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결국 직장인 세금만 늘어났다

2023-10-13 11:56:29 게재
신승근 한국공학대학교 교수

법인세와 양도소득세 등 다른 세금은 모두 감소하고 있는데 직장인이 부담하는 근로소득세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기업실적 악화, 자산가치 하락 등으로 법인세는 작년보다 24조원 줄고 양도소득세는 14조8000억원 감소하는 반면, 근로소득세는 작년보다 1조2000억원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정건전성' '세계잉여금 활용' '기금 여유재원 활용'이라는 수많은 미사여구는 사라지고 결국 직장인이 부담할 세금만 늘어난 것이다.

1988년 13.9% 이후 35년 만에 최대 수준의 세수 오차 발생

왜 직장인 세금인가? 이유는 매우 단순하다. 유리지갑처럼 훤히 드러나는 직장인 급여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제일 쉽기 때문이다. 복잡하고 짜증나는 세금논쟁을 외면한 결과는 늘 그렇다.

자신이 부담할 세금을 다른 사람에게 결정하도록 놔두면 결국 자기 자신의 세금만 늘어난 결과를 발견하게 된다. 2017년 13.2%였던 근로소득세 비중은 지난해 15.3%, 내년에는 17.8%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더욱이 지금처럼 정부의 부자감세 기조가 계속되면 직장인의 세금 부담은 더 늘어나게 될 것이다.

국가살림은 더욱 어려운 지경에 다다르고 있다. 최근 기획재정부는 올해 거둘 수 있는 국세수입을 다시 계산한 결과를 발표했는데, 당초 계획보다 무려 약 60조원이 감소한다는 충격적인 수치를 내놓았다. 지난해 말 정기국회에서 올 한해 사용할 예산을 확정하기 전에 예산에 사용할 수입을 확정했는데 그 금액이 약 400조원이었다. 그런데 정작 올해 들어서는 계속해서 예상보다 훨씬 적게 세금이 걷히면서 논란을 일으키더니 결과적으로 15%나 감소한 약 340조원의 국세 수입이 들어올 것이라고 발표했다.

국가라는 공동체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공동체를 구성하는 국민의 세금이 필요하고, 그러한 세금 수입을 바탕으로 한해 동안 사용할 예산을 확정해야 한다. 이렇게 전년도 정기국회에서 수입(세금)과 지출(예산)을 확정했는데 정작 그 다음해에 예산은 계획대로 쓰고 있는 상황에서 세금이 제대로 들어오지 않으면 빚이 늘 수밖에 없다.

연말까지 세금부족이 더 발생하지 않고 정부가 발표한 수준에 머물러도 1988년 13.9% 세수 오차 이후 35년 만에 14.8%라는 최대 수준의 오차다. 이러한 역대급 세수결손 충당을 위해 현 정부가 내놓은 대응 방안은 환율 급변동에 대응하기 위한 기금인 외국환평형기금(외평기금)을 활용하는 방안이다. 한 마디로 '눈감고 아웅'하는 수준의 땜질처방이다. 올해 외국환평형기금을 사용하면 언젠가는 다시 국채를 발행해서 메워야 하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세금 부족은 내년부터, 근본적인 해결방안 필요

더욱 큰 문제는 본격적인 세금부족은 내년부터 시작된다는 점이다. 세법 개정으로 인한 효과는 크게 두가지로 나눌 수 있다. 소비 행위에 대해 부과되는 세금은 세법 개정으로 인한 효과가 바로 나타난다. 소비할 때마다 세금이 부과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득에 대해 부과되는 세금은 먼저 소득이 확정되어야하기 때문에 1년이 지난 후에 납부를 하게 된다. 매년 신고 납부하는 법인세와 소득세는 전년도 소득에 대한 것이다.

현 정부에서 작년에 주도한 부자감세의 효과는 대부분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나게 된다. 정부 발표대로라면 올해 세수감소 규모는 6조2000억원, 향후 5년간 세수감소는 64조4000억원에 이르게 된다. 이에 더해 올해 정부가 발표한 세법 개정안이 그대로 통과되면 2027년까지 2조5000억원의 추가적인 세수감소가 예상된다.

세금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를 운영하는 재원을 조달하기 위해 국민이 직접적인 반대급부 없이 부담하는 일종의 공동체 회비다. 물가도 오르고 이자도 오르고 가뜩이나 어려운 살림에 꼬박꼬박 회비를 내는 직장인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안다면 부자 회원들 회비를 깎아주겠다는 생각은 빨리 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