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이사 충실의무' 상법 개정 서둘러야

2023-11-28 11:10:27 게재
국회에서 잠자는 민생법안들이 수두룩한 가운데 상법 '이사 충실의무' 조항의 개정을 촉구하는 100만명 범국민 서명운동이 시작됐다. 이사의 의무에 대해 회사에만 충실하지 말고 주주들에게도 신의 성실해야 함을 법으로 못박자는 주주행동이 전개되는 것이다.

현행 상법 제382조의 3 '이사 충실의무-이사는 회사를 위하여 그 직무를 성실하게 수행하여야 한다'에는 주주가 없다. 때문에 지금까지 기업들은 회사를 위한다는 명목 하에 일반주주들의 권리침해를 당연시 해왔다. 국내 법원 판례 또한 이사가 주주의 이익까지 보호할 책임은 없다고 판시한 내용이 대부분이다.

이로 인해 국내 주식시장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점철돼 왔다. 우리나라가 거의 모든 분야에서 선진국 반열에 진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증시 수준은 여전히 낮게 평가를 받는 이유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명문화된 법조문으로 혹은 확고한 판례로, 이사가 주주의 이익을 보호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일례로 미국 델라웨어 회사법 102조에는 '회사 또는 회사의 주주에 대한 이사의 책임' '회사 또는 회사의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의무'로 돼 있다.

100만명 범국민 서명운동을 진행하는 시민단체들과 투자자들은 이번 기회에 주주이익보호를 의무화하는 상법을 반드시 개정하고 국내 주식시장의 투자환경을 근본적으로 개선하자고 목소리를 높인다.

현재 국회에는 이사가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도록 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 법률안이 두 건 대기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사의 충실의무' 조항에서 '회사'를 '주주의 비례적 이익과 회사를'로 수정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내놨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올해 1월 '회사'를 '회사와 총주주를'로 바꾸며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사이 이해상충 문제 해소에 초점을 맞추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두 안은 모두 이사들에게 주주 보호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으로 1400만 투자자와 가족까지 해당되는 중요한 민생법안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이 안건들은 법사위 법안심사 소위 안건에도 올라가지 못했다.

21대 국회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 총선이 있는 내년으로 넘어가면 입법은 정말 불가능해진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공개 지지했고,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소액주주 보호 취지에 공감한다고 의견을 밝힌 바 있다. 더 이상 늦출 이유가 없다. 하루빨리 상법 '이사의 충실의무'가 '전체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위하여'로 개정되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오명을 벗고 공정한 자본시장의 토대를 세웠으면 한다. 국회 임기 만료로 애써 발의한 개정안이 물거품이 되지 않기를 기대한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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