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레고랜드 1년, 건설사는 안녕하신가

2023-10-05 10:52:37 게재
레고랜드 사태가 발생한 지 1년이 지났다. 지난해 9월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춘천 레고랜드 개발을 맡은 강원중도개발공사의 기업회생을 결정하면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연장 중단 사태가 벌어졌다. 이 때문에 전국 PF 사업장에서 지급보증 중단 등이 연쇄적으로 일어났고 건설업계는 구조조정 파고 앞에 서게 됐다.

그 여파였을까, 대우산업개발은 지난달 7일 회생절차에 들어갔다. 장기미분양 물량이 늘어나면서 대출을 갚지 못했기 때문이다. 1분기 자산 2930억원에 부채가 2308억원, 부동산 PF 지급보증액은 4300억원이었다.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 상반기 종합건설사 9곳이 부도났다. 폐업은 8월 기준 266건이 신고돼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19.8% 늘었다. 2011년 이후 12년 만에 최고치다.

이같은 수치만 보면 레고랜드 사태가 부실 건설사들을 퇴출시킨 것 같다. 하지만 기간별 건설업체 등록 동향을 확인하면 폐업신고 숫자는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 건설업체수는 2020년 8만7366곳에서 2022년 9만8266곳으로 1만곳 이상 늘었다. 지난해 종합건설사 261곳이 폐업했는데 레고랜드 사태 이전인 2020년에도 211곳이 폐업했다. 이들 대부분은 소형 건설업체들로, 예로부터 신설과 폐업 반복이 일상이었다. 이번 PF 지급보증 중단 사태와는 별 연관성이 없다고 할 수 있다.

때문에 레고랜드 사태가 건설업종의 구조조정을 가져왔다고 단정할 수 없다. PF 지급보증액 규모가 큰 중대형 건설사들은 레고랜드 사태 이후에도 여전히 건재하다. 지방에서는 미분양 주택이 늘어나고 자금사정은 더 어려워졌지만 부실한 건설사의 퇴출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이유는 정부의 연명 수준 금융치료 때문이다.

정부는 건설사의 PF 지급보증 만기가 다가올 때마다 금융권을 동원해 자금을 지원해왔다. 지난달 26일 발표한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에도 정부와 금융권이 21조원을 투입해 건설사 PF 지급보증을 지원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그러나 반복되는 정부의 금융지원은 그야말로 연명치료일 뿐이다. 레고랜드 사태를 통해 정부는 건설업계 금융지원 규모를 키울 것이 아니라 우리 건설업계의 체질을 개선해야 했다.

지금 세계 건설업계는 건설로봇과 소형원자로 등 신기술 개발로 무한경쟁 시대에 섰다. 이런 상황에서 옥석을 가리지 않는 지원이 반복되면 건설사들은 정부만 바라보던 과거로 회귀하게 된다. 50년간 쌓아온 한국 건설기술이 경쟁력을 잃고 해외 주요 건축회사의 시공 하청업체로 전락하게 될 갈림길에 섰다는 점을 각인해야 한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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