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김 행 뒤에 숨은 '대통령 사람들'

2023-10-16 11:08:55 게재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결과를 놓고 여권이 뒤숭숭하다. 민심이 화난 듯 싶으니 반성의 시늉이라도 해야한다는 고민이다. 국민의힘 임명직 당직자들이 사퇴했다. 김 행 여성가족부장관 후보자도 물러났다. 이 정도면 성난 민심이 족함을 느끼고 가라앉을까.

보궐선거 참패 원인은 누가 뭐래도 윤석열 대통령이다. 윤 대통령은 △야당을 겨냥한 먼지털이식 수사 △시대착오적인 이념전쟁 △문재인정권 적폐몰이 △한일관계 복원과 오염수 논란 △민생·경제 소외 △야당과 여당 비주류를 배척하는 국정기조를 고집하다가 심판을 받았다. 그러니 참패 수습은 윤 대통령의 반성과 변화에서 시작해야 한다. 문제는 국민의힘 비윤계 의원 말마따나 "윤 대통령이 바뀔 가능성은 0%"라는 것이다.

차선책은 뭘까. 김 행과 임명직 당직자 사퇴 뒤에 숨어 여론의 화살이 자신을 향할까 눈치만 보는 윤 대통령 측근들을 바꾸는 것이다. 국민의힘 지도부와 대통령실 참모, 장관들은 윤 대통령의 국정실패에 '부역'한 책임이 있다. '윤심'을 업고 지도부라는 '허명'을 안주한 여당 지도부는 윤 대통령에게 쓴소리는커녕 "각하, 지당하시옵니다"만 되풀이했다.

민심을 대변한다는 여당이면서 구중궁궐 용산에 갇힌 윤 대통령에게 민심의 '분노 게이지'가 치솟고 있다는 걸 전하지 않았다. 대통령실 참모와 장관은 수시로 격노하는 윤 대통령의 심기경호에 급급할 뿐이었다. 대한민국에 닥쳐오는 위기를 대비하기 위해 그들이 한 게 뭔지 도무지 알 수 없다. 윤 대통령의 '술자리 소통'에나 열심히 참석하면서 소소한 권력을 만끽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민심이 '국정의 실패'를 선언한 만큼 누군가는 책임져야 한다. "국정감사와 예산처리는 누가하라고…" "여당이 무슨 힘이 있다고…" "참모와 장관들은 시키는 일만 했을 뿐인데…" 따위의 변명으로는 내년 총선에서 또다시 '정권 심판'을 부를 수 있다. 윤 대통령이 변하지 않는다면 주변이라도 싹 바꿔서 변화의 가능성을 열어야 한다.

여당에는 윤 대통령에게 민심을 가감없이 전달할 강한 리더십을 세워야 한다. 중도층과 2030세대, 수도권을 대변하는 이들을 전면배치해야 한다. 비윤과도 손잡아야 한다. 대통령실을 장악한 관료주의를 밀어내고 정무기능을 되살려야 한다. 야당·비주류와 소통하고 민심을 듣는 '정치'가 시급하다.

내각에는 '대통령과 친한 사람'이 아니라 대한민국 미래먹거리를 찾아낼 전문가를 발탁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윤 대통령 주변을 과감하게 비워야 한다. 이번 보선 참패는 국민이 윤 대통령에게 준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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