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발등에 불' 기후공시 서둘러야

2023-08-08 11:03:14 게재
가뭄 산불 폭염 폭우 태풍 등 이상기후로 전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이로 인한 재산손실과 인명피해는 생존을 위협할 정도다. 이에 각국 정부와 금융 감독기관들은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기업들의 넷제로(Net-zero) 이행 현황을 포함한 글로벌 표준 ESG 정보 공시를 의무화하고 있다. 세계 자본시장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유럽 재무보고자문그룹(EFRAG)을 중심으로 기후변화 관련 내용을 지속가능공개보고 범위에 포함하는 등 기업들의 적극적인 기후변화 대응을 촉구해왔다.

지난 6월 말 국제재무보고기준(IFRS) 재단 산하 국제지속가능성위원회(ISSB)는 지속가능성 공시기준 IFRS S1(지속가능성 공시)과 S2(기후 관련 공시)를 확정 발표했다. 기후공개(S2)에서는 각 기업의 경영전략과 에너지소비 패턴을 고려해 시나리오 분석을 통한 기업의 중대한 기후변화 관련 위험과 기회 요인을 도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기업들이 중장기 넷제로 목표를 수립하고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을 위해 기후정보와 재무정보를 통합, 이해관계자에게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권고하는 내용이다.

주요 다국적기업은 이미 자국 내 기업뿐만 아니라 협력사 공급망 실사를 통해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 탄소배출량 감축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상장사들의 기후공시는 매우 저조한 수준이다. 한국 ESG기준원이 발표한 '국내 상장사 2050 넷제로 공개현황'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탄소중립 목표 수립 및 공개 기업은 국내 상장사 920개사 중 126개사(13.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에서도 구체적으로 탄소감축 목표를 세우고 세부추진 계획까지 수립해 공개한 기업은 47곳밖에 안된다. 국내 상장사들의 경우 아직까지도 탄소중립이 기업의 경영 목표로 내재화되지 않거나 기후관련 위험과 기회에 대한 분석이 개괄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는 우리 경제에도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기업이 탄소중립 목표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면 국제무역시장에서 퇴출당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의 재무정보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신뢰까지 하락할 위험도 높아졌다.

유럽연합(EU)은 올해 10월부터 대 EU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탄소배출량 의무보고를 실시하기로 했다. 2026년부터는 탄소국경세를 전면 시행할 방침이다. 한국도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ESG 공시 의무화 제도를 조속히 확정할 필요가 있다. 기업들의 기후공시가 탄소중립 목표를 선언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각 기업의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새로운 기회가 되길 바란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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