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평화로 가는 길은 없다. 평화가 길이다

2024-01-24 10:51:05 게재
임준철 메르헨코리아 대표이사

2024년 갑진년 연초부터 한반도 정세가 예사롭지 않다. 우선 북한의 태도가 바뀌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헌법에 대한민국을 철두철미 제1의 적대국·불면의 주적으로 명기해야 한다"고 지난 15일 시정연설에서 강조했다. 이는 분명히 바뀐 남한에 대한 북의 태도 변화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는 전쟁위기가 고조되고 있다고 경고한다. 미국 미들베리국제연구소의 로버트 칼린 연구원과 지그 프리드 해커 교수는 1월 11일 북한 전문매체 38노스에 기고한 글에서 '한반도 상황이 1950년 6월 이후 그 어느 때보다 더 위험하다'고 분석했다. 이는 한국전쟁 이후 가장 전쟁 위험이 커졌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칼린 연구원은 50여차례 북을 방문했고, 해커 교수는 자타공인 최고의 북핵 전문가다.

이어서 1월 16일 로버트 갈루치 조지타운대 명예교수는 "올해(동북아에서) 핵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을 염두에 둬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칼루치 교수는 1994년에 '제네바 합의'를 성사한 주역이다. 갈루치 교수는 "2024년 미국과 북한 간 외교는 가능할까?"라고 질문을 던져보지만 대선이 걸린 올해 미국이 외교에 나설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판단한다.

강대강 대치로 코리아 디스카운트 부각

바이든행정부는 한국과 일본이 미국의 확장억제력을 믿도록 설득하는 게 미국의 첫번째 외교라면서 그 실행 방안으로 미국 전략핵무기의 한반도 전개를 정례화했다. 한미, 한미일 연합군사훈련도 양과 질에서 모두 증가해 북한을 자극하고 있다.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한반도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더 가중될 것이다.

2017년 트럼프는 한반도를 큰 위험에 빠트린 적이 있고 하노이회담을 걷어찬 경력이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11월 대선에서 트럼프와 상대하는 것만도 벅찬 2024년이기 때문에 한반도는 더욱 위험하다.

윤석열정부의 대북 정책은 강경하다. 여기에 신원식 국방부장관은 지난 12월 "북한이 계속 도발 시 김정은 참수작전 훈련 을 고려한다고 발언했고, 1월 4일에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는 "한국의 4월 총선을 앞두고 북한이 군사도발을 하거나 한국을 겨냥한 테러를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체적으로 천안함 폭침과 같은 국지적 도발을 강행하거나 지대공 미사일을 발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이러한 강대강 대치상황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부각시키고 있다. 정부는 공매도 전면 금지,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증권거래세 인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지원 강화 등 총선용 대책 주가부양책을 연이어 내놓고 있지만 한반도 지정학의 리스크에 따른 외국인의 대량 매도를 막지 못하면서 증시는 오히려 곤두박질쳤다. 이 뒷배경에는 북한발 전쟁위기와 중국과의 무역감소가 주요한 원인으로 증권가는 분석한다.

주지하다시피 2024년 4월 총선이 있다. 모든 이슈는 총선이 선점하고 있다. 하지만 한반도의 평화는 총선보다 우선하는 과제다. 윤석열정부가 총선 승리를 위해 안보를 이용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되면 경제가 몰락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한반도 평화 우리 스스로 지켜야

미국은 자신의 대선에 매몰돼 한반도는 관심 밖이다. 한반도의 평화를 미국이 지켜준다는 환상은 버려야 한다. 한반도의 평화는 우리가 지켜야 한다. 평화로 가는 길은 없다. 평화가 길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