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워지는 지구를 구할 대안 에너지들
태양이 지구에 보내는 빛에너지는 전세계 에너지 사용량 1만배 … ‘저장’과 ‘송전’이 걸림돌
22개국 70명의 연구진이 참여하는 ‘드로다운 프로젝트’(www.drawdown.org)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에너지 대안들을 소개한다. 각 솔루션은 투입량 자원 산출 등 3단계 검증 과정을 거쳤다. ‘드로다운(DRAWDOWN)’은 지구 대기중 온실가스가 최고조에 이른 뒤 매년 줄어들기 시작하는 시점을 말한다.
① 풍력발전 터빈 전세계 전기 사용량 중 육상풍력 비율을 현재의 3~4%에서 2050년까지 21.6%로 끌어올리면 84.6기가톤(GT)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 현재 풍력발전은 ㎾/h당 2.9센트, 천연가스복합발전은 3.8센트, 유틸리티 규모 태양광은 5.7센트다. 비판자들은 터빈이 시끄럽고 보기 흉하며 철새들에게 위험하다고 주장하지만 최근 설계되는 터빈은 날개가 느리게 회전하고 철새 이동경로를 피한다.
② 마이크로그리드 마이크로그리드는 태양, 풍력, 조력, 바이오매스 등에서 생산된 에너지를 지역 단위로 모아 전력저장소에 저장하고 부하를 관리한다. 이 방식은 대규모 전력망에 접근할 수 없는 지역에 더 효율적이다.
③ 지열 지구는 지각과 맨틀에 있는 칼륨 토륨 우라늄 동위원소의 지속적인 방사성 붕괴를 통해 38억년 동안 열의 균형을 유지한다. 이 에너지는 전세계 에너지 소비량의 1000억배나 된다. 지열발전이 2050년까지 4.9%로 늘어나면 16.6기가톤의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다.
④ 태양광발전 햇빛은 무제한이고 깨끗하고 요금을 청구하지 않는다. 지구 표면에 내려쪼이는 태양광의 파장과 입자는 전세계 에너지 사용량의 1만배에 이른다. 태양광 실리콘 패널은 태양의 광자를 포집한다. 광자는 전자에 동력을 공급해 전류를 일으킨다. 대규모 태양광발전은 전세계 태양광발전 용량의 65%를 차지한다. 발전단지는 사막이나 황무지, 군사기지, 폐쇄된 매립장, 저수지 위에도 설치할 수 있다. 태양광발전단지 건설에 드는 비용과 시간은 석탄이나 천연가스, 원자력발전소보다 훨씬 싸고 빠르다. 소규모 지붕형 태양광이 2050년 7%까지 늘어나면 24.6기가톤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막고 가정용 에너지 비용을 3조4000억달러 절감할 것으로 추산된다.
⑤ 파력과 조력 파력과 조력의 매력은 ‘항상성’이다. 대규모 해상풍력과 같은 경관 훼손도 발생하지 않는다. 물론 어업 피해는 발생할 수 있다. 우리나라 강화도나 가로림만 조력발전 실패 사례가 대표적이다. 파력과 조력은 재생에너지 가운데 가장 비싸다. 그러나 기술이 발전하고 화석연료가 퇴출되면 세계적인 에너지 기업들의 투자를 이끌어낼 것이다. 밀물과 썰물, 파도는 밤낮과 계절을 가리지 않기 때문이다.
⑥ 집광형 태양열발전 집광형 태양열발전소는 거울로 태양 직사광선을 모아 증기 터빈을 돌린다. 전기를 만들기 전에 용융염을 끓이기 때문에 전기 저장장치가 필요없다. 낮 동안 태양열로 데워진 용융염은 5~10시간 동안 뜨겁게 유지된 후 밤에 전기를 만들어낸다. 문제는 강렬한 태양빛이 집중되기 때문에 새들이 발전소 상공으로 날아가다가 불타서 죽는 것이다. 최근 새들의 죽음을 막기 위한 효과적인 전략을 개발했다고 한다.
⑦ 바이오매스 바이오매스는 바람과 태양의 시대로 가는 ‘교량’이다. 단기적으로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다. 그러나 바이오매스는 목재생산 부산물 등 적절한 공급 원료를 사용해야 한다. 제일 심각한 것은 숲을 벌채해서 소각하는 것이다. 나무는 다시 자란다고 하지만 그러기까지 수십년 이상이 걸린다. 이는 탄소중립을 달성하기에 너무 긴 시간이다. 숲에 있는 나무들의 탄소흡수량이 훨씬 더 많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에서는 산불 피해지 등에서 대규모 벌목이 벌어진다. 이 나무들은 대부분 석탄화력발전소에 혼합소각용으로 공급된다. 나무에 의존하는 바이오매스 에너지는 해결책이 아니다.
