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윤 대통령 '엑스포 외교' 관전 소회

2023-11-27 11:19:53 게재
윤석열 대통령이 영국 국빈방문 및 프랑스 파리 방문을 마치고 26일 오전 귀국했다. 파리에선 국제박람회기구(BIE) 대표단을 상대로 한 2030 부산 세계박람회(엑스포) 막판 유치전을 벌였다.

공군1호기 이륙 직전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는 기내에 있던 취재 기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고 눈을 마주치며 인사했다. 윤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파리에서) 와인은 좀 마셨느냐"고 물었다. '영국 흑맥주'를 권했던 앞서 출국길보다 표정이 한결 홀가분해 보였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다. 대통령도 모든 걸 다 쏟아냈다"며 "어떤 결과가 나오든 받아들이는 길밖에 없다"고 했다.

그동안 윤 대통령의 외교화두는 가치규범·안보·세일즈 등 시기마다 방점이 조금씩 달랐다. 하지만 부산 엑스포 유치에 대한 관심과 의지는 일관됐다. 취임 직후인 지난해 5월 11일 접견한 메가와티 인도네시아 전 대통령에게 부산 엑스포 지지를 요청한 일이 외국 정상급 인사를 상대로는 처음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닷새 후인 16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는 '바이든 대통령 방한 준비 철저'보다 먼저 '부산엑스포 유치 총력'을 지시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그해 8월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 때는 "유치 과정에서 저희가 감당할 수 있는 비용이 커 아마 사우디가 훨씬 유리한 입장에 있는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한국이 (유치전을) 늦게 시작했지만 아직 시간이 1년 이상 남아있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 뛰면 반전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국가, 한 국가 1대 1로 설득해서 지지를 끌어내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는 말대로 이후 10여회의 순방, 그리고 외국 정상 초청 일정을 엑스포 외교전의 기회로 활용했다.

사실 용산에선 한때 비관론과 함께 "2035 엑스포를 노리는 중국 눈치를 보느라 문재인정부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전 정권 책임론'도 나왔다. 주요 경쟁국인 사우디의 반인권 실태를 부각시키려는 움직임도 있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나 대통령실이 직접 야당이나 경쟁국을 겨냥한 적은 없다. 평소의 윤 대통령과 달랐던 의외의 '조용함'은, 거꾸로 뭔가 일을 되게 만들겠다는 의지처럼 읽혔다.

29일 새벽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알 수 없다. 파리에선 사우디가 아프리카 국가들의 부채상환을 위해 수조달러의 돈을 풀었다는 소문이 돌더니 귀국 후엔 사우디를 지지하던 일본정부가 한국 지지로 방침을 바꿨다는 외신보도가 나온다.

어쨌건 윤 대통령이 엑스포 유치 노력 중에 보여줬던 그 '조용함'을 계속 발휘해 어떤 결과든 국익으로 최대한 이어가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랄 뿐이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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