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ESG 2.0이 필요하다

2024-02-22 13:00:00 게재

최근 세계적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이 확산되고 기후변화가 기후위기로 격상되면서 세계인은 인류와 지구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불안감을 가지기 시작했다. 개인은 물론 기업, 국가도 지속가능성이 가장 중요한 화두가 되면서 ESG는 기업경영은 물론 국가경영에서도 새로운 규범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ESG경영을 하는 기업이 중장기적 경영 성과가 좋다는 가설이 설득력을 얻게 된 것이다.

ESG 순항 흐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암초 만나

인류와 사회, 지구의 지속가능성 추구라는 중차대한 목적을 향해 순항하던 ESG는 2년 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며 암초에 걸렸다. 원자재 곡물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고 글로벌 공급망 교란이 발생하며 전세계적으로 경기침체 속에서도 물가가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 등 복합위기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원유 가스 등 화석연료 가격이 급등하며 ESG로 직격탄을 받던 화석연료 기업의 이익이 급등하자 ESG에 반대하거나 반신반의하며 따르던 투자자들이 앞다투어 ESG에서 이탈하거나 회의론을 확산시키고 있다.

아울러 ESG를 주도해온 블랙록 등 세계적 투자회사도 일반 및 기관 투자자들의 요구에 밀려 기존의 ESG 기조에서 한발 물러서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함께 ESG 기조를 떠받치던 ESG 정보공시 의무화도 본격 시행을 앞두고 국내외 기업의 반발이 커지자 1~2년 연기 내지 유예되며 ESG 회의론을 부채질하고 있다. 게다가 올해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ESG에 회의적인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선전하면서 ESG를 둘러싼 논란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악화일로의 지구환경 문제와 함께 식량, 보건·의료, 안전, 경제 위기에 사회 양극화 심화, 인공지능(AI)이 가져올 새로운 위협 등 환경, 사회 및 인류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불안과 우려가 커지면서 ESG를 새로운 관점에서 세계적 규범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팽배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기업 과 정부의 전략적 방향이 중요해졌다. 정부가 ESG를 강제하며 기업을 혁신의 대상으로 보거나 ESG가 기업에게 부담스러운 의무가 되게 해서는 안된다.

정부와 기업이 협력해 기업을 혁신의 주체로 보고 ESG를 글로벌 시장에서의 새로운 사업 기회로 만드는 지혜가 필요하다. 과거 수년간 최저임금, 근로시간, 각종 규제 등에서 기업이 감당하기 어려운 빠른 속도로 정책이 진행되면서 우리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우리 경제의 성공 요인이 되었던 ‘빠른 추격자’ 전략이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되었다.

최근 우리 중소중견기업, 소상공인이 큰 고통을 겪고 있는 것도 단순한 경기 침체보다 글로벌 경쟁력의 약화가 주원인이다. 이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자금 지원도 단기적 도움은 되겠지만 기술, 마케팅, 비즈니스 모델 등의 새로운 혁신을 통한 획기적 글로벌 경쟁력 회복 정책과 ‘퍼스트 무버’ 전략이 더욱 중요하다.

투자자 주도에서 정부 기업 소비자 주도로

연초 세계 최대의 기술전시회 CES2024에서 강력히 부각된 ‘인류를 위한 기술혁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이 기술 및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통해 ESG가 지향하는 환경 및 사회의 지속가능성 확보 면에서 세계를 주도하는 것도 우리 당면과제인 ‘퍼스트 무버’의 지름길이다. 환경 및 사회의 지속가능성에 민감한 국내외 MZ 소비자들의 존경과 팬덤을 얻음으로써 엄청난 경제적 가치는 물론 사회적 가치까지 함께 얻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환경 노동 연금 사회개혁과 함께 기후변화 정책에서 전반적 구조개혁을 주문한 작년 국제통화기금(IMF) 보고서도 같은 맥락이다.

투자자가 주도하는 ESG 1.0에서 정부 기업 소비자가 주도하는 ESG 2.0이 필요하다. 대한민국이 ESG 2.0을 통해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창출함으로써 경제난국을 헤쳐나가고 환경 및 사회의 지속가능성에서 세계를 주도하길 기대한다. 주영섭

서울대 공학전문대학원 특임교수 전 중소기업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