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TK신공항, 의성군 복병에 좌초되나

2023-10-11 10:56:05 게재
TK신공항 건설사업이 다시 위기를 맞고 있다. 대구도심의 군사공항 이전논의가 시작된 지 16년 만에 최종 부지를 선정하고 특별법까지 제정한 마당에 의성군이 화물터미널 배치 주장을 들고 나와 갈등을 이어가고 있어서다.

TK신공항 건설은 2007년 11월 대구도심의 군공항이전을 추진하면서 시작, 2016년 7월 박근혜 대통령이 군공항과 민간공항의 통합이전방안과 기부대 양여방식을 결정하면서 본격화됐다. 2016년 8월 K-2 이전사업 타당성 평가결과에서 '적정' 판정이 나고 예비 이전후보지도 군위 우보, 의성 비안-군위 소보 두 지역으로 결정됐다. 문재인정부는 2017년 7월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 통합이전방안을 반영, 2020년 8월 공동후보지인 '의성 비안-군위 소보'를 최종 선정했다.

그러나 최종 이전후보지 결정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군위군이 주민투표결과 1순위 후보지인 '의성 비안-군위 소보'를 신청하지 못하겠다고 버티면서다. 이전부지의 최종 선정은 해당 지자체의 신청이 있어야 가능했다.

갈등과 설득과정은 6개월여 동안 계속됐다. 군위군이 대구시 편입이라는 선물을 챙기고서야 성사됐다. 경북도가 TK의 미래를 위해 군위군을 대구시에 넘기기로 대승적 결단을 했기에 가능했다.

군위군은 인구소멸 위기감에서 생존전략으로 일찌감치 공항유치에 매달렸다. 반면 의성군은 뒤늦게 공항유치에 가세했다. 당시 의성군의 단독 공항유치는 불가능했다. 군위군이 단독후보지를 양보하고 공동후보지를 신청했기에 의성군도 공항도시의 꿈을 기대할 수 있게 된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공항위치를 양보한 군위군에 민항시설을 집중하고 군공항 시설은 의성군에 모은다는 취지로 합의문을 작성한 이유다.

그런데 의성군이 지난 8월 국토부의 민간공항시설 타당성 검토 용역결과가 발표되자 화물터미널이 배치되지 않으면 공항이전을 반대하겠다고 나서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는 10월 말까지 화물터미널 위치에 대해 결론을 내고 의성군을 배제한 비상계획도 마련하겠다며 '마지노선'을 그었다. 합의문 내용 중 '항공물류단지 조성'에 화물터미널이 포함돼야 한다는 의성군의 말꼬리잡기식 주장에 휘말려 대구미래 100년 대업을 망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군위군이 단독 후보지를 포기해 신공항 사업이 원활하게 추진된 만큼 이번에는 의성군이 TK의 미래를 위해 양보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이제 와서 판을 깨려고 하는 것은 수도권중심론자들만 웃게 할 뿐이다. 수도권 일각에서는 지금도 TK신공항을 '고추 말리는 공항'이라고 비아냥거릴지 모른다.
최세호 기자 seho@naeil.com
최세호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