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서울 '빈대 제로 도시', 빈대 청정국 초석되길

2023-11-13 11:13:52 게재
용태순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열대의학교실 교수

빈대는 사람의 주거지에 살며 세계적으로 분포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아주 오래전부터 1970년대까지 집안에서 종종 발견되곤 했던 가옥 내 대표적인 흡혈곤충 또는 외부기생충이다. 경제발전에 따라 생활환경이 좋아진 1980년대부터 주택 개량이 되고 개인위생 향상과 도시화, 살충제 사용이 늘어나면서 자취를 감추었다가, 2006년경부터 해외 유입 빈대가 들어오기 시작하며 점차 다시 알려지게 되었다.

전세계 보건위생문제로 급속히 대두

2008년 서울에서 수십년 만에 처음으로 빈대를 발견해 학술논문으로 보고한 바 있었는데, 이는 정황상 해외에서 유입되었다고 추정하여 기술했다. 해외에서 유입된 빈대가 다시 기승을 부리는 이유는 살충제 저항성과 인간 행동양식에서 찾아볼 수 있다.

서구권에서는 2000년경부터 빈대 발생이 다시 보고되기 시작했고 근래 여러 정보를 통해 전 세계의 보건위생 문제로 급속히 재차 대두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재개방되어 활발해진 해외여행과 이주로 인해 빈대가 국외로부터 개인 물품이나 무역으로 반입된 물품에 숨어 들어와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빈대는 개체수가 많지 않은 경우 일반인이 찾고 확인하기는 매우 어려운 곤충으로 수가 많아졌을 때에서야 비로소 알 수 있고, 그때가 되면 완전히 방제하기가 매우 어렵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라는 옛말이 있을 정도다.

요즘 시민의 불안감이 높은데, 기성세대는 어릴 때 빈대를 보거나 물린 경험이 있어서 공포감이 비교적 낮지만, 나이가 어린 세대는 그러한 경험이 전혀 없어 빈대에 대한 곤충공포증이 높다. 방송이나 매체, SNS에서 빈대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유용하지만 종종 자극적이거나 무섭게 각색하여 공포심을 가지게 하는 것 같다. 빈대에 대한 지나친 공포심을 유발하는 교육과 홍보는 지양해야 할 것이다.

빈대는 인류문명이 만들어 낸 공생생물이라고도 볼 수 있다. 오래 전 동굴에 살던 인간은 빈대와 함께 하였고, 인간이 집을 짓고 살면서 동굴에서 살던 빈대는 다시 우리의 주거 공간으로 이동하였다.

빈대 방제도 중요하지만, 사람이 곤충을 대하는 태도에 관한 교육이나 관리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공공 대책과 시민 자율방역 동참 필요

우리나라에서 빈대에 대한 국민의 관심도가 높아져 여러 정부 기관에서 빈대 관리 방안이 마련되고 효과적인 관리 대책이 강구되고 있다.

빈대 방제사업 중 '빈대 제로(zero)도시, 서울' 프로젝트가 시행되고 있다. 빈대를 신고하는 것부터 방제 확인까지 3중 방역망을 구축하여 빈대 방역관리에 나서고 있는데 좋은 예방, 방제, 관리사업이라고 볼 수 있다.

빈대를 짧은 시간 안에 완전하게 박멸하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래도 위와 같이 가능한 모든 조치로 서울에서 빈대를 박멸하는 것이 일차적으로 중요하고 단기간적으로는 가능할 듯도 하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는 향후 또다시 일어날 수 있으므로, 공공이 지속 가능한 대책을 마련해 관리하고 시민들 역시 적극적으로 자율방역에 동참한다면, 우리나라가 다시 빈대 청정국으로, 서울시가 빈대 제로도시로 인정받는 날이 속히 오리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