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개발도상국 아동 문해력 향상에 관심과 지원을

2023-10-23 11:17:47 게재
기민지 초록우산 국제개발협력본부 협력사업1팀장

"저도 책을 읽고 싶지만 집에 책 한권도 없고 읽을 줄도 몰라요." 올 3월 라오스 후아판주의 한 중학교 수업에서 만난 13살 아이가 했던 말이다. 교육사업을 위해 방문한 교실에서 학생들은 선생님 말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실은 그 아이들 중 절반은 글을 읽을 줄 모른다는 것을 수업이 끝난 뒤에 알게 됐다.

국제사회에서는 지난 수십년 동안 아동의 교육 접근성 향상을 위한 노력이 있었다. 유네스코(UNESCO,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에 따르면 1970년 72%였던 전세계 초등학교의 순등록률은 2018년 89%로 증가했다. 그런데 학교에 등록한 아이들이 많아진 것이 교육의 개선을 의미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유네스코의 '2021년 세계교육현황보고서'를 보면 개발도상국 18개국에서 중학교를 졸업한 아동 가운데 거의 절반에 달하는 수가 간단한 문장을 읽을 수 있을 정도의 능력도 갖추지 못했다.

그렇다면 아동교육의 개선을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아동의 교육 성과에 기초가 되는 것은 '문해력'이라고 알려져 있다.

아동 교육성과 기초는 '문해력'

우리나라에서는 디지털 콘텐츠와 전자기기에 친숙한 젊은 세대의 문해력 개선도 어휘력이나 독해 능력 향상을 통한 학업 성취도 변화 측면에서 다뤄진다. 반면 라오스 같은 개발도상국 아동의 문해력 개선을 말할 때는 다른 관점에서의 접근이 필요하다. 개발도상국에는 글 자체를 읽지 못하는 '기초 문해력 부족' 아동이 많다. 게다가 이들 국가에서는 도시와의 왕래가 적은 시골마을에 살거나 소수민족인 아동의 경우 글을 아느냐 모르느냐가 자신이 속한 사회에서의 삶에 보다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문제는 문해력을 키워가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 개발도상국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학계에서는 영유아부터 성인까지 문해력을 습득하는 기간 중에서 초등 저학년 시기가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하지만 여러 개발도상국 학교와 가정에는 읽을 책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며, 부모조차 글을 읽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 초등 저학년 아동이 가정학습을 통해 문해력을 확장해 가는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 교사연수 커리큘럼 등 아동의 문해력 향상을 도울 수 있는 교육 시스템도 미흡한 경우가 많다. 해당 국가의 정부나 지역사회 차원에서 아이들의 문해력 개선을 위한 충분한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그럼에도 개발도상국 아동의 문해력 개선을 위한 해법은 있다. 개발도상국 아이들에게 관심을 갖고 이들을 위한 지원을 실천해 나가는 것이다. 학교 가정 정부 지역사회가 그들의 역할을 잘할 수 있도록 외부의 지원이 더해진다면 아이들의 삶은 달라질 수 있다. 실제 초록우산은 2018~2021년 라오스에서 학교 시설, 교사 연수, 교재 보급, 가정학습 등 아동 문해력 향상을 위한 학교·가정·지역사회·정부 대상 통합적 지원으로 연령에 맞는 읽기능력을 갖춘 아동이 사업 전 6%에서 이후 29%까지 늘어나는 것을 확인했다. 코로나19로 인한 휴교가 겹친 시기였음에도 일어난 변화이다.

외부 지원으로 아이들 삶 달라져

지금도 세계 곳곳에는 읽고 쓰기를 원하지만 배우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 수억 명의 아동들이 있다. 우리가 관심을 갖고 돕는다면 이 아이들은 자신만의 글로 세상과 소통하면서 긍정적인 미래를 스스로 그려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