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멸종위기종 복원, 자연과의 아름다운 교감

2023-11-08 10:48:46 게재
최승운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 센터장

제법 쌀쌀한 날씨에 옷깃이 여미어지는 계절이다. 예나 지금이나 날씨 계절같은 자연은 인간의 생활에 많은 영향을 준다.

뱃사람들이 먼바다로 나갔다가 돌아올 때 향기를 맡고 돌아왔다는 식물이 있다. 바로 나도풍란이다. 나도풍란은 바다로 나간 배에서도 느낄 수 있을 만큼 진한 향기를 가진 식물이다. 우리나라의 남해안과 제주도를 서식지로 하는 나도풍란은 2000년대 초반 마지막으로 학계에 보고된 이후 현재까지 발견되지 않아 절멸한 것으로 여겨지는 식물이다.

멸종위기종 1급으로 지정된 육상식물 11종 중 8종이나 난초 종류 식물이 차지하고 있는 것은 그 가치만큼이나 절멸의 위험도 빨리 온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지난 여름 부산 금정산 조사 때 또 한번 시린 가슴을 쓸어 내렸다. 가는동자꽃은 나도풍란 만큼이나 멋진 자태를 자랑하는 멸종위기종이다. 부산 금정산에만 자생지가 남아 있다고 알려졌으며 꽃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식물이다. 자생지 조사를 위해 방문한 곳에서 안타까운 모습을 보고야 말았다. 누군가가 사진을 찍기 좋은 구도를 만들기 위해 꽃 부분을 잘라서 땅에 꼽아 놓았는데 이미 생기를 잃은 가는동자꽃은 더 이상 꽃이 아니었다. 일부 사람들은 좋은 사진을 얻기 위해 나무를 베기도 하고 심지어 본인만 꽃을 찍기 위해 사진을 찍은 뒤에 꽃을 꺾어 버리기도 한다.

나도풍란 등 5종 우선복원 시도

더구나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닿는 등산로나 관광지 주변에 터를 잡은 멸종위기종은 그 흔한 안내판이나 보호시설도 하나 없이 언제 닥칠지 모를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한 서식지에 답압이 가해지거나 주변 식생이 훼손되면 이는 개체수 감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고 식물은 점점 살기 어려워진다.

사람들의 무분별한 채취와 자생지 훼손으로 멸종위기종이 됨에 따라 환경부에서는 나도풍란 가는동자꽃 서울개발나물 등 5종을 우선복원 대상종으로 지정해 복원을 시도하고 있다. 이 계획에 따라 우리 센터에서는 조직배양기술과 종자발아연구를 통해 증식기술을 개발하고 생태조사를 통해 시험이식을 실시해 모니터링 중이다.

나도풍란의 경우 올해 9월에 신안군 가거도, 가는동자꽃은 금정산에 대체 서식지를 만들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식물의 경우 3~5년 정도의 모니터링을 통해 자연적응이 가능한지를 관찰하고 복원여부를 판단한다. 복원이 이뤄지고 자생지에서 세대를 이어가기까지는 적어도 몇년의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다. 무엇보다 멸종위기종은 종자발아가 힘들어 복원에 필요한 개체수를 확보하기도 어렵고 자연적응에도 까다로운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

식물은 자연에 있을 때 가장 아름답다. 그러나 사람들의 이기적인 욕심으로 식물을 채취하고 서식지를 훼손한다면 점점 더 많은 멸종위기식물이 생겨날 것이다.

식물은 자연에 있을 때 가장 아름다워

이럴 때 자연과의 아름다운 교감을 한번 시도해 보면 어떨까. 도감을 통해 알아낸 꽃들의 이름을 불러보기, 잡초처럼 보이는 꽃이라도 함부로 꺾지 않기, 자세히 관찰하기 등 식물을 사랑하는 일은 쉽고도 많다.

어느 시인은 노래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지금도 우리 곁에서 사라져 가는 낯선 이름 멸종위기 야생생물 "너도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