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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온 초전도체가 현실화된다면 바뀔 것들

2023-08-07 11:40:19 게재
윤경용 페루 산마틴대 석좌교수

전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개봉한 영화 '아바타2'에는 '공중부양 섬'이 나온다. 이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과학지식이 필요하다. 영화 속 미래 인류는 지구의 모든 에너지 자원이 고갈되어버리자 '언옵테늄(Un+obtain+ium)', 즉 구할 수 없는 물질이라 불리는 자원을 캐기 위해 외계행성 판도라를 침략한다. 이 언옵테늄이 바로 '상온 초전도체'이며, 영화 속 '공중에 떠있는 섬'들이 바로 언옵테늄의 초전도 현상을 설명하는 장면이다.

'초전도체'는 두가지 대표적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전기저항이 없다는 것과 자기부상 현상이다. 우리가 쓰는 물질 중에는 구리와 같이 전기가 통하는 전도체, 고무와 같이 안 통하는 부도체, 실리콘 같이 통하기도 안 통하기도 하는 반도체가 있다.

전기가 잘 통하는, 즉 전기저항이 적은 순서는 금 은 동(구리)이지만 금과 은은 너무 비싸기 때문에 대체적으로 구리로 전선을 만든다. 전기저항은 전기 흐름을 방해하는 것으로 휴대폰을 쓰면 전기가 열로 소모되며 뜨거워지는 것과 같은 현상이다

전기저항 없어 에너지 대변혁 시대 부를 것

이에 비해 초전도체는 전기저항이 아예 없기 때문에 전송과정에서 열이 발생하지 않고 손실도 없으며, 전압이 없는 상태에서 전기가 영구적으로 흐르므로 전기를 통조림처럼 저장할 수도 있다. 또한 초전도 상태의 물질은 외부에서 자기장을 가하면 초전도체 내부에서 이를 밀어내기 때문에 공중에 뜨는 자기부상 현상인 '마이스너 효과'가 있다.

초전도체로 전선을 만들면 같은 두께의 구리선에 비해 이론상 약 1만배 이상의 전류를 흘릴 수 있고, 초전도체로 개발된 전자기기는 열로 소모되는 전력을 없앨 수 있어 같은 용량의 배터리로 사용시간을 4~5배 늘릴 수 있다. 초전도 전력송전은 지금의 70%인 송전효율을 100%로 만들어 전기료가 저렴해지고 지금과 같은 송전시설이나 송전탑이 필요 없어진다.

그래서 초전도체가 상용화된다면 전기자동차는 주행거리와 충전걱정을 덜 수 있고, 현재 시속 300km KTX는 시속 1만km 자기부상열차로 대체될 것이다. 초전도 반도체는 지금보다 수천배 빠른 양자컴퓨터 구현을 가능케하고, 데이터 통신속도 역시 손실이 최소화되어 수만배 빨라진다. 또한 초전도체 전자기 동력추진 우주선은 아주 적은 연료로도 발사가 가능하고, MRI 같은 의료기기도 가격이 1/10로 줄고 더 선명한 영상을 얻을 수 있다.

더구나 인공태양인 초전도 토카막 핵융합 발전은 바닷물속 중수소를 연료로 무한하게 전기를 생산할 수 있으며, 초전도 에너지 저장장치(SMES)는 빠른 속도로 대량의 전기를 저장하거나 방출할 수 있어 전력공급과 저장에 기여할 수 있다. 초전도체가 보편화되면 인류는 에너지 대변혁 시대, 산업혁명 수준이 아닌 완전히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될 것이다 .

그러나 현재의 초전도체는 상온이 아닌 극저온인 영하 200℃에서 초전도 현상을 발현한다는 걸림돌이 있다. 우리가 사용하기에 너무 낮은 온도이기도 하지만 이 온도를 유지하는 시설과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영하 269℃에서 최초 초전도 현상이 발견된 1911년 이래 전세계 과학자들이 100년이 넘는 동안 온도를 끌어올렸지만 아직은 영하 196℃에서 동작하는 초전도체 정도가 상용화되어 있고 초전도 특성을 보이는 물질도 약 1000여종 발견되었지만 겨우 5~6종 만 응용가능하다.

따라서 상온에서 동작하는 초전도체가 개발된다면 전세계를 발칵 뒤집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금까지 수십차례의 상온 초전도체에 대한 발표가 있었지만 모두 다 사기였거나 상온 초전도체에 대한 상징성에 매몰돼 데이터 조작이나 연구결과를 과장한 경우 혹은 검증이 불가한 상태였다.

한국 과학자들의 열정과 노력에 박수를

한국발 '상온 초전도체' 논문 발표는 세계학계를 흔들었지만 학회 검증 없는 '아카이브'에 게재된 아쉬움이 매우 크다. 상온 초전도체는 인류의 오랜 열망인 꿈의 물질이다. 사실이라면 인류의 삶을 바꿀 수 있다.

일찍이 초전도를 전공한 필자 입장에서 보았을 때 이는 사실 여부를 떠나 그동안 과학계에서 구경꾼 역할만 했던 한국의 과학자들이 수천번의 실험을 통해 만들어내고 그 과정과 제조법까지 공개한 그 열정과 노력만큼은 지지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윤경용 페루 산마틴대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