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보험사기 적발인원이 늘어나는 이유

2024-01-30 11:19:37 게재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인구동향(2023년 11월 기준)에 따르면 우리나라 총인구는 49개월 연속 감소했다. 4년이 넘는 기간 동안 우리나라 인구가 꾸준히 줄어드는 데 반해 이 기간 꾸준히 늘어난 '인원'이 있다. 다름 아닌 '보험사기 적발인원'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8년 7만명대에 머물렀던 보험사기 적발인원은 2019년 9만명을 처음 넘긴 후 꾸준히 증가해 2022년에 10만명을 넘어섰다.

이처럼 보험사기 적발인원이 증가세를 멈추지 않는 것은 보험사기가 조직화·대형화되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과거에는 단독으로 보험사기를 저지르는 경우가 두드러졌지만 이제는 보험사기도 조직범죄, 지능범죄로 성격이 바뀌고 있다.

여럿이서 차를 나눠 타고 고의로 자동차사고를 내 보험금을 타는 방식은 익히 알려진 내용이다. 이제는 이 수준을 넘어 병원과 브로커, 폭력조직 등이 개입하는 조직적 보험사기가 많아졌다.

이 과정에서 일반인들이 광고로 오인한 보험사기 모집에 속거나 진료비를 보험금으로 처리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는 꾐에 넘어가는 경우도 생겨났다.

브로커들은 '환자 유치'를 빌미로 병·의원에 접근하고, 환자 유치에 목마른 일부 의료인들이 유혹에 넘어가 브로커와 결탁하게 되면 보험사기 금액과 인원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난다.

실제 2022년 금감원이 낸 자료에 따르면 모 한의원을 이용한 환자 중 653명이 보험사기 혐의로 수사를 받은 바 있다. '공진단을 실손보험금으로 구입할 수 있게 처리해주겠다'는 브로커의 유혹에 넘어간 환자들이 대거 적발됐기 때문이다. 환자 653명이 편취한 보험금은 15억원이 넘었고, 브로커는 알선수수료로 병원으로부터 5억원이 넘는 돈을 챙겼다.

브로커들은 병원으로부터 진료비 30% 수준의 알선수수료를 받는데 이 때문에 브로커 조직도 계속 늘어나고 있으며 이들이 개입한 보험사기는 나날이 지능화되고 있다. 병원은 브로커 조직과 공모해 이들이 모집해온 환자들에게 보험 적용이 안되는 시술·수술을 해준 뒤 보험 적용이 되는 진료로 허위기록을 작성해 보험금을 빼돌릴 수 있게 만든다.

문제는 브로커가 낀 보험사기일수록 수법이 치밀해 적발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금융감독원과 보험업계는 병원과 브로커가 연계된 조직적 보험사기 특별신고기간을 오는 2월부터 4월까지 3개월간 운영하고, 제보자에게 최대 5000만원의 특별포상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관련자들의 적극적인 제보를 기대한다. 환자들도 보험금으로 공짜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말에 솔깃해 자칫 범죄자가 되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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