⑧ 원자력 원자력은 결국 후회막심한 해결책이다. 3중수소 방출, 우라늄광산 오염, 냉각시스템으로 빨려들어가는 수생생물, 수천년 동안 관리해야 하는 핵폐기물 등이 원자력의 미래를 예측하기 어렵게 한다. 태양과 풍력은 갈수록 비용이 줄어드는데 원전은 40년 전에 비해 4~8배나 비싸졌다. 육상풍력의 비용은 원전의 1/4이다. 세계 1위 탄소 배출국인 중국은 빠른 속도로 원전을 건설중이다. 동시에 수십건의 석탄발전소 건설을 취소하고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고 있다. 세계 1위 재생에너지 설비를 갖춘 중국은 2023년 상반기에만 태양광 154%, 풍력 78%를 추가했다.
⑨ 열병합발전 화력발전이나 원전은 효율이 약 34%에 불과하다. 열에너지 2/3를 냉각수로 식혀서 버리기 때문이다. 열병합발전은 이 열을 포집해서 열에너지로 사용한다. 덴마크는 지역난방의 80%와 전기 수요의 60% 이상을 열병합발전으로 충당한다. 2050년까지 열병합발전이 5.4%까지 늘어나면 4기가톤 가까운 이산화탄소 배출을 피할 수 있다.
⑩ 마이크로 풍력발전 마이크로 풍력터빈은 100㎾ 이하의 소형 풍력발전기다. 경관을 해치지 않고 소음도 거의 없다. 현재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와 아시아 개발도상국에서 11억 인구에 전기를 공급한다. 수직축 풍력터빈 ‘비전에어’는 저속에서 인간의 속삭임보다 조용하다. 높이 3.2미터에 3.2㎾의 출력을 낸다. 풍속 14.5㎞에서 가동되고 최대 177㎞ 풍속까지 견딘다.
⑪ 메탄 소화조 유기성 폐기물이 산소가 부족한 밀폐탱크(혐기성 소화조) 안에서 뒤섞이면 바이오가스가 위로 걸러진다. 동물과 인간의 배설물, 음식물 쓰레기, 채소 부산물 등 유기성 폐기물은 메탄 소화조가 가장 좋은 해결책이다. 강의 오염을 막고 메탄을 포집해 온실가스 배출을 막아준다. 독일은 약 4000㎿ 규모의 메탄 소화조 8000기를 보유해 세계를 선도한다. 중국은 약 1만개의 소형 메탄 소화조를 운용한다.
⑫ 조류식 수력발전 조류식 터빈은 댐이 아닌 자유롭게 흐르는 강에 설치한다. 주변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고 강물의 유체동력 에너지를 전기로 전환한다. 알래스카의 개울, 히말라야의 눈 녹은 물이 흘러내리는 수로, 도시의 대형 상수관과 하수관에도 적용할 수 있다.
⑬ 전력망 유연성과 에너지 저장 인류문명은 전력을 저장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석탄화력과 원전을 24시간 가동하는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햇빛과 바람과 같은 에너지로 전환하면 에너지 저장장치를 포함하는 전력망 관리가 더 중요해진다. 장거리 송전이 가능하고 송전손실이 적은 초고압직류송전(HVDC) 선로와 에너지 저장기술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나온 현실적인 저장기술은 ‘양수발전’인데 낮은 에너지 효율과 생태계 훼손이 문제다. 기존 수력발전댐에서 방류한 물을 다시 양수하는 방식으로 전환이 필요하다. 미국은 철도를 이용한 에너지 저장장치를 실험중이다. 전력이 충분할 때 화물열차에 230톤의 바위와 시멘트를 싣고 로키산맥 해발 914미터까지 올라간다. 열차에는 2㎿ 모터가 장착돼 올라갈 때는 모터로 쓰고 내려올 때 발전기로 사용한다. 집광형 태양열발전도 에너지 저장의 최전선이다. 가정이나 학교, 직장에서 전기에너지를 저장하는 분산형 기술도 유용하다. 테슬라는 가정이나 학교 벽에 붙이는 충전식 배터리 ‘파워월’을 보급중이다.
⑭ 태양열 온수 샤워, 세탁, 설거지에 사용되는 온수는 전세계 주거용 에너지의 1/4을 소비한다. 태양열 온수는 연료 소비를 50~70%까지 줄여준다. 북위 40도 아래 위치한 한국의 경우 입춘(2월 3일)부터 입동(11월 7일)까지 태양열로 샤워와 난방이 가능하다.
남준기 기후재난연구소 공동대표