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한은, 조기 금리인하 기대에 단호해야

2024-01-09 11:17:00 게재
연초부터 채권과 외환, 주식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지난해 말 기자회견에서 올해 연방정책금리 인하 가능성을 언급하자 시장은 몇발짝 앞서가며 환호했다. 그러다 연초 미국 노동시장 호조와 일부 연준 인사의 매파적 발언 등에 주춤하는 모양새다.

지정학적 갈등과 공급망 단절 위험성 등으로 전세계 실물경기가 위태로운 상황에서 금융시장이 출렁일 때마다 우리 통화 및 금융당국은 가슴을 쓸어내린다. 최근 태영건설 PF 문제까지 터져 총선을 앞두고 당국의 노심초사가 뻔히 보인다. 하지만 거시건전성 유지를 위한 충정도, 누군가는 선거를 앞두고 큰일이 터지지 않기 바라는 조바심도, 은행에서 빌려 쓴 대출 원리금을 매달 갚아야 하는 서민들의 타들어가는 속마음에 비할 바는 아닐 것이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대출금리를 크게 내려주고, 상생금융도 2조원 아니라 5조원, 10조원까지 늘려 소상공인과 금융취약층을 지원하고 싶을 것이다. 문제는 은행 팔 비틀어서 그렇게 하는 게 해법이 아니라는 점은 경제부총리도, 한국은행 총재도, 금융당국 수장도 모두가 아는 경제상식이다.

지금은 오히려 경제주체 모두에게 "당분간 금리도 내려가지 않을 것이고, 경기도 어려울 것이니 안전벨트 단단히 매라"고 말해줘야 한다. 몇가지 통계를 보자. 한은이 2021년 말부터 기준금리를 빠르게 올려 연 3.50%의 높은 수준이 1년 이상 이어지고 있지만, 각종 통화 및 금융지표는 긴축정책이 무색할 지경이다. 이 기간 본원통화(25조원)와 M2(350조원)는 각각 10% 이상 증가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은 20% 이상 (160조원) 늘었다.

같은 기간 경제성장률이 5%에도 미치지 못하는 점을 고려하면 여전히 시중에 유동성이 과잉 공급되고 있다. 한은은 '긴축'을 했다는데, 가계를 비롯한 경제주체는 '완화'로 받아들인 셈이다. 정부의 집값 떠받치기 정책도 거들었다. 한은 금통위 의사록에서도 정부의 이런 거꾸로 정책에 우려를 드러낸 것으로 확인된다.

중앙은행 통화정책 파급효과에 '기대경로'가 있다. 기준금리를 조정해 가계를 비롯한 경제주체의 기대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미치고, 여러 경제적 선택과 거래행위를 결정하게 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해 "금리는 쉽게 내려가지 않는다. 빚내서 집사지 말라"는 취지로 여러차례 말했다. 지금 와서보면 중앙은행 총재의 호소가 안먹혔다고 봐야 한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기준 두달 연속 전달에 비해 금리수준이 앞으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한은 소비자동향조사) 이번주 목요일 올해 첫 한은 금통위가 열린다. 새해는 금리가 곧 내려갈 것이라는 기대에 단호하게 대응해야 할 이유는 많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백만호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