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미국 무역 패러다임의 전환

2024-03-19 13:00:00 게재

미국은 지금 트럼프 무역대표부의 대표를 역임하였던 로버트 라이트하이저와 하버드 케네디스쿨의 교수인 고든 핸슨 사이의 무역논쟁으로 뜨겁다. 지난해 12월 고든 핸슨 교수는 라이트하이저의 ‘무역은 공짜가 아니다(No Trade Is Free)’에 대해 비판하는 글을 포린어페어즈에 기고했고, 올해 2월 라이트하이저의 반박과 핸슨의 재반박이 이어졌다.

라이트하이저의 자유무역에 대한 진단과 처방(비전)은 간명하다. “자유무역의, 특히 중국을 포용한 대가로 미국 내 수천개의 공장이 문을 닫고 일자리가 사라졌으며, 지역사회가 몰락하고 경제적 불평등이 증가했다. 또 수조달러의 무역적자를 기록했다. 미국은 중국에 맞서야 하고, 세계무역기구(WTO)의 규범에 의존하기보다 미국의 일방적 힘을 활용하며, 제조업 일자리를 늘리는 노동자 중심의 무역정책을 펴야 한다.”

미국에서 뜨겁게 불붙은 자유무역 찬반 논쟁

이에 대해 핸슨은 “중국과 무역전쟁에 돌입한 지 6년이 지났으나 별 효과가 없고, 오히려 중국은 대담하게 자국의 민족주의적 무역 의제를 공격적으로 추구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미국 번영의 미래는 제조업이 아니라 서비스 부문에 달려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라이트하이저는 “제조업은 경제 이상의 의미가 있다. 가격 최적화 및 효율성은 가족 안정, 강력한 공동체만큼 중요하지 않다. 제조업 일자리는 중산층으로 가는 티켓이며, 제조업은 국방과 전염병 방어에도 필수적이다”라고 반박한다.

논쟁은 비교우위 이론, 관세부과의 효과성 등으로 이어진다. 핸슨은 “미국은 제조업의 비교우위를 잃었으므로 20세기 전성기를 회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라이트하이저는 일자리 손실의 원인을 비교우위의 상실이 아니라 자유무역과 WTO의 탓으로 잘못 돌렸다”라고 비판한다. 이에 대한 라이트하이저의 반박은 신랄하고 현실적이다. “나는 그가 학문적 경직성에서 벗어나 현재의 세계 경제적 현실이 낡은 도그마에 도전하는 것을 수용하기를 바란다. 비교우위는 반드시 한 국가에 고유한 것이 아니다. 한국의 철강, 대만의 반도체 등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비교우위는 산업 정책, 보조금, 무역 규제 등을 통해 창출될 수 있다.”

관세부과의 효과성 문제에 대해 핸슨은 “관세가 오르면 수입이 감소하나 (수출용 자원의 국내 사용으로 인해) 수출도 줄어들기 때문에 무역수지에는 큰 변화가 없다”라고 비판한다. 그러나 라이트하이저는 “그것은 미국이 완전 고용을 갖추고 완전한 산업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고 가정하는 경우에만 사실이다. 관세는 새로운 제조(수출)로 이어져 균형무역을 이룰 수 있다”고 반박한다.

대선 결과에 상관없이 미국 우선주의 더욱 강화 조짐

정치적 현실은 라이트하이저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바이든은 트럼프의 대중국 관세를 그대로 둔 채 ‘인플레이션감축법’과 ‘칩스법’을 통해 제조업에 막대한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대통령에 재도전하는 트럼프는 ‘중국 상품에 대한 관세를 현 25%에서 60%로 인상하고, 동맹을 포함한 모든 국가로부터의 수입품에 대하여 10% 관세부과’를 고려하고 있다.

트럼프가 바이든의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및 ‘인플레이션감축법’의 폐기를 공약하는 등 일부 예외적 사항이 있긴 하지만, 라이트하이저는 바이든식 비교우위 정책과 트럼프식 관세부과 정책을 효과적으로 결합하고 있다. 미국 우선주의에 기반한 라이트하이저의 비전은 차기 대통령에 누가 당선되는지에 관계없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만약 트럼프가 당선된다면 세계 무역의 패러다임은 상호 보복관세로 인해 전면적 보호무역주의로 급변할 수 있다. 이는 자유무역의 종언은 아니라 할지라도 1930년 스무트홀리관세법 시행으로 대공황이 본격화한 이래 가장 심각한 세계경제의 침체 가능성을 의미한다.

임종식 지경학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