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윤 대통령, 은행에 대한 위험한 인식

2023-11-21 11:04:44 게재
은행권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이 거칠다. 단순한 비판의 수준을 넘어 은행을 적대시하는 것 아닌가 할 정도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소상공인 등과 가진 간담회에서 "소상공인이 은행의 종노릇을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시중의 목소리를 전하는 방식이라고는 하지만 말이 가지는 어감만으로도 파장을 일으켰다.

은행이 많은 이익을 거뒀다는 사실 자체로 이처럼 감정을 담아 말했다고 보기에는 그 정도가 너무 세다.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이 은행을 비롯한 금융권에 가지는 뿌리깊은 부정적 인식이 드러났다는 시각도 있다. 지난해 대선 때 선거캠프에서 금융관련 정책을 수립했던 한 여권인사는 "선거 때부터 대통령의 말 속에 금융권 사람들을 대단히 부도덕한 집단으로 보는 경향이 있더라"고 전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검사시절 부산저축은행과 론스타사건 등을 직접 수사하면서 금융권 인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갖게 됐다는 해석이다. 최근 고금리로 기업과 가계, 특히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는 생업의 벼랑 끝에 몰렸는데 은행만 '이자장사'로 흥청망청한다는 인식이 자리잡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발언의 근원이 무엇이든 결과적으로 은행의 '독과점'이 문제라는 진단과 해법은 정답이 아니다. 은행업은 자금중개 기능의 특성상 국가의 강한 규제를 받고 이로 인해 독과점 성격을 갖는다. 우리나라 '은행법'도 인가에서부터 주식소유 제한, 업무범위 등 깨알같은 규제로 자유로운 시장경쟁이 불가능하다.

"시중은행과 인터넷은행 등 20개 가까운 은행이 영업하고 있는데 몇개를 늘려야 독과점을 해소할 수 있다는 거냐"는 시중은행 관계자의 불만처럼 은행 숫자 문제는 아니다. 독과점을 깨려면 진입장벽과 업무영역, 소유제한 등 높은 벽을 허물면 되지만 은행업의 특성상 쉽지도 않다.

결국 은행의 과도한 이익 논란은 금융시장 자금수급 상황과 실물경제 등에 따라 자연스레 조정될 문제다. 금융당국이 그런 사정을 모를 리도 없다. 금감원은 20일 "올 들어 은행의 순이자마진과 총자산이익률, 자기자본이익률 등 지표가 하락해 수익성이 둔화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도 대통령이 나서 은행 경영진의 오금을 저리게 할 정도로 강한 발언을 쏟아낸 데는 다른 목적이 있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은행이 이익을 많이 냈으니 일부를 토해내라는 압력과 내년 총선을 앞두고 서민의 경제적 고통에 대한 희생양을 만들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다. 첫째 의도는 금융당국 수장과 금융지주 회장이 20일 만나 '소상공인 금리부담 경감을 추진한다'고 합의하면서 어느정도 목적을 이룬 듯하다. 또 다른 의도가 있다면 이는 내년 총선까지 대통령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의 행동을 보면 드러날 것이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백만호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