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여파로 ‘지역 특별법’ 동력 사라지나

2024-04-17 13:00:41 게재

부산 허브도시·특례시 지원 등

여당 총선 참패에 후폭풍 우려

집권여당의 총선참패 여파가 정부부처 업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당장 행정안전부가 총선을 앞두고 추진하던 지자체 대상 특별법 제·개정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17일 내일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행안부는 총선 직전 ‘부산 글로벌허브도시 특별법’과 ‘특례시 지원 특별법’ 제정을 추진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선거 개입 논란을 무릅쓰고 진행한 민생토론에서 내놓은 법안들이다. 특정 지역에 특례를 부여하는 내용이 골자인 법안들인데 여당이 적극 추진했던 법안들이어서 총선 결과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허브도시 특별법은 부산시 개발사업에 대한 행정규제 완화, 특구 규제자유화 등 특례를 담은 특별법이다. 부산을 수도권에 대응할 성장거점으로 만들겠다며 마련한 법안으로, 행안부와 부산시가 21대 국회 통과를 희망하고 있다.

하지만 야당 내부에서는 글로벌허브도시 특별법이 총선 직전 부산지역 표심을 공략하기 위해 내놓은 법안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이 때문에 21대와 22대 국회 모두 절대다수 의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이 이 법안 통과에 협조적일지는 알 수 없다.

국회 행정안전위원장인 김교흥 의원을 비롯해 인천 지역 국회의원들이 지난 2월 ‘인천 글로벌경제거점도시 특별법’을 발의한 것도 변수다. 22대 국회가 개원하면 다른 지역에서도 유사한 법안들이 대거 제출될 수 있다. 이미 특별자치도 지위를 가진 제주·강원·전북도 새로운 특례를 담은 특별법 개정에 나섰다.

이 같은 상황은 글로벌허브도시 특별법과 인천 글로벌경제거점도시 특별법을 ‘특정 지역을 위한 법’으로 인식되게 할 가능성이 높다. 행안부와 부산시도 이 점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이 법은 특정지역을 위한 법이라기보다는 수도권에 대응할 비수도권 거점 구축을 위한 것”이라며 “균형발전을 위해 필요한 법”이라고 강조했다.

특례시 지원 특별법도 마찬가지다. 이 법안은 인구 100만명 이상 도시인 경기 수원·용인·고양과 경남 창원 4개 도시에 한정해 추가 특례를 부여하는 것이 골자다. 지난달 25일 윤석열 대통령이 경기 용인시에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처음 제기한 법안이다. 행안부도 민생토론 직후 법안 추진을 위한 전담팀을 구성하는 등 지원에 나섰다.

이런 배경 때문에 법안의 필요성 여부와는 상관없이 야당 벽을 넘기가 쉽지 않게 됐다. 특례시에 포함되지 못한 지역 거점도시들이 형평성을 문제 삼을 가능성도 있다. 인구 100만명을 유지하는 것이 위태로운 창원시가 특례시 기준 완화를 요구하고 있는 것도 변수다. 비수도권에서 유일하게 특례시에 포함돼 있는 만큼 기준 완화 주장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이 경우 충북 청주시나 전북 전주시 등 과거 특례시 지정을 요구했던 지역 거점 지자체들이 특례 요구 목소리를 높일 것이 뻔하다. 인구 100만명에 근접해 있는 성남 부천 등 경기 지자체들까지 가세하면 특례시 지원 특별법이 ‘특별하지 않은 특별법’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하동현 전북대 행정학과 교수는 “특정 지역을 대상으로 한 특별법은 정치적 영향력에 의해 성패가 갈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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