건 불문가지다.

바이든 대통령이 사건 이틀이 지나도록 기자들의 질문에 묵묵부답인 이유를 짐작케 한다. 블링컨-옐런-케리-키신저 등 거물들의 잇단 중국방문, 이란 핵 프로그램 제한과 미국인 수감자 석방에 대한 이란과의 양자협상, 휴전협상 쪽으로 방향을 잡은 우크라이나전쟁 대책 등등. 지금 바이든 대통령은 본격 대선국면을 앞두고 갈등적 외교 이슈들을 진정세로 일단 갈무리하는 모양새다.

킹의 월북은 이 범주에 북한 문제도 포함시킬 가능성을 키울 듯싶다. 절묘한 타이밍에 뜻밖의 '패'를 쥔 북한이 쉽게 넘어갈 리가 없다는 점에서다.

미국이 지금처럼 대북 압박을 강하게 밀어붙일 수 있을지, 아니면 미묘한 변화를 목격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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