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국 차세대 전지의 골든타임

2024-01-02 11:16:12 게재
하영균 에너지11 대표

중국은 세계 배터리시장 점유율 1위를 이미 달성했고 시간이 갈수록 점유율이 높아지는 상황이다. 그 중심에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가 있다. LFP배터리는 한국이 주력으로 하고 있는 리튬NCM 배터리에 비해서 에너지 밀도는 낮지만 안정성이 높고 가격이 싸기 때문에 대중화됐다.

특히 전기자동차의 안전성 문제로 그 수요도 급증했고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이 확산되면서 더욱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이미 2023년 기점으로 리튬배터리 시장의 50%를 넘어섰다.

LFP 배터리 시장에서 소외된 한국

이 LFP시장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한국 기업들이 소외되고 있는 실정이다. 2000년대 말 한국에서도 LFP에 대한 개발과 연구가 활발했다. 하지만 LFP 업체들은 두가지 문제에 직면했다. 하나는 당시 한국 배터리시장의 목표는 에너지 밀도를 얼마나 높일 수 있는가 하는 문제였다. 이유는 리튬전지의 주요한 사용처가 노트북과 휴대폰이었고 이 시장에 맞추어 에너지 밀도 높은 배터리에 집중했다.

또 하나는 LFP 물질 특허 문제로 소송에 휩쓸리고 싶지 않는 대기업 배터리 회사들은 연구개발을 포기했다. 중소기업 중심으로 진행하던 LFP배터리는 정부 지원도 받지 못하고 대기업도 외면하면서 한국에서 사라지게 된 것이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LFP의 에너지 밀도가 낮지만 안정성과 가격이 싼 것을 무기로 전기자동차시장에 적용했다. 정부가 LFP배터리를 전기차 사용에 권장하면서 세계 전기차시장의 핵심 국가로 중국이 등장했고 LFP는 급속도로 확산됐다. 특허 문제도 중국 정부는 국제법을 무시하면서 LFP 개발을 지원했다. 그 결과 이제는 세계 시장의 주류 배터리로 LFP배터리가 시장을 확장하고 있다. 최근 한국내에서도 LFP 개발이나 생산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하지만 중국에 비해 15년 이상 개발과 생산이 뒤쳐진 상황이다. 미국의 강력한 요청 때문에 중국산 대체로 개발이 가능하지만 경쟁력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차세대 배터리 경쟁력 위해 협력 강화

LFP 지원을 포기했던 산업통상자원부의 정책적 결함을 보완하려고 차세대 전지에 대한 지원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차세대 전지로 가장 효과적인 배터리가 나트륨이온전지다. LFP배터리의 대체전지로 에너지 밀도는 비슷하지만 가격은 20% 이상 더 싸게 만들 수 있다. 중국의 LFP 업체 17곳이 이미 나트륨배터리를 생산 중인데 LFP 시장을 나트륨배터리가 대체할 것이라는 점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한국 배터리산업에서 고밀도 에너지 전지에 대해서는 배터리 3사가 세계 시장을 리드하고 있으니, 차세대 가격경쟁 전지에 대해서는 중소기업 중심으로 협력을 강화하고 정부도 지원을 해야 한다.

차세대 배터리산업에서는 지금이 가장 중요한 시점이다. 적어도 1~2년 정도면 충분히 중국의 차세대 배터리 기업들을 따라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3~4년 이상 늦어지면 추월은 쉽지 않다. 중국은 이미 차세대 전지의 밸류체인을 완성하고 있다.

지금이 한국 배터리 산업의 골든타임이다. 정부도 기업도 알고 있고, 대학의 연구자들도 알고 있으니 이제는 연대협력해 차세대 배터리 경쟁력을 갖추어 나가야 할 때다. 더 늦으면 기회가 없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