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횡재세, 좋은 취지만으론 부족하다

2023-11-16 11:38:06 게재

지난해 하반기 야당의원을 중심으로 제기됐다가 수면 아래로 내려간 횡재세 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최근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생 위기 극복과 민생 고통을 분담할 수 있도록 횡재세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정유사와 은행을 횡재세 부과 대상으로 삼았다.

세금 도입 배경은 이렇다. 원유와 금리가 오르면서 에너지와 금융 취약계층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반면 석유사업자와 은행 등은 이익을 얻고 있다는 점에서 출발한다. 일부 선진국을 중심으로 횡재세를 도입한 사실도 법안 추진의 배경이다.

정상이익 넘어 초과수익 거두는 정유사와 은행 횡재세 부과 대상 삼아

경제 환경 급변으로 국민경제 위기 속에서 경영혁신이나 혁신투자 등 기업 노력에 대한 보상으로 얻는 정상이익을 크게 넘어서는 초과이득을 누리는 석유사업자와 은행에 대해 한시적 초과이득세(횡재세)를 부과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부과해서 나온 세수를 에너지와 금융 취약계층 고통을 경감하는 재원으로 사용해 경제위기 극복의 전례를 만들자는 게 횡재세 관련 법안의 발의 취지다. 발의된 횡재세법(법인세법 과세특례) 개정안은 직전 3개연도 또는 코로나 이전 4개 년도 평균소득 초과분을 고려해 과세표준을 삼고 세율은 20~50%로 정했다.

우리나라는 2011년 초과이익을 중소기업과 공유하는 초과이익공유제가 논의됐는데 상식을 뛰어 넘는 수익과 이익 등은 공동체 발전을 위한 별도의 환수 구조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된 바 있다. 특히 지난해 우리나라 정유사 법인세차감전순이익이 10조원(상반기)을 넘은 점이 횡재세 도입 주장에 힘을 실었다.

횡재세는 공급의 제한에 따른 초과이윤에 대한 과세를 의미하기 때문에 세계 여러나라는 우연적 요인으로 가격 변동이 심한 에너지분야를 주요 적용대상으로 하고 있다. 원유 공급을 제한하면서 높은 가격과 적은 거래량을 통해 초과이윤을 얻을 수 있어서다. 하지만 우리나라 정유업을 들여다보면 다른 나라 사례와 본질이 다르다는 점을 냉정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국내 정유사는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전쟁 영향으로 상반기 10조4000억원의 호수익을 냈지만 바로 두 해전에는 글로벌 석유수요 감소로 5조5000억원 적자를 냈다. 올해 실적은 평년작이다. 3분기 기준 누적 영업이익은 2조86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7%가 감소했다.

횡재세는 초과이윤 개념이 중요하다. 정유사들 3분기 누적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2.8%다. 최근 16년 동안 정유부문 영업이익률은 1.7%이고 지난해 정유사 정유부문 영업이익은 6.4%로 초과이윤을 얻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일반 제조업 평균 영업이익률이 6%대인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국내 정유사들은 원유를 수입, 정제시설을 가동해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기업이다. 원유 공급을 자의적으로 제한할 수 없으며 원유가격과 석유제품 가격의 차이인 정제마진에 의존해 영업이익을 내는 사업구조다. 석유제품은 우리나라 주요 수출품이다. 지난해 전체 수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9.2%로 반도체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원유도입액의 60%를 수출로 회수하는 셈이다. 횡재세가 부과되면 투자재원 축소와 불확실성 확대로 산업이 위축될 수 있다. 수출전선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우려된다.

영국 등 횡재세 과세대상 기업은 원유생산부터 정제까지 업으로 한다. 영국은 자국내에서 석유·가스를 탐사·정제하는 기업에 법인세를 25%p 추가해 부과한다. 유럽연합의 연대기여금 과세도 원유 천연가스 석탄 등 화석연료 생산기업이 주로 해당된다. 중국도 부담금 형태로 석유기업에게 부과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에너지 분야에 대한 권고에서 "화석 연료 추출로 인한 횡재 이익에 대해 영구적인 세금을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경제적 지대는 에너지 가치 사슬 가운데 화석 연료 추출에서 발생한다"고 했다.

취약계층 지원 위한 복지재원 확충, 불요불급 예산 줄이는 것부터

횡재세 도입은 가격 급등으로 힘들어하는 에너지 취약계층을 지원하기 위한 재정 마련 세재개편으로 볼 수 있다. 취지는 십분 이해가나 이를 달성하기 위해 무리한 적용을 통해 기업 활력을 꺾는 방향으로 추진하는 것에 수긍하기 어렵다. 취약계층 지원을 위한 복지재정 확충을 위해서는 선심성 정치적 예산 등 불요불급한 예산을 줄이는 것부터 해야 하지 않을까.

범현주 산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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