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대전 서구가 쏘아올린 저출산 극복 신호탄

2024-04-08 13:00:01 게재

2021년 우리나라에 34년 만에 다섯 쌍둥이가 태어났다. 6500만분의 1의 확률이다. 로또 1등 당첨 확률이 810만분의 1이라고 하니 어마어마하게 값진 행운이다.

아이들의 부모는 서혜정 소령과 김진수 대위로, 국민적 관심 속에 태어난 이 아이들은 저출산을 넘어 ‘무(無)출산’으로 향해가는 우리 사회에서 건강하게 자라나고 있다. 하지만 이들 부부도 육아와 아이들의 병원비 교육비 등 현실의 벽 앞에서 경제적 어려움이 많다는 고민을 밝혔다.

전국 최초의 정년 후 재고용 프로젝트

현재 우리나라의 가장 큰 사회적 문제 중 하나는 저출산과 그에 따른 초고령화 사회 진입이다. 특히 출산 연령대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부모의 퇴직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이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힌다.

이에 대전 서구는 인구절벽이라는 미래에 대응할 수 있도록 작지만 새로운 변곡점을 그려보고자 한다. 다자녀를 둔 공무직 근로자가 퇴직 후에도 재계약을 통해 다시 일할 수 있는 제도적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대전 서구가 전국 최초로 추진하는 ‘정년 후 재고용 프로젝트’다. 공무직 근로자는 정년이 보장된 계약직 공무원으로 서구에만 올해 1월 기준 329명이다.

수혜 대상은 시행일 이후 출산해 2인 이상의 다자녀 부모가 됐거나, 정년퇴직하는 해에 미성년 자녀를 둔 다자녀 가정 공무직 근로자다. 기존 자녀 1명 외에 추가 미성년 자녀가 1명인 경우 퇴직 다음 해부터 2년간, 2명인 경우 5년간, 3명인 경우 8년간, 4명 이상인 경우 10년간 동일부서 동일업무의 기간제 근로자로 근무할 수 있다.

특히 출산장려를 위해 시행 후 출산으로 다자녀 부모가 된 공무직 근로자는 정년퇴직하는 해에 그 자녀가 성년일지라도 이런 방침을 적용한다. 이 정책으로 다자녀 가정 공무직 근로자가 퇴직 후 최대 10년까지 고정 수입이 보장되므로 경제적 양육 부담을 해소할 수 있어 출산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 전환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서구는 대전 전체 청년인구의 34.4%가 거주하는 만큼 다양한 청년 인구정책도 추진하고 있다. ‘청년부부 결혼 장려금 지급(500만원)’과 함께 서구는 결혼식 비용을 지원해 주는 ‘작은 결혼식’ 사업을 시행하고 있으며, 대전 자치구 중 유일하게 3곳의 청년활동 공간을 운영하며 청년도전 지원사업, 청년성장 프로젝트, 심리상담 지원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부모 근로안정성 높이는 새로운 시도

지금까지 저출산 대책은 수당 지급, 휴가 지원 등을 중심으로 진행됐으나 이제는 부모의 근로 안정성을 높이는 새로운 시도를 할 때다. 전국 지자체와 중앙부처에 관련 규정과 법 개정을 통해 함께 해 줄 것을 건의하는 바다. 해당 정책이 전국 지자체와 중앙부처의 공무직 근로자, 공무원까지 확산된다면 우리나라의 출산율 상승이 가시화될 것이다.

구 단위 지방자치단체의 저출산 대책은 재원투자 외에 제도적인 방안을 마련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필자의 좌우명은 정주영 현대명예회장의 ‘해보기는 해봤어?’다. 작지만 혁신적인 도전으로 충분히 변화의 신호탄을 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앞으로도 필자는 지방자치단체장으로서 정부와 함께 할 수 있는 정책을 고민하고 개척하며, 중앙정부·대전시와 연계·협력해 인구위기에 대응해나갈 계획이다.

대전 서구의 슬로건인 ‘변화와 혁신, 힘찬 서구’처럼 작은 것으로부터 피어나는 변화의 씨앗을 심어 대한민국의 미래 성장을 위한 밑거름 조성에 힘을 더할 것이다.

서철모 대전 서구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