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과학에 기반한 성숙한 기후외교를

2023-12-01 11:11:47 게재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8)가 11월 30일(현지시각)부터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COP28은 파리협정 이후 처음으로 전지구적 이행점검(GST)을 하는 의미가 있는 총회이지만 과연 얼마나 성과가 있을지는 의문인 상황이다.

1997년 채택한 교토의정서 체제에서는 선진국만 온실가스 감축의무가 있었지만 2020년 이후 적용된 파리협정에서는 당사국 모두가 감축목표를 지켜야 한다. 문제는 온실가스 배출 1, 2위를 다투는 미국과 중국 정상이 불참의사를 밝혔다는 점이다.

게다가 그린워싱 논란도 가열되는 모양새다. 11월 27일(현지시각) 비영리단체 기후보고센터(CCR)와 BBC가 공동 입수한 유출 문서에 따르면 아랍에미리트는 COP28에서 외국 정부에 석유·가스 거래를 제안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COP28 주최측은 BBC 기사에 언급된 문서는 정확하지 않고 미팅에 사용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사실 이러한 논란이 처음은 아니다. 술탄 알 자베르 COP28 의장은 아부다비 국영 석유회사 아드녹의 최고경영자(CEO)다. 때문에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의장 직책이 이해상충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는 곧 지구온난화를 억제하기 위해 화석연료의 퇴출이 얼마만큼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COP28에서도 화석연료 사용 중단을 둘러싼 논쟁은 계속될 전망이다. 유럽연합(EU)은 COP28에서 화석연료 사용의 단계적 퇴출은 물론 '새로운 석탄 배제 정책(New Coal Exclusion Policy)'을 제안할 예정이다.

화석연료 퇴출에 대해 표면적으로는 수긍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입장이 첨예하게 갈린다. 화석연료 자체를 쓰지 말자는 '사용'의 단계적 퇴출과 달리 '배출'의 단계적 퇴출은 탄소포집·저장(CCS) 기술 등을 활용해 화석연료에서 나오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자는 입장이다. 이는 각 국가별 경제적 이익과도 밀접하게 얽혀있다. 유럽 기반 석유 메이저 쉘(Shell)이나 BP는 상대적으로 신·재생에너지에 주력했다. 반면 미국 기반의 엑슨모빌은 탄소 포집·활용·저장 기술 등에 관심을 쏟는다.

우리나라는 온실가스 다배출국가로서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탈석탄은 탈원전 진영논리와 관계없이 이뤄져야 하는 사항이다.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1.5℃ 억제해야 하는 과학적 근거는 이미 나왔다. 이러한 과학적 이론을 기반으로 한 에너지전환은 시대적 흐름이다. COP28에서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서의 책임감 있는 모습은 물론 실익을 함께 챙기는 성숙한 외교력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김아영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