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내 주치의가 있으면 좋겠다

2023-11-17 11:18:19 게재
필수·지역의료를 수행할 수 있는 의사를 확보하기 위해 정부가 의료혁신정책을 추진 중이다. 국립대병원 중심의 지역완결형 의료체계를 구축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바람직한 선택이다.

하지만 보완해야 할 게 있다. 지역완결적 의료체계를 구축하려면 시군구 읍면동 지역사회에서 주민들의 일차진료를 담당하는 진료체계를 기본으로 갖춰야 한다. 그래야 명실상부 '지역완결적'이라 할 것이다.

지금의 의료이용행태의 경우 지역 주민이 아프면 자기 스스로 어느 의료기관을 갈까 판단하고 이 의원 저 병원을 다니다가 처방과 치료가 좀 괜찮다 싶으면 그때 가서야 하나의 의료기관과 의사를 선택 고정해 자신의 진료를 온전히 맡기게 된다. 그러다 만족스럽지 못하면 다른 곳으로 옮기기도 한다. 이는 의료이용자와 의료제공자의 신뢰관계가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환자 입장에서 믿을 수 있는 의사가 옆에 없기에 의료쇼핑과 수도권 대형병원을 찾게 되는 것이다.

동네주민의 일상적인 건강관리와 경증질환 진료, 상급의료기관으로 의뢰하는 일차의료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전문가들과 시민사회단체, 보건의료단체들의 지적은 오래됐다. 하지만 정부와 국회는 등한시했다. 보건복지부는 만성질환관리제 장애인건강주치의제 등 시범사업만 반복하고 있다. 건강관리가 되지 않은 노인인구의 급증은 만성질환자와 장애인 증가를 낳게 될 게 분명하다. 병든 상태로 오래 사는 불행한 노후는 대부분 노인의 삶이 된다.

그동안 복지부는 '예방'을 기본으로 한 건강정책을 추진하겠다고 여러차례 밝혔다. 이번 정부 들어 건강보험 재정관리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의사인력 확대와 더불어 일차의료체계 구축도 강력히 병행해야 할 것이다.

늘어난 의사인력이 수도권이나 성형 미용쪽으로 몰리지 않고 지역에서 일할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최근 본지는 창간30주년 '건강한 노후 돌봄을 위하여' 기획특집보도 취재 과정에서 방문진료 등을 위한 의사 확보가 지역사회 '의료-돌봄 통합지원'을 온전히 제공하기 위한 핵심사안 중 하나임을 확인했다.
만성질환관리-장애인건강주치의-방문진료 등을 가능케 하려면 주민 주치의제적인 일차의료체계를 시군구 읍면동마다 구축해야 한다. 그래야 국립대병원 중심의 지역완결형 의료체계가 완성될 수 있다.

최근 만난 한 장애인이 "의사가 늘어나면 우리 장애인들의 건강관리가 좋아지나요"라고 물었다. 아마 독거 중년·노인이나 은둔고립 청소년·청년들도 "내 마음 속 아픈 이야기를 길게 들어 줄 의사가 생기나요"라고 물을 것 같다. 나도 주치의가 있으면 좋겠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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