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전기요금체계 개선을 위한 제언

2023-11-09 11:26:57 게재
한전 적자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정부가 전기요금을 인상하기로 했다. 대신 주택용과 일반용 등은 현행대로 유지하되 산업용만 오늘(9일)부터 평균 6.9%, 10.6원/kWh 인상했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집권여당은 치솟는 물가에 대한 국민부담을 우려해 좀처럼 요금인상을 반기지 않았다. 하지만 200조원이 넘는 부채와 47조원에 달하는 누적적자에 직면한 한전의 재무위기를 더 이상 모른 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올 4분기 전기요금이 동결될 경우 한전은 내년부터 회사채 발행한도가 줄어들어 상환압박을 받고, 부도위험에 처할 것이란 지적이 제기돼왔기 때문이다.

한전 상황이 이렇게 된 것은 무엇보다 '전기요금의 정치화'가 주원인이다. 국제에너지가격 변동분을 국내 전기요금에 반영하는 연료비연동제를 도입했지만 정작 정치논리에 밀려 제대로 시행하지 못했다.

그런 만큼 전기요금과 규제 거버넌스를 정치권과 분리시켜 독립성을 강화하는 게 근본적인 해결방법이다. 중단기적으로는 전력산업기반기금(전력기금) 조정과 부가가치세 영세율 적용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전력기금은 전기요금의 3.7%를 부담금으로 부과하고,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RPS) 과징금을 받아 조성한다. 전기사업법 제49조(기금의 사용)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 지원 △전원개발 촉진 △전력수요 관리 △전력산업 연구개발 △도서벽지 주민 전력공급 지원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 등에 사용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한전이 전액 부담해온 기초생활수급자·장애인 등에 대한 공익목적의 복지할인 예산을 전력기금으로 지원할 수 있다.

또 전국 곳곳에서 난항을 겪고 있는 송전시설 건립과 관련해 송·변전설비 주변지역의 보상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근거한 지원비용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이 경우 전력기금 취지에 맞춰 전원개발 촉진 및 전력계통 안정성을 앞당기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전기요금의 3.7%를 인위적으로 부과하는 요율도 1~2%로 인하한다면 큰 금액은 아니지만 국민부담을 완화하는 효과를 가져 올 수 있다. 전력기금은 2022년 6조4917억원에 달했지만 실제 지출금액이 2조6929억원에 그치는 등 매년 수조원이 과다 적립돼 왔다. 2024년 예산안을 봐도 기금 운영규모 4조5010억원 중 지출계획은 2조571원이어서 활용여지가 있다.

이와 함께 한시적으로 주택용 전기요금에 부가가치세 영세율 적용방안을 검토해볼 만하다. 이 경우 고물가·고금리에 시름하는 서민·중산층 가정의 전기요금 부담을 즉시 10% 낮추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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