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신진수 한국환경보전원장
“녹색전환 이끄는 미래세대 환경 교육 질 높인다”
지속가능한 경영 고민하는 기업들과 ‘맞손’
생태계서비스 확대 등 2050 탄소중립에 기여
“전국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대상으로 환경교육이 의무화됐다. 내실 있는 환경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침을 제공하거나 상담을 하는 등 교육인력 양성에 집중할 계획이다. 환경교육 정책과 현장을 촘촘히 연결하는 소통 기관이 되겠다.”
2월 26일 신진수(59) 한국환경보전원장은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신 원장은 “2050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전달자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종전에 하던 일들도 시각을 달리해 탄소중립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으로 바꾸고 새 업무를 찾느라 분주했다. 신 원장과의 인터뷰는 서울 성동구 한국환경보전원에서 이뤄졌다.
●환경보전협회에서 지난해 한국환경보전원으로 거듭났다. 어떤 차이가 생겼나.
정부 출연보조와 관리감독 근거 법률이 마련돼 공공기관으로서의 운영 안정성과 책임성이 강화됐다. 한국환경보전원 초대 원장으로서 ‘녹색전환’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우리 사회를 녹색전환으로 이끌 인재양성과 △수변생태벨트 조성·관리 전문기관으로서 훼손된 생태복원과 생태계서비스를 확대하고 △탄소중립 생활 실천문화 확산에 기여하겠다. 또한 과거 산업단지나 축사 등 오염발생지역 생태복원과 토지매수·보상 기능 이행 등 업무영역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환경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환경기술인 대상 교육도 늘릴 생각이다.
●환경교육 전문기관으로 알려져 있는데, 보상기능을 확대한다니 이례적이다.
국토교통부에서 하던 하천정비업무를 물관리 일원화 이후 환경부에서 담당하게 됐다. 또한 정비사업 예산확대 및 국가하천 승격 등 하천사업이 늘어났다. 이에 따른 보상과 공사 업무도 폭증할 수밖에 없다.
하천관리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한국환경보전원이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환경보전원 고유 업무 중 하나가 수변녹지 조성관리 사업이다. 수변녹지 조성관리 사업은 단계적으로 토지를 매입해 오염물질 배출원을 제거하고 수변생태벨트를 조성해 비점오염원을 저감하는 일이다.
이 전문성을 토대로 국가하천 승격 등으로 늘어나는 보상업무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환경보전원을 보상전문기관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토지 수용이 발생하는 하천공사 시 토지 보상을 원활하게 추진하고 지류·지천에 대한 정비공사도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
●의욕이 앞서는 건 좋지만, 때론 선택과 집중이 필요할 수 있다. 인기가 많던 푸름이 이동환경교실도 예산이 반영되지 못하는 등 홍역을 겪지 않았나.
어려움이 있었지만 예산 문제를 해결했다. 푸름이 이동환경교실은 2004년부터 2023년까지 20년간 7개 권역에서 101만2696명(누적) 학생들에게 교육을 실시한 인기 프로그램이다. 초등학교 중학교 등에 전문가들이 찾아간다. 교육차량을 운영해 학교에서 별도로 시설을 만들지 않아도 됐다.
이렇게 반응이 좋은 교육 프로그램을 없앨 수 없다는 생각에 다양한 영역의 문을 두드렸다. 다행히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 사회공헌사업’ 지원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연간 2억5000만원 규모로 서울과 인천 지역에서 운영할 수 있다.
좀 더 발전된 교육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싶어서 수소트럭을 활용할 계획이다. 종전 버스는 공간이 협소해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친환경에너지인 수소를 학생들에게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정부 예산으로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을 기업들과 협업을 통해 해결한 셈이다.
최근 기업들이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해 ‘친환경’이란 주제에 많은 관심을 보인다. 한국환경보전원은 2022년부터 ‘기업 환경교육 협의회’를 통해 이러한 기업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환경교육 신규 사업을 발굴하고 추진 중이다.
기업 환경교육 협의회에 속한 기업들만 9곳이다. △교보생명보험 △유한킴벌리 △티머니 △제주항공 △CJ CGV △GS리테일 △KB국민은행 △ 스타벅스 코리아 △풀무원 등이다. 교보생명보험은 환경교육 활성화 등을 위해 3년간 30억원을 지원 중이다.
통상 자연 자원 손실에 가장 많이 관여한다고 알려진 건설사들과도 녹색전환 관련 협업을 할 방안을 고민 중이다. 건설사들과 손잡고 한강수계 매수토지에 다양한 생물종 서식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건설분야 외에도 자연 자원 이용 및 손실에 많은 영향을 끼치는 △농업 △화학 △바이오산업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을 생태복원사업에 참여시켜 지속가능한 생물다양성 이용 촉진을 위한 기업의 녹색금융 기반 구축을 지원할 계획이다.
●생물다양성이 금융시장에서도 화두가 되는 등 과거와 달리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환경을 내세우는 추세와 비슷한 측면이 있다.
최근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GBF)’를 통해 자연위험에 대응하기 위한 자연 자본 관련 재무 정보 공시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환경부도 최근 5차 생물다양성 전략을 수립하고 ‘기업의 지속가능한 생물다양성 이용 촉진을 위한 지원 조치’를 GBF 실천목표로 설정했다. 한국환경보전원이 이런 목표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러한 활동은 결국 2050 탄소중립 달성과도 맞물린다. 생물다양성과 탄소 감축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에 포함된 수변녹지의 탄소 저감 숲 조성 확대로 생태적 건강성 확보와 탄소저감량 극대화를 통해 2050 탄소중립을 책임감 있게실현해 나갈 생각이다.
더불어 △생활 속 탄소중립 실천 확산을 위한 기후행동 1.5℃ 모바일앱 운영 △국내・외 정책동향 및 최신 정보 제공을 위한 탄소중립포털 운영 △대국민 공감대 형성을 위한 탄소중립 실천포털 운영 등 탄소중립 사회 전환을 위한 전달자 역할을 다하겠다.
또한 기관운영 차원에서 △온실가스 감축 △녹색제품 및 저공해자동차 구매·임차 △폐기 전자제품 재활용을 통한 자원순환 등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2050 탄소중립을 실현해 나갈 계획이다. 한국환경보전원이 녹색전환을 위해 한 걸음 더 나아가는데 보탬이 되고 싶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 알기 쉬운 용어 설명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 = 2022년 12월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제15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채택된 전지구적 생물다양성 전략계획이다. 2030년까지 전지구적으로 △육상 및 해양의 최소 30%를 보호지역 등으로 보전·관리하고 △훼손된 육지 및 해양 생태계를 최소 30% 복원하며 △침입외래종의 유입 및 정착률을 절반으로 줄이는 등의 내용을 담았다.
자연 자본 관련 재무 정보 공시 = 생물다양성 관련 국제 이니셔티브인 ‘자연 자본 관련 재무정보공개 협의체(TNFD)'는 지난해 9월 자연 관련 리스크 관리 및 공시에 대한 최종 권고안을 발표했다. 기업 및 금융기관이 의사 결정 시 자연을 고려하도록 자연 자본의 위험 유발 여부와 대응 역량에 대한 공시 체계 개발을 유도하기 위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