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사람·생명 존중 사회가 되려면

2023-09-08 11:10:25 게재

사람은 우연하게 태어났지만 생명체로서 자신의 욕구를 충족하는 환경을 선호한다. 미국 심리학자 매슬로우의 '욕구 5단계론'이 있다. 사람에게는 △생리적 △안전 △소속감과 애정 △존중 △자아실현 욕구들이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생리적 욕구가 충족되면 다음 안전 욕구를 실현하려고 하고 하나의 욕구가 충족되면 다음 욕구를 실현하려고 한다는 기계적 단계 상향의 한계가 있지만 사회복지와 심리상담에서 많이 인용된다.

이 이론은 밥 먹고 살고 안전이 보장되는 것의 중요성, 사람관계 속에서 애정과 존중감을 나누는 것, 나아가 바라는 꿈을 이루려는 사람들의 생리적 사회적 본성을 반영한다. 이런 사람의 욕구를 온전히 추구할 수 있으려면 사회 환경이 자유롭고 민주적이며 복지적일수록 좋을 것이다.

최근 서이초 교사가 세상을 등진 후에도 여러 교사들의 죽음이 이어지고 있다. 평생 일터가 보장되고 노후에 좋다고 알려진, 더욱이 '교육 전문가'인 교사들의 죽음은 충격적이다. 추모집회에 참석한 교사들은 "아이들을 제대로 가르치고 싶다"고 말한다. 쌓이는 행정업무에 밀려오는 민원 탓에 온전한 심신으로 아이들을 성심성의껏 가르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교사 본연의 일을 제대로 할 수 없는데 존중받지도 못하고 심신의 피로는 높아만 간다면 교사들은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

교사의 63%가 우울증상에 시달리며 38%는 그 정도가 심각하다는 최근 조사결과가 있다. 6명 중 1명은 세상을 등질 생각도 한다고 한다. 안정적 직장으로 알려진 교사들의 삶이 이러한데 다른 직종 사람들은 또 어떨까.

세상을 등지려는 사람들의 35.8%는 '도움을 요청하는 목적'으로 자살을 시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자살 사망자의 94%는 사망 전 경고신호를 주위에 보낸다고 한다. 작게는 가족 주변인의 관심과 따뜻한 말 한마디가 중요하다. 나아가 소속집단은 공감과 동료애를 나눌 기회가 있어야 하고 사회복지·지원체계가 촘촘히 갖춰져야 한다.

성과지상주의와 서로를 짓밟는 경쟁 환경에서는 사람의 생명과 안전은 보장받지 못하고 존중받지 못한다. 사회적으로 가치있는 일을 추구하면 사치스럽고 어리석은 자가 된다. 밥일꿈을 온전히 실현할 수 없는 사회를 '자유롭고 민주적'이라고 부를 순 없다.

그래도 아이들 선생님인데 선생님에게 비존중 언행을 하는 경우는 부도덕한 사회고위층일 가능성이 높다. 사회 지도층은 법과 제도를 직접 만들거나 움직일 수 있는 위치에 있는 경우가 많다. 이들이 사람과 생명을 존중하는 솔선수범을 보이는 게 중요하다. 정치권 법조계 언론계의 자성과 변화가 필요하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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